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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른히 Aug 28. 2024

프리랜서가 되기 위한 준비

PART 1. 외주 출판 편집자 되기

애초에 프리랜서가 되기로 결심하고 퇴사했든, 저처럼 얼떨결에 프리랜서가 되었든 독립해 일하려면 준비가 필요합니다. 갑작스레 프리랜서가 되었다 하더라도 얼른 준비해두는 것과 그러지 않는 것은 나름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인데 준비 없이 일을 시작하면 그 시행착오가 꽤 길어질 수 있습니다. 내 마음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니 예민해질 수도 있고요.

여기서는 외주 출판 편집자로서 제가 준비한 것들을 소개하겠습니다. ‘퇴사 전에 준비해야 할 것’과 ‘퇴사 후에 준비해야 할 것’들입니다. 사실 퇴사 후에 준비해야 할 것도 퇴사 전에 미리 챙기면 좋습니다. 여기 적힌 대부분은 제가 혼자 일하다가 필요하다 깨달은 것들입니다. 그리고 이력서는 이후 다룰 수도 있지만 이 글에서는 우선 제외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이 글은 꼭 참고만 해주세요.   


퇴사 전에 준비해야 할 것

몇 달치 생활비: 프리랜서로 자리 잡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릴 수 있습니다. 특히 경력이 짧을수록 어렵죠. 이에 대비할 수 있게 생활비를 모아두어야 합니다. 원래 저는 세 달치 생활비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세 달은 금방 지나가더라고요. 최소 생활비를 기준으로 여섯 달치 생활비를 모아놓고 퇴사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그만큼 준비하지는 못해서 자리 잡을 때까지 꽤 힘들었습니다.


체력: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 출근할 때보다 체력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회사 다닐 때는 어떻게든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있으면 일을 하게 됐는데(물론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게 무척 고되긴 하지만요) 퇴사하고 나니 몸이 안 좋으면 ‘그냥 오늘은 좀 쉬자’ 하고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체력이 부족하면 루틴이 망가지고 나중에는 일정에 쫓겨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무기력하고 우울해질 수도 있고요.  프리랜서 초창기에는 일이 몇 개 없어 쉬엄쉬엄 해도 되겠지만 나중에 자리를 잡아 일이 몰릴 때를 대비해서 퇴사 전부터 체력을 키워놓으면 좋습니다.


작업 단가 세우기: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프리랜서에게 작업 단가로 얼마를 책정하는지 자연스레 알게 될 텐데요. 그 비용을 토대로 ‘나에게 적합한 작업 단가’를 미리 계산해두면 좋습니다. 그 프리랜서의 입장이 되어서 작업 단가가 적절한지 판단하고 그보다 올릴지 말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업계에서 받아들이는 단가와 내가 생각한 단가 사이에 딱 알맞은 단가를 찾아야 합니다. 또한 작업 난이도나 일정에 따라 단가를 어떻게 세분화할지도 생각해보세요.


좋은 프리랜서 목록: 외주 편집자 같은 경우에는 간혹 출판사로부터 좋은 디자이너가 있으면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곤 합니다. 물론 추천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이 있는 건 아니지만 디자이너를 추천해서 그 디자이너가 선정되면 일이 빠르게 진행되고 호흡도 금방 맞출 수 있죠. 따라서 회사에 다닐 때 실력 좋은 디자이너를 알게 되었다면 연락처, 작업 단가 등을 따로 메모해두면 좋습니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번역자, 감수자 등을 추천해달라는 요청도 받곤 하니 일하다 좋은 사람을 만났다면 꼭 적어두세요.


퇴사 후에 준비해야 할 것

모자와 추리닝: 언제든 편하게 입고 외출할 수 있는 모자와 추리닝을 마련해두세요. 집에서 일하는 중에 외출할 일이 얼마나 될까 싶겠지만 잠깐 나가 커피를 사오든, 우체국에 가서 우편물을 부치든 외출할 일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특히 일을 하다 답답할 때 집에만 있지 말고 잠시라도 바깥 바람을 쐬고 오면 좋은데요. 언제든 편하게 입고 나갈 모자와 추리닝이 있으면 주저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안 그러면 ‘아 언제 머리 감고 옷 챙겨 입고 나갔다 오나’ 하면서 늘어지게 되니까요.


작업 공간 정비: 똑같이 집에서 일하더라도 퇴근하고 나서 잠깐 일하는 것과 프리랜서로 온종일 일하는 것은 다릅니다. 외주 출판 편집자라면 PC 사양이 특별히 좋지 않아도 괜찮은데요. 요즘은 데스크톱 없이 노트북만 쓰는 사람이 많으니 노트북으로 충분히 일할 수 있는지, 또 따로 필요한 것은 없는지 일을 하듯이 시뮬레이션해보면 좋습니다. 책상도 업무 공간으로 정리해두고요. 간식 거리나 필요한 사무용품도 구입하면 좋습니다.


휴식 방법 세우기: 퇴사하고 나서 며칠 쉬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알게 됩니다. 일하다 잠깐 집중력이 흩어졌을 때 회사에서 하듯이 집에서도 똑같이 쉬지는 않을 테니까요. 또 잡생각이 많아지거나 기분 나쁜 일을 겪었을 때도 대처법은 회사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침대에 누워 쉬든, 게임을 하든, 밖에 잠깐 나갔다 오든 금방 회복해서 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휴식 방법을 세워보세요. 특히 일이 없을 때는 우울해지기 쉬운데, 그럴 때도 금방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프리랜서가 되면 주변에 보는 눈이 없으니 한번 가라앉으면 끝없이 가라앉게 됩니다.


근무 시간 정하기: 물론 일이 몰릴 때는 온종일 거기에 매진할 수밖에 없지만 프리랜서도 근무 시간을 정해두면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작정 체력과 정신력을 갈아 넣다 나중에 몸이 아플 수 있어요. 특히 근무 시간은 출판사와 일정을 협의할 때 중요합니다. ‘아침에 눈 뜨고 밤에 잠들 때’까지가 아니라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시간’으로 일정을 세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처음에는 회사에서 세우던 일정을 기준으로 일을 한두 건 맡아보면서 외주 일정을 세우면 됩니다. 여기에 개인적인 일이나 추가 업무가 생길 가능성을 생각해 일정에 하루 이틀 여유를 두면 좋습니다. (다만 출판사에서 일정을 미리 정한 경우에는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그대로 진행하는 게 낫습니다.)



커버 사진: UnsplashMarkus Spis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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