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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캣 Feb 27. 2021

퇴사할 거예요 프리랜서 선언하기

퇴사할 거예요 프리랜서 선언하기

우리는 프리랜서로 일할 생각이 있습니다. © ewan121, 출처 Unsplash



"퇴사할 거야"라는 말을 뱉었을 때


퇴사를 결심하고, 퇴사 이야기를 어떻게 주위에 전해야 하나 고민하던 시간이 있었다.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회사에서 돌아오자마자, 앞으로 회사를 관둘 것이라는 생각을 토하듯 '뱉었다'. 가족에게 이야기할 때가 가장 떨렸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의외로 부모님께서는 "네가 내린 결정이니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어깨를 두드려주셨다. 친한 친구들이나 친척들은 "넌 잘할 거야." 하며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선배나 후배들은 정말 '사려 깊은 형태'로 조심스럽게 걱정을 표하기도 했는데, 사실 정말 감사하기만 했다. 나를 위한 마음이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평탄하게만 흘러가는가. 프리랜서를 선언한 후 연락이 끊긴 사람도 있었다.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혹시나 돈을 빌리러 오게 될까 봐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건 "원래 인연이 거기까지인가 보다." 정도였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나를 나무라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요즘같이 취직이 어려운 세상에 미쳤어?"라든가,

"네가 배가 불렀네."라든가,

"사실은 잘린 거지? 근데 퇴사한 거라고 말한 거지?"라든가.

(아, 이때 내가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받을 게 아니라 그 인간과의 관계에 스크래치를 냈어야 하는데. 그게 제일 후회된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해서 덧붙이는데, '인간관계에 스크래치를 긋는다'라는 게 상대를 상처 주겠다는 게 아니라 '조용히' 멀어진다 정도이다.)


지금이야 "미쳐야 미친다잖아요."라든가, "배가 많이 고파서 더 많이 벌려고 시작했어요."라든가 "에이~ 잘리기 전에 제가 먼저 나왔죠." 등으로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난감했다. 프리랜서가 된다는 것은 홀로서기하는 것 이전에 자신을 비롯한 사회의 편견으로부터 맞선다는 것을 의미했다.


프리랜서와 백수 혹은 니트족(NEET)을 동일시하던 때가 있었다. © drewcoffman, 출처 Unsplash


백수와 프리랜서를 동급으로 보던 그때


걱정과 우려를 담은 그 말들은 이미 스스로에게도 여러 번 한 상태였다. 내 인생 내가 제일 염려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비아냥거림이 휘핑크림처럼 올려진 한심한 눈초리로 그다음 멘트는 하나같이 똑같았다. "그래서 앞으로 뭐 할 건데?" 똑같은 질문엔 똑같은 답이 나갈 수밖에. "저요? 프리랜서요!"


지인들은 내 대답에 피식하고 웃고는 했다. 왜 퇴사를 했는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는 듣고 싶지 않아 했다. 그들은 돈 빌리러 오지 말라는 이야기나 그 나이에 재취업은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만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프리랜서를 백수의 허울 좋은 말 정도로 이해하던 때였다. 혹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어 교육이나 훈련도 받지 않고,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인 니트족(NEET 族,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이해는 간다. 주위에서 프리랜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프리랜서가 허용되는 직업은 방송국 아나운서 정도? 대기업이든 공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특정한 직장에 다니며 9 to 6 출퇴근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일"로 보이던 때였다.


프리랜서를 먼저 시작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프리랜서라는 표현 대신 1인 기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라고 했다. 나도 프리랜서와 1인 기업은 그 뜻과 활동의 영역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프리랜서 대신 1인 기업으로 활동했다. (물론 세금이나, 지원 사업적인 부분에서의 차이도 있어 더욱 그랬다.)


10명 중 6명이 프리랜서로 일할 의향을 나타내는 때


씁쓸한 나의 경험과는 달리 이제 상황이 변했다. 더 이상 프리랜서를 백수와 동급으로 여기지 않는다. 생소하게 여기시는 분들께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줄었다. 스스로를 프리랜서라 부르는 사람들을 금방 찾을 수 있다.


프리랜서에 대한 인식도 확실히 달라졌다. 프리랜서로 일할 의향을 드러내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 말이다. 21년 2월 20일,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20대 30대 구직자 1674명을 대상으로 ‘기가 이코노미 트렌드’에 대해 조사했다. 응답자 중 64.4%는 반드시 정규직이 아니더라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일할 의향을 나타냈다고. 10명 중 6명이나 프리랜서도 괜찮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이다.


2명 중 1명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떤 이들은 취업 시장이 위축되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자발적인 것은 아니라고도 한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분석이다. 앞서 말한 설문조사에서는 2030 구직자들이 왜 프리랜서도 괜찮다고 응답했는지 이유를 물었다. 응답자의 57.9%가 "원하는 시간에만 근무하는 등 비교적 자유롭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 이야기했다.


반 이상이 되는 응답자들이 이야기한 '자유'. 만약 프리랜서에 대해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아주 사아아아알짝 말리고픈 생각이 든다. 원하는 시간에만 근무하는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일 안 하는 시간이 없는 것 같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다. 시간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는 분들이라면 괜찮다. 누군가의 걱정처럼 프리랜서라는 직업이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면 나의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는 선택지가 있는 편이 좀 더 낫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프리랜서의 영역은 넓고 다양하다. 그러니까 할 수 있는 영역도 넓고 다양하다는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과 체력 관리. © perloov, 출처 Unsplash


우리는 프리랜서로 일할 생각이 있습니다.


짧은 한 마디이지만, 불안과 새로운 도전과 용기, 각오, 자신감, 호기심 그리고 두근거림이 모두 묻어나는 말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장을 말하게 될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측하면서 어떤 이유든 프리랜서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자신만의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가길 바라본다.



구직자 10명 중 6명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일할 의향 있다”, <동아일보>, 2021.02.21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10221/105534319/1

[트렌드 픽] 정규직? "아니어도 괜찮아요", <지 데일리>, 2021.02.20

http://www.gdaily.kr/bbs/board.php?bo_table=news&wr_id=7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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