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클럽하우스로 자기계발하기"에 대해 글을 쓰고 나서, 마케팅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온라인 마케터 출신이기도 하고, 온라인 마케팅 강의를 하는 강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책임감도 생겼다. 클럽하우스가 어떤 영향력을 지닌 소셜미디어로 성장할지 모르겠지만, 미리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마케팅 전략에 대해 함께 알아보자.
고객의 의견을 얻는데 활용
설문조사, 인터뷰 등
고객 조사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느낄 테지만, 의외로 솔직한 고객의 소리를 듣기가 어렵다. 텍스트로 전해지는 설문조사를 하다 보면 참여가 저조하기도 하고 실제 문항을 읽지 않고 조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런 아쉬움을 보강하기 위해 인터뷰로 고객의 의견을 듣기도 한다. 그런데 시간을 들여 인터뷰에 참여할 고객을 찾기가 어렵다. 찾는다고 해도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상대방을 배려해서 브랜드에 대해 좋게 좋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거마비 형식의 비용을 전달할 때 이런 경향은 더욱 짙어진다. 운 좋게 솔직한 고객을 만난다 하더라도 "무엇이 필요하세요?"라든가, "어떤 점이 불편하세요?"처럼 범위를 넓게 잡고 질문하면 고객은 당황한다. 예전에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클럽하우스에서는, 마케터가 질문만 잘 만들어 놓으면 좋은 조사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일단 사람들이 관심사에 따라 방에 입장하기 때문에 잠재 고객, 기존 고객에 접근하기가 쉽다. 프로필을 통해 그들이 어떤 분야에 정통한지도 알기 쉽다. 그들이 참여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방에 입장해서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좋고, 질문을 통해 특정한 의견을 듣기도 수월하다. 어디에 고객이 있는지 모르겠다면 본인이 모더레이터(방장)로 방을 만들어 사람들을 모아 의견을 들을 수 있도 있다.
중요한 건, "내가 반드시 고객의 정보를 얻어 가겠어."하는 노골적인 자세가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목소리로만 소통하는데 그런 게 느껴지겠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음성에는 정말 많은 정보가 담긴다. 말투나 어조는 물론이고 목소리의 힘이나 생기, 말을 끼어드는 방식 등에서 다양한 목적이 노출된다. 클럽하우스가 아무리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정보 교류와 채용이 이뤄지는 공간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는 "SNS"다. 사회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다지는 공간이기에 홍보의 향기를 풍긴다거나 의견을 모아 활용하려는구나. 이 점만 유의한다면 직접 만나지 않아서 부담도 덜하고 편안하게 의견을 전해 들을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 "팬미팅" 공간으로 활용
클럽하우스에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인플루언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이하 인플루언서로 통칭)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 사람들도 상당히 자주 만날 수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이용자들이 생겨나면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진행이 일어나게 될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클럽하우스는 기업이 운영하기에는 썩 알맞지 않으니까. (누가 '기업의 목소리'를 담당할 것이며 사람들이 자주 접속하는 시간대에 늘 접속해있을 것인가 결정하기가 까다롭기도 하고.)
인플루언서가 브랜드를 광고하게 되면, 기업 계정에 대한 서비스가 나오기 전까지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브랜드를 직접적으로 홍보하기보다는 모델, 앰배서더로 지정하여 자연스럽게 클럽하우스를 하도록 하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영상 작업을 하는 인플루언서들은 새벽 시간대 활동하는 경우가 많고,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 새벽 시간대에도 활동을 하기에 활동 시간에 제약을 덜 받는 편이다.
이렇게 활동할 인플루언서들을 찾아서 자유롭게 활동하기만 해도 효과가 날 테지만 주기적으로 팬미팅을 열어서 제품을 나눠주는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면 호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로 오프라인 팬미팅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도, 팬들의 입장에서도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창구로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데 이벤트로 후원을 해준다면 해당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 높아질 테니까.
퍼스널 브랜딩을 통한 마케팅 활용
사실 이미 가장 많이 활용되는 형태
프로필을 통해서 혹은 스피커로 활동하며 발언 시 자기소개를 통해서 퍼스널 브랜딩을 탄탄하게 하는 것은 이미 가장 잘 활용되는 형태이다. 관심 분야의 사람들과 방에서 네트워킹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다져가는 분들은 상당히 많다. 그런데 역효과도 상당하다. 최근 방을 보면 "고스펙 참여금지", "스타트업 이야기 금지", "채용 권고 금지"처럼 "금지"조건이 달린 방제들이 보인다.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스피커 혹은 모더레이터 외에도 괜찮은 방법을 찾는다면 "좋은 방을 큐레이션 하기"를 추천한다.
사실 방은 생기고 사라지고를 반복하기에 클럽을 큐레이션 한다는 게 더욱 정확한 표현이다. 아직은 대한민국에서 방을 3주 이상 운영한 경우가 많이 없으므로 (3주 이상 지속적으로 방이 오픈되어야 클럽이 될 수 있다.) 일단 '방'으로 설명하겠다. 좋은 방을 큐레이션 하기 위해서는, 일단 많은 방을 돌아다녀 보아야 한다. 그리고 괜찮은 방들을 선별한 다음 주기적으로 방이 열리는지 확인한다. 기억할 것은, 방제가 같더라도 구성원에 따라 대화의 내용이 달라지게 되니 어떤 내용들이 주로 오가는지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그리고 좋은 방, 그 방이 좋은 이유, 주로 오고 가는 대화를 정리해두자.
큐레이션 한 방에서 해당 방의 좋은 이유, 주로 오고 가는 대화에 대해 칭찬하자. 그리고 감사함을 표현하자. 이때 반드시 진정성이 느껴져야 한다. 별로인데 홍보 효과를 생각해서 이야기한다면 단번에 알아차리기 십상이다. 진심이 느껴지는 칭찬과 감사가 전해진다면 스테이지에 있는 사람들이건(모더레이터, 스피커), 주로 청취를 하는 사람들이건 그 칭찬에 당신을 궁금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클럽하우스에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다가 누군가 방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 큐레이션 한 방을 알려주는 것도 좋다. 큐레이션 내용을 구성원의 개인 정보를 가리고 블로그나, SNS 등에 정리해서 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다. 하지만 대화의 내용을 올리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클럽 하우스의 장점인 "휘발성"을 해칠 수도 있으니까. 꼭 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동의를 구하자.
마케팅 목적으로 클럽하우스를 운영하려면?
브랜드 방을 주기적으로 운영
가장 쉽고 직관적인 방법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주기적으로 방을 운영하는 것이다. 자주 노출되어야 효과가 생기는 법. 브랜드 이름으로 방을 짓는 것도 좋지만 브랜드가 언급될 만한 방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또한, '프라이빗'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빼놓지 않아야 할 것이다. 클럽하우스에서 공통의 목표를 지닌 "우리끼리"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나눈다는 점을 명심하자. 그리고 이전에 쓴 "모더레이터와 스피커라면 알아두면 좋을 팁"에서도 언급했지만 "짧게 끊어서" 이야기할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브랜드 마케팅을 위해서 방을 운영한다고 하나, "나만 이야기"하는 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는 것 같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 이어서 글을 읽어주면 질문의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양질의 대화 확보
광고 계정이라는 느낌을 철저하게 배제한 순수한 소통이 이뤄져야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케팅이 곧 광고는 아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의 경우 주로 사용되는 전략 중에 광고가 가장 많이 활용되어 "소셜미디어 마케팅=광고"라는 개념이 자리 잡았다. 왜 광고가 가장 많이 쓰이는지 소셜미디어 마케팅 전략들을 살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 SMM (Social Media Management) 마케팅
계정을 운영하면서 오가닉(Organic) 한 콘텐츠 제작을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고,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형태의 마케팅이다. 양질의 콘텐츠로 신뢰와 충성도를 쌓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충분히 확보해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아쉬운 점이 있다. 제대로 구축만 되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에 대해 모두 잘 알지만 마케팅 비용이 넉넉하지 않은 경우나 빠르게 매출을 신장시켜야 하는 경우에는 잘 선택하지 않는다.
- eWOM (electronic word of mouth)
흔히 말하는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이다. 개념의 정의가 살짝 다르긴 해도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콘텐츠를 제작한 후, "좋아요, 공유, 댓글, 게시물 제작"등을 통해 온라인 내에서 입소문이 나게 하는 방식이다. 보통 이런 활동을 요청하기 위해 제품이나, 쿠폰, 이모티콘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연다. 증정하는 것들만 받고 좋아요 나 공유를 취소하는 일도 잦아서 자발적으로 소비자들이 좋아요, 공유 등을 일으키도록 "재미있는 콘텐츠", "감동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쪽으로 방향이 전환되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광고를 마중물 역할로 활용한다. 노출이 살짝 일어나야 바이럴이 쉽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
- 광고
흔히 우리가 아는 SNS 광고를 떠올리면 된다. 플랫폼 측의 광고 서비스를 이용하여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온라인 마케터들이 주로 하는 일 중 하나가 광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다. (콘텐츠 마케터와 퍼포먼스 마케터가 나뉘어서 일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는 이상 보통 AE라는 직함으로 다 한다.) 서비스 이용자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광고 타켓팅이 가능해 잠재 고객으로 보이는 대상들에게 반복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교적 단시간 내에 홍보 효과가 나타나고, 소비자의 행동을 유도해 매출에 도움이 된다. 가장 많이 활용된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아직 광고 기능이 없고, 바이럴 마케팅을 활용할 방법도 많지 않다. 방에서의 대화는 결국 휘발되니까. 그래서 양질의 대화 속에서 브랜드가 자리 잡게 하는 수밖에 없다. 브랜드가 자주 회자 되도록 방의 주제를 잡아 바이럴의 효과를 누리고, 순수하게 유익하고 유쾌한 대화가 이어져서 브랜드의 호감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식이다. 어떻게 양질의 대화를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간단히 추려보았다.
- 브랜드의 주된 가치
클럽하우스 내에서는 클럽하우스의 가치에 대해서 추측하는 토론이 종종 벌어진다. 긍정적인 경험을 한 이용자들과 혐오 발언과 같은 부정적인 효과를 걱정하는 이용자들(클럽하우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간에서 주로 이뤄지는데 이 토론을 듣다 보면 클럽하우스에 대해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점점 더 클럽하우스 활동에 빠져들게 된다.
- 브랜드의 탄생 스토리
브랜드의 탄생 비화는 언제나 재미있다. 누구나 아는 성공한 브랜드가 아니어도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가게 마련이다. 내가 크리에이터들에게 늘 "주인공을 좋아하는 이유는 주인공이라서가 아니라 가장 잘 알고 있는 대상이라서"라고 말한다. "알게 되는 것"의 힘은 매우 크다. 탄생 스토리를 알면 브랜드의 가치를 아는 것과 연결된다. 자연스럽게 이야깃거리가 늘어나게 된다. 유튜브 채널 "14F"의 "소비 더 머니"나, "세상의 모든 지식"의 "브랜드 백과사전"을 참고해보자.
- 브랜드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브랜드의 CSR 가치, 활동에 대해서 받은 감상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다. CSR을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불순해 보인다. 하지만 리엄 워서(William Werther)와 데이비드 챈들러(David Chandler)의 정의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 전략의 통합적인 요소”로 기업이 시장에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전달하는 방식인 동시에 ‘과정’이라는 것이다(2006, p. 8) 모두가 힘든 때일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기도 하고, 그 효과가 두드러져 보이니 화제로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 이전에 충분한 사회적 책임 활동을 쌓아두어야 하겠지만.
- 브랜드 이용 경험, 노하우, 에피소드
가장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주제가 아닌가 한다. 한 클럽하우스에서 20대로 보이는 스피커가 본인이 어릴 적에는 "엄마한테 떡볶이 사 먹게 500원만"이라고 했는데 요즘 청소년들은 "떡볶이 사 먹게 카드 주세요."라고 한다는 말을 전했다. 요즘 떡볶이가 2만 원이 넘게 되어서 격세지감을 느낀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은 "비싸긴 하다. 근데 맛있다."라든가 "배고픈데 OO 떡볶이 시켜야겠네." 등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자칫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OO 떡볶이를 주문한 이용자가 있었다. 에피소드, 이용 경험에 대해 나누면서 브랜드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은 클럽하우스 마케팅이 아닐까?
넷플릭스 추천이나 어플 추천도 비슷하다. 내가 서비스하는 어플이 있으면 그 어플 말고도 다른 어플 추천을 받으면서 브랜드가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장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이전에 모더레이트한 추천방들은 순전한 관심사 반영일 뿐. 전략적인 방은 아니었음을 명확히 밝힌다. (넷플릭스, 애플 보고 있나? 광고 맡기시면 주기적으로 클럽 운영해 볼 텐데요.) 아, 잊지 말자. "OO 브랜드 너무 좋지 않아요?", "OO 브랜드가 최고예요."이런 대화는 지양하도록 하자. 제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하는 방이 아닌 이상 "광고"를 하는 방으로 낙인찍히면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른 SNS나 창구와 반드시 연결
클럽하우스는 대화도 방도 흔적이 남지 않는다. 따라서 보조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급적 다른 곳에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니까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은 반드시 프로필에 연동시키도록 하자. 모두 사용하지 않는다면 프로필에 브랜드와 연결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놓자. 메일이나, 홈페이지 등등.
프로필 전략에 대해서는 "클럽하우스 초보자를 위한 활동 가이드 및 소소한팁" 편을 참고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