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의미
군대에서 당직을 서며 새해를 맞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22년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2022년은 꽤나 나에게 의미 있는 해였기에, 오늘이 가기 전에 몇 자 적어보려 한다.
나의 2022년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성장'일 것 같다. 원래 나는 성장에 큰 가치를 두지 않았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남들처럼만 살면 되지 않겠느냐고 쉽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롭고 낯선 것 대신 항상 익숙하고 편한 것을 택했고, 도전 따위는 시도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자기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자부했고, 근거 없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해 왔다. 이런 나에게 큰 전환점이 찾아왔는데, 바로 군 입대였다.
입대 후 얼마 안 가서 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명문대생'이라는 그럴듯한 타이틀 뒤에는 형편없는 내 본모습이 숨어 있었음을 말이다. 사회에서는 저 타이틀 하나로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봐주니까 정말 내가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군대에서 마주한 나의 본모습은 끔찍했다. 운동을 안 했으니 체력이 별로였고 사회 경험이 없다 보니 업무가 서툴렀다. 이때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나 정말 이거밖에 안 되나?' 같은 생각들을 매일 했고, 나 자신이 싫어졌다. 그렇다고 이런 고민들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걱정을 끼치기 싫기도 했고, 그들이 내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를 구할 수 있는 건 나뿐이었다.
여러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일과 시간에는 누구보다 업무에 집중했으며, 시키지 않은 일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원래는 휴대폰을 보며 허비했던 휴식 시간에는 운동과 독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항상 주어진 것만 수동적으로 해왔던 과거의 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변화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찾아왔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부대원들과 사이가 돈독해졌고, 부족했던 체력은 부대 전투체력 대항전에 나갈 정도가 되었으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니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면서 머릿속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정보들이 깨달음을 통해 연결되면 너무나 행복했고, 몰입의 즐거움 역시 경험할 수 있었다. 또 문외한이던 경제, 인문사회 등에 대해 공부를 시작해 보니 '할 만한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배움을 여러 분야로 확장하는 데 두려움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성장이란 즐거운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다. 8월에 전역을 했고, 칼복학을 하면서 현실의 높은 벽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내 적성 대신 성적에 맞춰 선택한 전공은 여전히 나에겐 버거웠다. 그래도 예전처럼 공부가 안 된다고 실의에 빠지는 대신, 나의 장점들을 생각하며 버텼던 것은 칭찬해줄 만한 부분인 것 같다.(학점은 별로지만) 또 독서 모임에 가입해 책을 읽고 있고, 운동도 주 4회씩 하는 등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 역시 2022년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다만 글쓰기에 소홀해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 이 글도 잘 써지지 않는 걸 보니 확실히 오래 안 쓰긴 했나 보다.
힘든 일도 있고, 즐거운 일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걸 배웠고 또 얻어간 2022년이었다. 2023년에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반 오십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