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독립한 출판 편집자의 단점들을 살펴보았는데요. 여기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느낀 치명적인 단점이 또 있습니다. 바로 ‘읽을거리와 쓸거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읽을거리라고 하면 우선 원고를 들 수 있는데요. 프리랜서는 쌓여 있는 원고도 없고, 따로 들어오는 투고 원고도 없습니다. 심지어 (출판사마다 일정을 미리 협의하기도 하지만) 다음 달에 무슨 원고를 새로 맡을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경쟁 도서를 찾아보는 의미도 크지 않습니다.
한편 쓸거리라고 하면 보도자료나 제목안, 홍보 문구를 예로 들 수 있는데요. 프리랜서로 일하면 회사에 일할 때보다 보도자료 쓸 일이 많지 않습니다. 제목안이나 홍보 문구도 그렇고요. ‘통편집’이라고 해서 편집 전반을 다루는 작업이 아니라면 ‘본문 교정’으로만 작업 범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출판사에서 책 이름이나 카피를 두고 의견을 물어볼 때가 있는데, 쓸 일이 거의 없이 살다 보면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는 읽을거리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홍보 문구를 쓸 일이 있으면 다른 레퍼런스를 찾아 읽어 보게 되지만 그런 경우가 잘 없으니 찾아서 읽을 일이 더욱 줄어듭니다.
중요한 건 읽고 쓸 일이 줄어들면 편집자로서 감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인데요. 다음은 제가 이 두 가지를 극복하기 위해 시도해 본 방법들입니다.
읽을거리 만들기
핵심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회사 다닐 때처럼 행동한다’입니다. 매일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베스트셀러와 신간을 체크하고 궁금한 책이 있으면 찾아 읽어 보세요. 서점도 직접 방문하면 좋고요. 이런 습관을 들여놓으면 출판사와 미팅할 때 이야깃거리가 많아지고 출판 흐름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서점에 자주 들어가 작업한 책이 들어와 있는지 확인해 보면 좋은데요. 인쇄 마감까지 마치는 작업이 아니라면 최종본이 어떻게 확정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보도자료도 마찬가지고요.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하고 ‘왜 그렇게 바꿨지?’ 생각하다 보면 그 출판사나 독자층의 성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출판사와 다음 작업을 이어서 할 때 좀 더 원활하겠죠.
뉴스레터나 소셜 미디어도 도움이 됩니다. 저는 뉴스레터를 구독해 놓고 시간 날 때마다 몰아서 읽는 편인데요. 특히 출판사 뉴스레터를 여러 군데 구독해 놓으면 정보 전달 방식이나 관심사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회사 다닐 때처럼 틈틈이 확인하는 용도로 참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출판사 소속일 때와 달리 큰 기획을 맡는다거나 출간 예정인 원고를 미리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업무에 필요한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관심사를 폭넓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쓸거리 만들기
이 문제는 단순하게 보자면 쓰면 해결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출판사에서 보도자료까지 요청하지 않았는데, 굳이 보도자료를 쓸 필요는 없습니다.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무언가를 정해서 규칙적으로 쓰면 됩니다. 기왕이면 개인적인 글이라도 구성을 갖추려고 노력하면 좋겠지요.
특히 현재 작업 중인 원고에 대한 생각을 다른 곳에 메모해 두면 좋습니다. 다시 말해 출판사에 굳이 전달하지 않아도 되는 의견이라도 뭔가 떠올랐다면 업무 스케줄을 정리해 놓은 곳(다이어리나 노션 등) 한쪽에 적어 두는 겁니다. ‘출판사에 굳이 전달하지 않아도 되는 의견’이라 말했지만 사실 출판사에 다닐 때라면 한번 던져봤을 의견이 많을 겁니다. ‘왜 이렇게 구성했을까?’, ‘여기에도 부연 설명을 덧붙이는 게 좋지 않을까?’, ‘왜 본문 별색을 이 색으로 했을까?’ 같이 말이죠. 하지만 외주자로 일하다 보면 출판사 내부에서 논의가 어느 정도 끝난 원고에 의견을 더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정 안 되겠다’ 싶은 건 바로 이야기해야 하지만요.
나만 간직할 메모라면 쓸모없지 않나 싶겠지만 의외로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우선 외주 편집자는 일정에 쫓기다 보면 ‘이 원고는 이런 식으로 가야 하나 보다’ 하고 수동적으로 움직이기 쉬운데요. 자기 의견을 메모해 두다 보면 ‘이 중 몇 가지는 출판사에 말해봐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받아들여지든 그렇지 않든 많은 출판사는 외주 편집자의 의견을 귀담아듣습니다. 어쩌면 어정쩡했던 부분이 사실 출판사 내부에서 어떻게 할 줄 몰라 ‘외주자에게 물어보자’ 하고 일단 놔두었던 것일 수도 있고요.
또한 외주 편집자가 먼저 나서지 않더라도 출판사에서 의견을 물어볼 때가 적지 않습니다. 이때 메모해 둔 것만 정리해서 전달해도 분량이 꽤 나올 겁니다. 갑작스러운 구성 변경, 제목안이나 카피 요청에 대응하기에도 좋고요.
커버 사진: Unsplash의Gabriel Sollm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