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온전히 사랑하는 세상을 꿈꾸며
명절 연휴에 어울리지 않게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고자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며칠 전 출판계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청원 글이 올라왔다.
현재까지 200여 명의 사람이 동의를 표시했고, 내 주변에서도 청원에 관한 이야기가 간혹 들리고 있다.
청원 글에는 적은 연봉과 야근 및 추가 노동, 그리고 근무지가 파주인 경우 생겨나는 교통 문제 등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 글에 담기지 못한 많은 이야기가 전설처럼 출판계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나 또한 출판계에 발은 담근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사이에 안타까운 이야기를 눈앞에서 여러 번 접했으며 나 자신이 그 이야기의 당사자가 된 적도 적지 않았다.
편집자는 이직이 잦은 편이다.
나도 여러 번 이직했고, 별일을 다 겪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악소문이 난 출판사를 몇몇 알게 되었다.
그런 곳은 엮이지 않으려 피하고 있지만, 그런데도 피하지 못했던 때가 많았다. 다들 조용히 책만 만드는 것인지 나의 정보력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소문이 퍼지는 힘이 약했던 것인지…. 어쩌면 셋 다일 수도 있겠다.
나는 그럭저럭 출판사를 다니고 있지만, 이전 출판사에서 나와 함께 일했던 편집자는 출판계를 떠났다. 그와 다시 함께 일하기를 바라면서도 차마 그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왜 그런지 다 아니까.
또한, 출판사에서 함께 일하는 다른 직종도 편집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책과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려했으나, 그 청원 글이 내내 발목을 잡았다.
편집자는 당연히 책을 좋아하기에 이 직업을 택했다. 처음에는 패기 있게 뛰어들지만, 권수가 쌓이면서 마음 한편에서 ‘책을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이 미움은 ‘책’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책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 때문이다.
청원 글에 적힌 이야기들도 원인이지만, 부조리한 업계의 관행이 그보다 주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직접 밝히지 못하는 사정을 이해해주시길). 물론 출판계만 유별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책 속에 숨은 이러한 이야기도 알아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썼다.
편집자는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으며 책을 만든다. 많은 사람이 책을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그리고 여전히 책을 사랑한다.
그러므로 책은 아무런 죄가 없다.
모두가 아무런 부담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출판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커버 사진: Photo by Dollar Gill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