고학번이 되어 과에 아는 사람들이 줄어서 그런지, 요새 나는 분야가 다른 사람들과 자주 만난다. 독서 모임이나, 과거 했었던 연합 동아리에서 친했던 친구들과 종종 만나기 때문이다. 어제는 예술을 하는 친구의 졸업 전시회에 다녀왔는데, 여기서 느낀 점이 있어 공유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어제 만난 사람들을 대략 소개하자면 이렇다. 자신의 졸업 작품을 바탕으로 굿즈 사업을 이제 막 시작한 친구 A, 웹툰과 인스타툰을 그리고 있는 친구 B, 유튜브에 종종 출연하며 현재 과 회장을 맡고 있는 친구 C, 그리고 공대생이지만 근황을 물어보면 독서와 글 쓰기를 하고 있다고 대답하는 나. 이들과의 대화에서 나는 크게 세 가지 포인트를 발견했다.
1) 사람 고민은 다 거기서 거기다.
비록 서로 각자 다른 경험과 생각을 하며 살아가지만, 의외로 고민의 결이 다들 비슷했다. 발현된 시간, 장소 등은 달랐지만, 결국 비슷한 고민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오늘도 외모, 결혼, 10년 후에 내가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지 등 다양한 고민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 사람 사는 건 다르면서도 또 묘하게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
2) 마음 편히 서로의 성공을 응원해줄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서로 분야가 달라서 더 마음 편히 응원해 줄 수 있는 것 같아." 듣는 순간 너무나 와닿았다. 만약 비슷한 분야에서 잘 되는 친구가 있다면 물론 응원하겠지만, 그 마음 한 켠에는 자격지심이나 열등감이 자리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분야이기에 그들의 성취를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고, 그들을 지켜보며 내가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다.
3) 서로에게 부러움을 느낀다.
다들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음에도, 우리는 서로 부러워했다. 나는 B의 그림 실력과 A의 손재주를, C는 내 필력을, A는 C의 외모를...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항상 가지고 싶어한다. 경험이나 능력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그래서 장점이 있으면 약점도 있음을 인식하고 있어도 내가 못하는 걸 해내는 타인의 능력이 부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또 자신의 성취는 좀 낮잡아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단 말처럼, 이미 이룬 성취엔 그렇게 큰 가치를 두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일보단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을 더 대단하게 여기고, 부러워하는 것 같다.
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만나면 물론 공감대 형성도 쉽고 이야기가 잘 되지만, 서로 보고 듣는 것이 비슷하기에 생각도 어느 정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나는 어떤 일에 대한 누군가의 생각을 듣고 싶으면 다른 분야에 있는 친구들을 찾아간다. 같은 일이라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그들을 보면 나의 세계가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세상은 그대로지만 내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었는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부지런히 나아가는 친구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1년 반만에 다니는 학교라 다소 지쳐 있던 나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나도 그들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