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설명한 장점에 이어서, 독립한 출판 편집자에게는 어떤 나쁜 점이 있을까요? ‘사람들이 자꾸 나를 백수로 본다’, ‘일을 한번 못하면 다음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라는 프리랜서의 대표 단점 외에도 다음과 같은 단점들이 있습니다.
프리랜서의 나쁜 점
1. 출판사마다 방침이 다르다
세상에는 많은 출판사가 있고, 대동소이하긴 하지만 각자 방침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저는 어느 출판사로부터 뜻밖의 의견을 전달받았습니다. “표 1(앞표지)에는 저자 영문명이 병기되어야 해요.” 그러니까 스티브 잡스면 앞표지에 ‘스티브 잡스 지음’ 하고 한글로만 적는 게 아니라, ‘스티브 잡스(Steve Jobs) 지음’ 이렇게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죠. 제가 뜻밖의 의견이라 했던 건 저는 그렇게 진행해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디자인 요소로만 원어를 썼지, 딱히 필요하지 않으면 앞표지에 원어를 넣지 않았습니다(대신 앞 날개의 저자 소개에 들어갔습니다).
이처럼 출판사마다 표지나 본문, 보도자료의 방침이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외주 편집자는 여러 출판사와 동시에 일하다 보니 머릿속에서 규칙이 섞이기 쉽습니다. ‘이 출판사는 교정 볼 때 보조용언을 모두 붙여야 해’, ‘저 출판사는 교정 볼 때 보조용언을 모두 띄워야 해’ 하다가 이 출판사의 교정 수칙이 저 출판사에 적용되는 것이죠. 이를 극복하려면 출판사에 교정 수칙이 있는지 요청해서 받고, 교정할 때 교정 수칙을 자주 들여다봐야 합니다. 딱히 교정 수칙이 없는 곳도 있는데, 이 경우 그 출판사의 다른 책을 살펴보거나 그 분야에서 주로 쓰이는 교정 수칙을 적용하면 됩니다.
또한 같은 분야나 시리즈의 책이라면 앞서 나온 책을 참고 도서로 받아서 비교해 가며 작업하는 게 안전합니다. 그리고 내가 배운 업무 방식과 다르더라도 지금 진행 중인 출판사의 규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정 궁금하다면 출판사에 한번 물어봐도 되겠지만 그 방침에 따라 책을 일관되게 출간해 왔을 것이기 때문에 과감한 모험은 가능하면 내려놓아야 해요. 특히 조금이라도 의아한 구석이 있다면 꼭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저 출판사는 원래 그렇게 진행하나 보다’ 했다가 출판사에서도 놓친 부분일 수 있거든요.
2. 일을 배울 수 없다
외주 편집자는 자기가 그동안 배운 것들을 밑천 삼아 일을 하게 됩니다. 저는 그 사실을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종이나 인쇄 관련해서 많이 배우지 못하고 퇴사했는데요(편집자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님은 이 책 표지에 어떤 종이가 좋은 것 같나요?”라고 물으면 진땀이 났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책들을 머릿속에서 떠올려 적당한 종이를 추천했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없는 게 좀 아쉬웠죠.
물론 종이든 인쇄든 개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경로가 있겠지만 출판사에서 디자이너나 인쇄소와 직접 소통하면서 얻는 지식은 약간 다릅니다. 또한 종이나 인쇄를 빼고도 편집, 홍보, 저자 관리 등 출판사에 있을 때 배워 놓으면 나중에 보탬이 되는 정보도 많아요. 모든 프리랜서가 회사에서 충분히 배우고 나서 퇴사하지는 않겠지만 독립할까 고민하고 있다면 이를 명심하고 좋은 정보를 틈틈이 메모해 두면 좋습니다. ‘굳이 메모해둬야 하나’ 싶은 기본 지식도 퇴사하고 써먹으려 하면 잘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출판사에 다닐 때 유익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어쩌면 외주 편집자의 시작은 ‘사이좋게’ 퇴사하는 게 아닐까요?
3. 업무 분장을 할 수 없다
출판사마다 다르겠지만 편집자에게 되도록 너무 많은 책을 동시에 맡게 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책 하나만 맡지는 않지만 어느 책은 교정하고, 또 다른 책은 디자인을 맡기는 등 배턴처럼 번갈아 진행할 수 있게 하죠.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일이 더디게 진행되고 결과물 퀄리티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외주 편집자는 동시에 두세 가지 원고를 교정 보기도 합니다. 당연히 가능한 업무량을 고려해 일을 받기는 하지만 교정 일정이 겹칠 때가 많아요. 출판사에 현재 일정이 겹쳐 있어 하루이틀 여유를 달라는 정도로 양해를 구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벅찰 겁니다. 해결책은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서둘러 완료하는 것입니다. 시간을 충분히 두고 검토해야 하는 건 당연히 속도를 내기 어렵겠지만 간단한 확인 정도는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을 때 얼른 끝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4. 돈이 필요할 때와 돈을 받는 때가 다르다
어느 날 은행 앱에 입금 알림이 떠서 ‘갑자기 왜 돈이 들어왔지?’ 하고 확인했더니 서너 달 전 작업을 끝낸 책의 작업비였던 적이 있습니다. 보통 ‘이맘때쯤 돈이 들어오겠다’ 하고 입금 일정도 기억해 두는데 그걸 놓칠 만큼 작업비가 늦게 들어왔던 것이죠. 딱히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고 계약 자체를 ‘출간 후 다음 달 말에 입금한다’와 같이 진행했고 부득이하게 책이 늦게 출판되었기 때문입니다.
프리랜서의 대표적인 단점이 ‘돈이 균일하게 들어오지 않는다’인데, 이를 다르게 해석하자면 ‘돈이 필요할 때와 돈을 받는 때가 다르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중에 돈이 없어서 의뢰를 수락했더라도 정작 몇 달간 돈 없이 일을 해야 하는 겁니다. 특히 당장 처지가 궁하다고 낮은 단가나 촉박한 일정을 승낙했다가 고생만 더 할 수도 있어요. 아무리 급하더라도 ‘나는 이 조건으로 두세 달 동안 잘 버틸 수 있을까?’ 하고 한번 고민해 보면 좋습니다. 조건이 너무 안 좋으면 보람이 잘 느껴지지 않아 일하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을 테고, 낮은 단가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작업들을 무리하게 받을 수 있으니까요.
커버 사진: Unsplash의Jakob Rub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