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여덟 번째다. 해마다 이맘때쯤 한국출판인회의에서 백붕제기념출판문화재단 후원으로 우수편집도서상을 접수한다. 여름쯤 접수를 받아 늦가을쯤 결과가 나온다.
상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편집의 완성도가 높은 책을 선정하여 그 책을 펴낸 출판사와 담당 편집자에게 상금을 준다. 매년 여러 기관이나 협회를 통해 이루어지는 도서 선정 사업에서 나는 특히 이 상을 주목한다. 직업이 직업인 만큼, ‘편집’이라는 두 글자에 시선이 절로 간다. 그런데도 마음은 그다지 즐겁지 않다.
이번에 이 상을 신청하게 되었다. 상금이 탐나서가 아니라, 좋은 기회를 놓치면 아쉬우니 신청하는 셈이다. 물론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조금은 있지만, 그래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서점에 가서 슬쩍 둘러만 봐도 좋은 책이 가득한데, 내가 담당한 책이 그리 특출 날까 괜히 소심해진다. 그리고 접수한 책 중에 단 2종의 책만 선정되니 경쟁이 분명 치열할 것이다. (2018년에는 한 권의 책이 선정되었다.)
이 상의 신청 방법은 간단하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보도자료와 함께 메일로 보내면 끝. 여기에 도서 2권을 따로 택배 발송하면 된다. 그런데 그 신청서가 문제다. 편집자의 기획 의도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작성해야 하는데, 쓰는 내내 생각이 많아진다. 신청 조건에 맞는 책을 골라놓고서 고민을 거듭한다. 신청 가능한 책은 이미 출간된 것이어야 하므로, 편집이 완료되어 손을 떠난 책을 다시 책상 위로 꺼내놓는다. 잠시 손을 떠났을 뿐인데,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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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과연 편집을 잘한 것일까?” 원고를 처음 읽어본 순간부터 인쇄 직전 마지막 교정까지, 읽을 때마다 책은 나날이 좋아져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편집자의 노력이 절실하다. 나는 최선을 다했을까. 시간에 쫓겨 많은 것을 놓치지 않았을까. 나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편집 내내 입을 삐쭉 내밀었을까. 작업을 마치고 아쉬움이 가득 몰려와서 며칠 마음속이 시끄러웠던 순간도 적지 않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신청하려는 책의 편집 과정을 되돌아본다. 처음 원고를 읽어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지?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나의 머릿속에 가득했을 것이다. 원고를 다 읽어본 입장에서 아직 원고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기란 쉽지 않다.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더라?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잘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편집 작업을 진행했다.’ 이 한마디만 쓸 수 없으니, 열심히 부풀려 본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지다 보면 어찌어찌 답이 나온다. 그렇지만 수고스러운 일임은 틀림없으니, 앞으로 편집 과정 틈틈이 메모를 잘해 놓아야겠다.
상을 받을지와 상관없이, 이 책에 스스로 만족하는가? 낯 간지러운 말이지만, 어느 순간 나에게 ‘편집을 잘한 책’의 기준이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느냐로 세워졌다. 아마 이 상을 처음 접수하게 된 순간부터 그랬던 것 같다.
판권에 적힌 내 이름을 보고 뿌듯했던 적이 꽤 아득한 옛날인 듯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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