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나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다. 바로 ‘폰트’.
지난해 표지 시안으로 처음 만났던 그 폰트. 알고 보니, 디자이너 사이에서 쓸 만하다고 소문이 났는지 여러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북디자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유독 자주 쓰이는 폰트들이 있다. 디자이너와 편집자의 경험이 쌓여 선택받은 폰트. 예쁜 스타일에 가독성이 좋고, 책의 느낌을 살리는 것들이다. 날렵한 것부터 두툼한 것까지, 책에 따라 주인공이 되는 폰트가 달라진다.
문제의 폰트를 찾아보기로 했다. 디자이너는 대개 산돌구름이나 윤멤버십 등 폰트(글꼴)를 제작하여 판매하는 회사의 정액제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폰트 프로그램을 열면 별도의 다운로드 없이 폰트를 사용할 수 있다.
왠지 산돌구름(산돌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일 것 같아, 냉큼 검색창에 산돌구름을 쳐본다. 내가 찾는 폰트와 비슷한 느낌의 폰트들이 눈에 띈다. ‘폰트정보’에 들어가니 세 번째 줄에 드디어 내가 찾던 폰트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이거야!
출처: 산돌구름(https://www.sandollcloud.com/font/Sandoll/1297.html)
‘Sandoll 호요요’라는 폰트다. 광고로 비칠 수 있어 폰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타이핑할 때마다 가변폭이 달라진다니, 꽤 흥미롭다. 쓸 때마다 글자 모양이 달라지는 셈이니, 디자이너들은 이 폰트를 몇 번 다시 써보지 않았을까. 아무튼, 이 폰트는 순전히 나의 호기심으로 찾게 된 것이다. 나는 아래의 책들에서 ‘호요요’와 인사를 나눴다. ‘어, 또 이 폰트네.’ 혼자 속으로 반가워하며….
출처(왼쪽부터): 『태수는 도련님』(동그라미), 『게으르지만 콘텐츠로 돈은 잘 법니다』(나비의활주로), 『또 이유가 있어서 멸종했습니다』(위즈덤하우스) 같은 폰트인데도, 일러스트나 배경색 등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요소들 덕분에 책마다 전해져 오는 느낌이 다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혹시 ‘호요요’를 본 적이 있을까? 아마 이 폰트는 도서명을 분명하게 알리면서도 발랄한 느낌을 전해야 할 때 쓰이지 않았을까 싶다. 고딕처럼 책의 존재감을 명확히 드러내야 하지만, 그렇다고 고딕이 가진 다소 딱딱한 느낌을 주지 않아야 할 때. 분야도 독자층도 서로 다르지만, 표지에서 특유의 유쾌한 느낌이 드는 건 같았다.
다시 ‘폰트정보’로 돌아와서 산돌구름에 등록된 폰트들을 살펴보니, 낯익은 친구들이 많다. 이 수많은 폰트에서 디자이너는 어떻게 책을 대표할 주인공을 찾아내는지 궁금하다. 폰트를 고르고 그에 걸맞은 디자인을 구상하는 걸까, 아니면 인디자인에 아이디어를 잔뜩 풀어놓고 그 위에 고명처럼 폰트를 얹는 걸까. 낮에 일하다 말고, 딴짓처럼 이러한 것들에 마음을 뺏기곤 한다. 몇 년 사이 표지에 계속해서 다양한 폰트가 등장하면서 나의 딴짓도 멈출 줄을 모른다.
비는 오고 글은 써지지 않는 밤에, 멋쩍게 숨겨왔던 나의 호기심을 풀어내 본다.
Photo by chuttersnap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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