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외주 출판 편집자 되기
프리랜서도 여느 직업처럼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독립한 출판 편집자에게는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우선 오늘은 장점부터 소개하겠습니다. 다음에 이어서 단점도 살펴보겠지만 중요한 건 장점이든 단점이든 ‘최대한 빠르게 잘 적용하려는 자세’입니다. 당연히 사람마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를 단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아쉬운 점이 많더라고요. 특히 프리랜서에게는 직장인과 달리 늘 피드백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프리랜서의 좋은 점
저자가 들고 온 것이든, 회사에 있던 양식이든, 내가 직접 작성했든 회사에 일하다 보면 다양한 출판 기획안을 접하기 어렵습니다. 출판 기획안 양식이 따로 없어서 내가 만들어 가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죠. 그러다 보면 ‘이렇게 쓰는 게 맞는 걸까?’ 하고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다른 출판사들의 출판 기획안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기획안에 대해 지적받더라도 이를 고칠 만한 참고 자료가 마땅히 없죠.
그런데 프리랜서로 독립하고 나니 다양한 출판 기획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교정에 앞서 해당 도서의 출판 기획안을 받아 보기도 했고, 제가 직접 기획안을 써야 할 때 참고용으로 다른 도서의 출판 기획안을 받아 보기도 했습니다. 출판 기획안이라고 하면 크게 다를 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꼼꼼하고 세심한 출판 편집자가 참 많더라고요. 국내 저자에게 실제 예문을 들며 문투까지 조언해 주는 기획안을 보니 부랴부랴 일을 끝내기 바빴던 과거의 제 업무 방식이 참 아쉽더라고요. 또한 디자인 의뢰서나 교정 매뉴얼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곳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다음 일을 진행할 때 많이 참고하고 있습니다.
출판 기획안과 마찬가지로 프리랜서에게는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자연스레 생깁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1인 출판사 대표와의 소통이 (대면 소통이든 전화나 이메일을 통한 소통이든) 좋은 영감을 줄 때가 많았습니다. 회사에 다니다 보면 생각보다 1인 출판사와는 소통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구성원이 많은 출판사와 달리 1인 출판사는 제 업무 범위가 아니더라도 외주 편집자로서 제 의견을 구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내지만 담당하는데 표지 디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식이었죠. 제 의견을 전하고 또 1인 출판사 대표의 의견을 전해 들으면서 머릿속을 한번 정리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정에 쫓겨 바삐 일하다가 잠시 숨을 돌리고 원고를 다시 살피다 보면 좋은 결과물을 낼 때도 많았죠.
저자를 만날 기회도 종종 있었는데, 좋은 점은 애탈 일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기획 자체가 어그러진다거나 저자가 일정을 지키지 못할까, 또는 불만을 쏟아낼까 걱정할 일이 거의 없었죠. 출판사와 저자 간 협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에서 외주 편집자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출판사에서는 외주 편집자와 일정을 논의할 때 주의 사항을 몇 가지 이야기하면서도 큰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을 거라 설명합니다. 그렇지 않고 변수가 많아진다면 외주 편집자가 그 일을 맡기 어려울 테니까요. 그래서 뜻밖의 일이 일어나도 출판사에서 조율해 주니 부담을 내려놓고 의견을 편히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그렇다고 힘든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직접 조율까지 할 때보다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또한 출판사를 다닐 때보다 저자를 폭넓게 만날 수 있어서 그 점에서도 좋았습니다.
저는 회사에 다닐 때 고민거리가 뭐였냐면 오전에 너무 졸리다는 거였습니다. 아침잠이 많아서 출근하자마자 업무에 바로 집중하지 못했죠. 그래서 우선 적자 대조, 메일 확인 같은 비교적 단순한 업무부터 진행했습니다. 그러다 11시쯤 넘어가면 잠이 깨면서 본격적으로 원고 검토를 시작했죠. 하지만 12시면 점심을 먹으러 가야 하니 집중력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집중력을 발휘하는 시간에 맞춰 회사가 돌아갈 수도 없고요.
저는 프리랜서를 하면 하루에 훨씬 많이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제 몸을 과대평가한 거였습니다. 아무리 일을 한다고 해도 그 이상 넘어갈 수 없는 시간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직장인 시절과 달리 프리랜서를 하면 원고를 훨씬 더 많이 맡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 졸리다고 억지로 일했다간 실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고 결국 나중에 확인해야 할 것만 늘어나더라고요(슬프게도 제 경험담입니다). 그래서 저는 몇 시간 늦게 일을 시작하더라도 일할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어 놓습니다. 9시에 시작할 일을 10시에 시작한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하진 않으니까요. 또 점심을 먹고 너무 졸리면 좀 더 쉬었다가 일을 시작합니다. 결국엔 그날 일을 끝내는 시간이 늦어질 테지만 오히려 일정은 제때 맞출 수 있었습니다. 물론 바쁜 일은 컨디션과 상관없이 바로 시작합니다. 잠도 후딱 깨더라고요.
일을 몇 건 끝내고 나면 프로젝트마다 일정이 어떻게 돌아갈지 감이 잡힙니다. 또 같은 출판사에서 일을 연달아 맡게 되면 그곳의 업무 방식이 확실히 눈에 들어오죠. 그러면 할 일이 비어 있는 날을 잡아서 가까운 곳이라도 바람을 쐬고 올 수 있습니다. 그날이 평일이라면 더욱 좋죠. 저는 평일보다 주말에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주말에는 연락 올 곳이 거의 없어 메일 확인 없이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후 6시 후나 오전 9시 전 연락이 뜸한 시간대에 일하는 것도 선호합니다).
프리랜서마다 평일에 쉬는 게 좋을 수도 있고, 주말에 쉬는 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평일에 몇 번 한가롭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머릿속을 환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조금 덜 북적북적한 카페에 앉아 있다 보면 프리랜서를 하기 잘했다는 느낌도 듭니다. 저처럼 ‘프리랜서로 크게 성공해서 부자가 돼야지’가 아니라 얼떨결에 프리랜서가 된 경우라면 회의감이 들 때 정말 사소한 것으로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일이 없는 평일에 늘어지게 쉬거나 시간에 쫓기지 않고 관공서 업무를 보는 것처럼 말이죠. 평일뿐 아니라 ‘나만의 휴식 시간’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게 프리랜서의 큰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커버 사진: Unsplash의Carson Master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