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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른히 Aug 23. 2024

프롤로그
어쩌다 프리랜서가 되어버렸네

출판 편집자의 순간의 선택들

우선 쓰기만 하면 어떻게든 된다는데, 이 글을 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느 날은 몸이 안 좋아서, 또 어느 날은 너무 바빠서 이런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결정해야 할 순간이 왔죠. ‘쓰자. 그럼 무엇을 써야 좋을까?’ 하고 결정한 후에는 주제를 두고 한참 고민했습니다. 


브런치를 한창 쓰다 책을 내고, 또다시 브런치를 이어가다 멈추는 사이에 저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 밝히자면 다니던 출판사를 퇴사하고 프리랜서 출판 편집자가 되었습니다. 사실 프리랜서로 독립하려고 퇴사한 건 아닌데 쉬는 동안 용돈벌이로 한두 건 작업을 맡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네요. 몇 달간 고생하다가 지금은 나름대로 자리 잡고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은 ‘내 이야기를 쓰고 싶다’였습니다. 출판사에 다니며 내가 겪고 느낀 것들을 진솔하게 터놓고 싶다는 마음. 브런치를 한창 쓰던 시기에는 마음속 무언가가 훌훌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체로 거르고 걸러낸 이야기였는데도 많이 공감해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프리랜서 초창기에는 회사 다닐 때보다 돈의 흐름이 불안정하다는 것 말고는 딱히 단점이 없었습니다. 아, 집에서 일하면 답답하지 않냐는 말을 자주 듣고, 간혹 안쓰러운 눈빛과 함께 백수로 오해받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되는 것들이었는데(그래도 겪으면 마상…), 일하다 보니 뜻밖의 단점과 마주했습니다. 바로 출판사의 의견과 내 의견이 맞지 않을 때 겪는 곤혹스러움이었죠. 


아무래도 출판사 회의에 거의 참석하지 않다 보니 일정을 정리하기는 편했습니다. 저 혼자 알아서 일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출판사의 의견이 제가 생각한 방향과 달라 보도자료나 도서명 또는 카피를 크게 바꿀 일이 생기면 한없이 초라해졌습니다. 대부분 출판사의 판단이 옳았고, 가뜩이나 홀로 판단하는 일이 많다 보니 저로서는 감을 잃은 게 아닐까 자책하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이번 브런치 연재는 이때 일들에서 출발했습니다. 홀로 일하며 겪는 마음의 짐을 여기에 풀어내고, 또 프리랜서 출판 편집자로서 나름대로 얻은 요령을 재미있게 나누고 싶더라고요. 


‘시작이 반이다’라는 마음으로 원래는 두세 개 정도 글을 써놔야 안정적이지만 우선 이 프롤로그부터 올립니다. 시작만 반이어야 하는데 글도 반절만 써놓은 꼴이네요. 따라서 이번 브런치 연재는 비정기 연재입니다. 연재 간격이 너무 늘어지지 않게 노력해보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커버 사진: UnsplashDung A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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