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Agile)이란, '날렵한, 민첩한' 뜻을 지닌 영어 단어이다. 원래는 소프트웨어의 개발 방식을 일컬었다. 개발과 출시를 반복하며 시장과 고객에게 민첩하게 반응한다. 또한 개발자를 중심에 두어 관리보다는 협업과 소통을 중시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에서 조직문화의 한 형태로써 이전보다 확장된 의미로 사용된다.
경영 트렌드 용어로 사용될 때는 완전히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TF팀(Task Force Team, 비슷한 말로는 프로젝트 팀)을 떠올리면 쉽다. 애자일은 소규모의 팀을 꾸려 부서나 직급에 얽매이지 않고 실행을 우선시 한 다음 외부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반영하여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탄력적인 형태로 움직이기에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에서는 올해 4월 애자일 조직을 "탄력 조직"으로 부를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
애자일 경영방식을 사용해 온 기업으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LS그룹, 삼성 SDS, 신한금융투자, KB금융그룹, IBK기업은행 등이 있다.
왜 기업들은 애자일 경영방식을 활용할까? 먼저는 밀레니얼 세대의 노동 인력을 충분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있다. 기존의 조직 운영체계나 경영방식을 통해서는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간의 원활한 소통과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애자일이 적합한 해결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해석으로는 급변하고 모호한 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이기에 애자일을 활용한다는 의견이 있다. 외부 환경 변화를 인지하고 대응책을 시험하는 과정을 빠르게 반복하며 얻은 데이터를 통해 고객과 시장에 적합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애자일 경영방식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하는 것일까? 스티븐 데닝과 개리 해멀이 쓴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을 참고하여 애자일 경영방식을 살펴보자.
- 업무를 작은 단위로 나누어 처리한다.
- 업무 마감 기한을 정확하게 지킨다.
- 업무의 주기를 설정한 후, 무슨 일을 할지 스스로 결정한다.
- 간단한 회의를 통해 진행 상황을 나누고 장애물이 없는지 확인한다.
- 정보 현황판(비주얼플래닝). 누구나 들어와 일의 진척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 업무 주기가 끝날 때마다 피드백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확인하고 다음 업무 계획 시 참조한다.
애자일이 무엇인지, 효과는 어떠한지, 그래서 누가 쓰는지, 구체적인 방법까지 모두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이를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왜 애자일이 필요할까?
먼저 크리에이터는 누구보다 민첩하게 시청자들의 반응을 적용한 결과물을 내야 한다. 오랫동안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여 만든 콘텐츠도 가치 있지만 지금 이 순간을 사로잡아야 시청자들의 조회 혹은 구독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민첩하고 빠르게 내 콘텐츠에 적용을 위해 애자일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원활한 제작과정을 위해서이다. 대체로 크리에이터는 혼자 혹은 소규모의 그룹으로 이뤄진다. 애자일 방식은 혼자 혹은 적은 인원의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 적합하다. 스스로 일을 정하고, 작은 단위로 처리하고 회의를 통해 소통을 활발하게 한다. 이는 홀로 크리에이터 작업을 할 때도 유용하다. 혼자 기획자, 촬영자, 출연자, 편집자를 다하는 1인 크리에이터는 간혹 그 경계가 모호하여 콘텐츠 욕심을 부리게 되는 일이 잦다.
예를 들어 촬영자일 때의 나는 더 아름답고 더 다양한 구도의 B-roll 영상을 많이 확보해두고 싶다. 출연자로서 나는 더욱 똑똑한 발음과 유창한 문장 구사를 위해 2번 정도 재촬영이 일어나면 좋겠다. 편집자로서 나는 촬영물의 길이가 짧기만을 바란다. 한 명이지만 이런 여러 가지 욕심이 있을 때 각 역할을 담당한 나와의 회의가 절실하다. 이럴 때 머릿속에 원탁을 두고 각 역할자들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는 절대 다중인격자가 아님을 밝힌다.) 명확하게 다음 단계가 그려질 때가 많다.
세 번째는, 질 높은 피드백이 콘텐츠와 채널 성장을 부르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들은 늘 타인에게 '평가받는' 직업이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사실은 그러하다. 구독자 수로, 조회 수로, 댓글로 늘 평가를 받는다. 이런 점에서는 연예인이나 유명 스포츠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끔은 이 평가들이 크리에이터들의 마음을 너절하게 난도질 할기도 하지만 이 평가들을 통해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도움을 외부에서만 받는 것보다 스스로, 팀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크리에이터들이 가끔 이 과정을 놓치는 것을 많이 본다. 못한 것을 찾고 아쉬운 것을 찾는 것은 잘하는데, 잘한 것에 칭찬하는 것은 인색한 편이다. 질 높은 피드백은 양 쪽이 골고루 이뤄져야 한다. 균형 잡힌 식사가 몸에 좋듯이, 균형 잡힌 피드백이 채널과 콘텐츠에 약이 되는 법이다.
애자일은 업무 주기가 끝나면 무엇을 배웠고, 그 배운 것을 다음에 적용한다. 크리에이터들은 한 영상이 만들어지면 그 후에 내가 무엇을 배웠는지, 그 배운 것을 다음 콘텐츠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생각하면 된다.
왜 크리에이터들에게 애자일이 필요한지 알아보았다. 다음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실제 적용한 자료를 가지고 포스팅을 준비해보도록 하겠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부담 없이 질문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