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 사용 후기
인기 소셜네트워크로 급성장 중인 클럽하우스. 클럽하우스의 인기요인에 대해 다룬 후, 클럽하우스의 다양한 방들을 돌아다니며 실제 사용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늘 정보를 담는 글을 쓸 때는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글의 경우, 방(클럽하우스는 방에서 대화를 하는 형태)을 입장하는 것부터 개인적인 관심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주관적인 견해를 배제하기가 어렵다는 점 이해하기를 바란다.
자유롭고 글로벌한 분위기
인싸의 진한 향기
클럽하우스 붐이 먼저 일었던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외국인, 외국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의 비중이 높다. 최근 중국에도 클럽하우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중국어로 된 방제도 자주 보인다. 한국어로 진행되는 방에서 이야기할 때 짧은 자기소개를 나누게 되는데, 정말 다양한 나라 이름이 등장해서 흥미로웠다. 전 세계에 있는 사람들과 공통된 주제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새삼스레 즐거웠다.
자기 소개 부분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하자면, 굳이 자세히 자신의 이름이나 직업을 밝히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명으로 가입해서 이름이 뜨기도 하고 보통 해외에 거주 중인 분들은 영어 이름을 쓰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어디어디에 종사해요" 정도로 축약해도 궁금한 사람들은 알아서 프로필에 들어가서 확인을 할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애초에 '가볍게 대화하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정보를 공유하는 방이 많은 편
다양한 방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정보성 방의 비율이 높은 듯
아직까지는 "유익한 정보"를 전하고자 하는 말하는 사람들, "배우려는 자세"의 듣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방제의 결을 정리해보면,
- 스타트업, 프리랜서, 인플루언서, 개발자 모임방
- 클럽하우스 활용을 위한 방
- 주식, 재테크, 비트코인 관련 방
- 글쓰기, 창작, 인스타그램 운영 등과 관련된 방
- 동기부여, 명상, 마인드셋, 새벽기상 등의 방
- 마피아, 성대모사와 같은 놀이방
- 편안한 수다방
- 외국어로 대화하는 방
- 사회 문제를 다루는 방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것 같다. 놀이방과 수다방을 제외하면 대체로 "공부"하는 분위기다. 서로의 정보를 나누고 성장하고자 하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혹자는 미성년자가 없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현재 클럽하우스 사용자들의 연령대가 20대부터 40대까지 라고도 한다. 방의 주제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CEO, 인플루언서, 작가 등 유명인사들과 대화를 하고자 가입을 한 경우가 많아 그들의 견해를 듣고 배우려는 사람이 많아서가 아닐까 추측한다. 사용자들이 대체로 얼리어답터들이기 때문에 탐구심이 높아서 이런 현상으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함께 해본다.
영어 공부 유튜버 '열심히 Gillian'님이 2월 7일 오후에 "넷플릭스 추천 & 추천 받아요"방을 열었다. 이름 그대로 넷플릭스 작품을 서로 추천하는 방이었는데 50개가 넘는 추천작이 쏟아졌다. 여러 방을 돌아다니며 많은 대화창의 분위기를 맛본 유저 중에는 "이 방이 가장 편안하다"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정보가 넘치는 방들을 돌아다니다 보니 피로도가 높았다고. 그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면 괜찮지만...
보이지 않는 카페 속 끝나지 않는 유쾌한 미팅
라디오를 들으며 할 수 있는 작업을 한다든가, 본인이 멀티태스킹에 능한 사람이라면 클럽하우스는 매우 요긴한 소셜미디어로 활용될 수 있다. 내 공간에서 편안하게 정보도,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구조다 보니 "꼭 이 말을 해야겠다"할 때만 손을 들면 되니까 부담도 적다. 적극적인 참여와 소극적인 참여를 오갈 수 있으니 매우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팟캐스트나 스푼라디오, 오디오클립을 즐기는 것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내가 듣고 싶을 때 듣고, 멈출 수 있는 형태가 더욱 편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유익한 대화가 그리웠거나, 새로운 사람들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거나, 관련업자들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면, 이 유쾌한 미팅의 끝을 아쉬워할 수도 있겠다.
클럽하우스 중독 주의
클럽하우스 중독자들이 속속들히 등장한 것 같다
즐거운 대화가 이어지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형태의 네트워크를 할 수 있어서 클럽하우스를 사용한 이틀동안 정말 하루 종일 클럽하우스를 듣고 있는 중이다. 유저인 지인과 "중독되지 않도록 조심하자."라는 말로 인사를 나눌 정도다. 이미 중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클럽하우스를 알고 늘 새벽에 잠이 든다는 이용자, 하루 종일 클럽하우스를 듣는다는 이용자들의 고백은 방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왜 이렇게 중독 증상이 강한 걸까? 단순히 재미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으니까 괜찮아'라는 착각과 '유용한 정보를 얻는 중'이라는 합리화, 그리고 FOMO(Fear Of Missing Out,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의 강력한 작용이 중독을 일으킨다. 어떻게 아냐면.. 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중독을 바로 끊으면 금단 현상으로 고생하기 마련. 스스로 "클럽하우스 적응기"라고 부르고 서서히 줄여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