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도전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책을 소개하는 ‘북튜버’도 점점 많아지는 듯하다.
자신이 올릴 영상에 책을 소개해도 되냐는 문의 메일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가끔 전화로도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통 메일로 정리해서 다시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메일을 통해 소개 여부가 확정되는 셈이다.
나는 이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다. 옆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눈치껏 알아채는 편인데, 내가 다니는 회사의 경우 유튜브 계정을 막 개설한 초보 유튜버의 문의가 비교적 많은 듯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호기롭게 출판사에 연락하고서는 금세 주눅 들고 만다. 보낸 사람이 당황했다는 것이 메일에서 느껴질 정도다. (간간이 엿들은 바로는) 전화로 문의한 사람은 당황한 티가 더욱 또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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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건대, 당황하는 이유는 ‘형식’인 듯하다.
이 경우에 속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책을 소개해도 될까요?” “이 책을 낭독해도 될까요?” 정도만 물어본다. 책을 읽고 감명받은 나머지 얼른 소개하고픈 마음에 출판사에 곧장 연락한 것 같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지만, 아무래도 확인이 필요하기에 형식을 요구한다. 어떠한 방식으로 소개할지, 얼마큼의 분량을 낭독할지 물어오는 것이다. 간단히 해결될 일일 줄 알았는데, 절차가 끼어든다. 이러한 경우를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은 당혹해한다.
실제로 이런 전화를 직접 받은 적이 있다.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온 여성은 자기소개를 마친 뒤 책을 낭독하는 영상을 찍고, 그것을 유튜브에 올려도 될지 물었다. ‘낭독한다’ 정도만 이야기해준 터라, 나는 여느 직장인처럼 확인을 위해 “어느 부분을 어떻게 소개할지 간단하게라도 적어서 메일로 보내주세요.”라고 답변했다. 여성의 목소리가 더욱 떨리기 시작했다. “메일을 보내야 한다고요?” 다시 한번 나에게 질문을 던지길래, “내부에서 다른 분이 메일을 보고 확인해봐야 해서요.”라고 이야기하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알겠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몇 달 전 통화한 그분은 지금까지 메일을 보내지 않았다.
책에 악담을 퍼붓지 않는다면야, 대부분의 출판사가 책 소개를 두고 언짢아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들은 바로도, 메일 확인 결과 큰 문제가 없다면 북튜버의 말을 들어주었다. (혹시 모르니 문의 전에 해당 출판사에서 다른 유튜버에게 책 소개를 허락해주었는지 확인해보면 좋다.) 형식을 요구하는 출판사의 태도가 어정쩡하게 느껴지더라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으니 자신 있게 메일을 보냈으면 한다. 딱히 정해진 형식도 없고, 그리 복잡하게 쓸 필요도 없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 정도로 정리하여 메일을 보내면 되지 않을까?
1. 유튜브 계정 소개
→ 자기소개를 간단히 하고, 계정 주소를 말하면 된다.
2. 소개하려는 도서명
→ 원하는 책 이름을 이야기하고, 소개하고픈 이유를 덧붙이면 좋다. “책을 읽고 감동했어요.” 정도만 말하는 사람도 많다.
3. 소개할 부분 정리
→ 원하는 부분을 타이핑한 다음, 몇 쪽의 몇째 줄이라고 적는다. 많은 분량은 곤란하다. 적당히 한두 문단 정도여야 좋다. 영화의 스포일러처럼 책을 읽어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은 웬만하면 피하자.
4. 책 소개 방식
→ 낭독할지, 자막으로 띄울지 등 생각해놓은 방식을 이야기한다. 몇 분 정도의 영상인지도 알려주면 좋다.
5. 출처 표기에 관한 약속
→ 영상 속에 출처를 표기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영상에 넣을 출처 문구를 덧붙인다.
6. 업로드 일정
→ ‘언제쯤 영상을 올릴 예정이다.’라고 간단히 이야기하면 된다.
7. 도서 이미지 요청(선택)
→ 영상을 예쁘게 올리고 싶다면, 요청해봐도 좋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표지 이미지는 화질이 나쁜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러한 항목으로 (책에서 소개할 부분에 따라) A4 반절에서 한 장만큼 작성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내 의견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겉보기에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막상 작성하기 시작하면 쉽게 풀릴 것이다. 머릿속에 생각해놓은 계획을 텍스트로 간단히 풀어낸다고 여기면 된다.
괜히 출판사를 귀찮게 하는 일은 아닐까 어림짐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확인 요청을 보내오는 유튜버가 반갑지 않을까 싶다(물론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메일을 보내온 유튜버가 언제 영상을 올릴지 기대하는 재미도 있다. 조회수 하나 올리는 것도 버거운 초보 북튜버의 영상에 낮 동안 숫자 몇 개가 더해졌다면, 출판사 직원이 찾아왔을 수도 있다.
커버 사진: Photo by Christian Wiedige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