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친구를 만났다.
친구의 꿈은 작가다. 원고도 어느 정도 써놓았지만, 아직 출판사와 인연이 닿지 못했다.
카톡으로 친구에게 책을 낼 방법을 하나 제안한 뒤에 이뤄진 약속이었다. 친구는 그저 밥 먹고 영화 보는 줄 알았을 텐데, 나는 친구를 만나자마자 닦달을 했다. 혹시 게으름 부리다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불안해서…. 내가 뭐라도 되는 양 “꼭 이거 해봐. 내가 도와줄게.” 이런 말들로 친구의 마음을 타일렀다.
친구는 아직 책을 내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속상함이 조금 남아 있는 듯하다.
몇 번의 투고 중에 한두 번 출판사로부터 검토 의견이 적힌 답장을 받았지만, 결국에는 출간에는 실패한 셈이니까. 주변에 지인이 책을 출간했고, 그 책이 이번에 중쇄를 찍게 됐다는 말을 전하면서 얼굴에 부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친구가 아는 사람 중에 출판사에 다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래서 출판사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전해주면, 가장 재미있게 들어준다. 하도 친구에게 닦달한 것 같아서 하소연을 겸해서 책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친구의 원고로 방향이 다시 돌아갔다.
- 친구: “책을 내면 나의 흔적이 남는 거잖아.”
- 나: “절판되면 나중에 책 찾기도 힘들어.”
- 친구: “그래도 뭔가 해낸 것 같아서 책 볼 때마다 뿌듯할 것 같아.”
- 나: “그야 그렇지. 그런데 책을 내는 행위 자체보다 완성도 있게 글 쓰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아.”
친구는 그전까지 책을 낸 작가라면 응당 글을 잘 쓰는 줄 알았다.
내가 출판사에 다닌 이후 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달라졌지만, 그전까지 편집자가 왜 존재하는지 잘 몰랐다고 했다. 친구는 나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고선 예전에 나와 함께 자신이 쓴 글을 다듬은 이후로, 글을 고쳐가며 쓰는 습관이 들었다고 했다. 어느 순간 친구에게서 ‘얼른 책을 내고 싶다’는 조바심이 보이지 않았다. 독심술은 없지만, 글을 고치는 습관을 갖게 된 이후부터 출간보다는 꾸준하게 글 쓰는 데 집중하게 된 듯싶다. 친구가 부디 내가 아직 만나지 못한 ‘능숙하고 꾸준하며 다정한 작가’가 되기를 바란다.
Photo by Jonathan Hoxmark on Unsplash 나는 먼젓번에 작가에 도전했다.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였다. 결과는 보다시피 실패. 경쟁률이 워낙 높기도 했지만, 나는 분명 프로젝트를 신청하면서도 나의 글이 출간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원고 전체를 뜯어고치고 컨셉도 다시 잡고, 또한 글감을 더해서 이야기를 더 지어야 했다. 결과를 알면서도, 주변에서 떨어지면 뭐 어떠냐는 식으로 부채질해서 한번 도전해본 것이다. 그런데 분명 떨어질 것을 알았다고는 했지만, 순간 얼른 책을 내고 싶다는 조바심이 들었다.
친구가 먼저 ‘능숙하고 꾸준하며 다정한 작가’가 될 것 같다.
친구 걱정을 할 때가 아니었다. 친구랑 나눴던 또 다른 이야기가 떠올랐다.
- 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내는 건 편집자는 물론 작가에게도 안 좋은 일인 것 같아. 나중에 책을 보면 아쉬움이 가득하거든.”
- 친구: “응. 그래서 나도 안달하지 않고 천천히 해보려고.”
커버 사진: Photo by Nick Fewing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