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캣 Feb 10. 2021

클럽하우스 후기 - 예의 바른 대한민국 이용자들


확실히 우리나라는 예의 바른 사람들이 많다. © solomac, 출처 Unsplash



예의 바르다.


참으로 오랜만에 써보는 말이다. 학생 때까지는 제법 들은 것 같은데 최근에는 듣지도 말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보통 연배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하는 표현이라서 그런 것 같다. 강의나 강연의 대상이 성인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예의 바르다"라고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반대로 강사에게 수강생들이 "예의 바르다"라고 말하는 일도 뭔가 어색하다.


책장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했던, 책에서 먼지를 털어내 듯 이 표현을 꺼낸 것은 바로 클럽하우스 때문이다. 2021년 2월 가장 뜨거운 SNS인 '클럽하우스'와 '예의 바르다'라는 표현은 과연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인사성 바른 대한민국 이용자들


클럽하우스는 음성을 기반으로 하는 SNS이다. 방을 운영하는 모더레이터로부터 발언권을 얻으면, 그냥 자유롭게 발언을 해도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이용자들은 항상 말을 하기 전에 이런 표현을 하곤 한다.


"혹시 제가 말을 해도 될까요?"

"제가 지금 막 들어와서 그런데 혹시 질문해도 괜찮나요?"

"제가 들어오기 전에 이미 나눴을 수도 있지만..."

"손들었는데 바로 마이크 주셔서 감사해요."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저 이제 나가봐야 될 것 같아요."

"잠시 식사하고 다시 곧 돌아오겠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못 나가겠는데, 시간이 늦어서 먼저 나가요"

"다음에 또 봬요."


클럽하우스 방에는 Leave quietly(조용히 나가기) 버튼이 있다. 대화를 듣다가 혹은 나눈 후 버튼을 누르고 조용히 나가도 그만이다.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SNS다. 그런데 인사성이 밝은 우리나라 이용자들은 늘 인사를 하곤 한다.


말을 끊는 게 미안한, 방을 못 닫는 모더레이터들


모더레이터가 방을 나가면 방이 사라지게 된다. 모더레이터들이 항상 하는 말이 "이 시간까지 하게 될 줄 몰랐어요."이다. 스피커나 듣는 사람들이야 그렇다 쳐도 방을 닫을 수 있는 권한을 지닌 모더레이터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정말 방에서의 대화가 즐거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소통을 막는 것을 미안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X 시까지 운영할게요."라고 하지만 누군가 이야기 중이면 10분이고 20분이고 마감 시간이 지연된다. 아마 말을 끊는 것에 미안함이 생기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방 운영을 마칠 때도 우리나라 이용자들의 예의범절은 빛이 난다. "여기까지 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만으로도 충분히 예의 바른데, 모더레이터는 남아서 대화를 하길 원하는 사람들을 존중하여 스피커들에게 모더레이터 역할을 맡긴다. 한 명에게 맡기면 그 부담감이 전해질까 봐 스피커 여러 명에게 모더레이터를 지정하는 것이 보통인 것 같다.


이런 배려들이 계속 이어지기를


그저 '우리나라 이용자들은 다들 착한 것 같다.' 정도 생각했는데 글을 적고 보니 다들 배려가 깊은 사람들이다. 대부분이 실명으로 활동하고 본인의 직위가 드러나있으니 조심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배려가 깊은 편이다. 악플로 고생하는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들의 피드에 비하면 아직까지 클럽하우스는 청정지역이다. 이런 배려들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가급적 오래 계속 되기를 기대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