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른히 Dec 31. 2020

감사의 말

2020년 마지막 날을 기념하며

유독 힘겨웠던 2020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다들 마무리 잘하고 계신지요?


안녕하세요.

브런치에서 소소하게 글을 올리고 있는 나른히 라고 합니다. :)

'곤히'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계실 분도 있을 듯합니다. 

이름을 바꾸게 된 계기는 별건 아니구요. 갑자기 바꾸고 싶더라구요. :)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

브런치는 초창기부터 눈여겨본 곳이었습니다. 주로 책을 집필해줄 작가를 찾기 위해서였죠. 근무 시간뿐 아니라 출퇴근 시간에도 틈틈이 브런치를 방문했습니다. 글을 읽어보고 괜찮다 싶은 분에게는 제안 메일을 보내기도 했었구요. 아쉽게도 전 회사에서는 한 건의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나름 의미 있는 활동이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세상의 숨은 이야깃거리를 발굴하는 것 같았거든요.


이후 이직한 회사에서는 분야 특성상 브런치에서 작가를 찾는 과정이 무의미해졌습니다. 제안 메일을 보내지 않을 뿐이지, 틈나는 대로 글을 읽어보고 좋은 작가를 발견하면 주변에 링크를 보내주기도 했었네요. 이 또한 나름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사이에 저도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 몇 번 작가 신청을 해보았다가, 번번이 까이고 말았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실패를 경험하거나 특히 나는 실패했는데 다른 사람은 잘되면 빠른 포기를 선택하곤 했습니다. 고3 때 누군가가 명문대에 수시로 합격했다는 교내 방송이 들려오면 샤프를 내려놓고 창밖을 한참 바라보기도 했었죠. 아무튼 이러한 성격대로라면,  '공모전에서도 늘 죽 쑤더니 브런치도 별수 없네.' 하고 포기했어야 정상일 텐데, 저는 다시 글을 쓰고 힘겹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제 인생에 별일이 생겨난 것이죠.


그때는 제 편집자 생활에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안정적인 출판사, 즉 갑자기 망하거나 갑자기 해고될 일이 없는 곳에서 재미있는 책들을 편집하며 일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늘 공허했습니다.

아직 편집자 업무를 배우고 있는 셈이니, 속상한 일도 견뎌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거죠.

아, 저에게 속상한 일이란 이런 거였어요. 도서명과 부제, 카피가 제 의도와 크게 달라지거나 정성껏 써놓은 보도자료에 빨간 줄이 벅벅 그어져 있을 때 같은 경우입니다. 원고를 가장 많이 읽은 입장으로서 아쉽겠지만, 윗사람의 조언을 받아들이면서 성장하는 것이 맞는데도, 왜 이렇게 이해하기 힘들었는지... 돌이켜보니, 책에 대해 서로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컨펌을 거치다 보면 내가 썼다고 하지만, 

그 글에서 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사람의 적극적인 의견으로 범벅된 글들은 훌륭할지 모르나, 저 자신에게 의문을 던지기 충분했습니다. 

회사의 모든 글이 한 사람이 쓴 듯 통일되는 과정은 겪을 때마다 익숙해지지 않더군요.

그사이 '회사 밖에서라도 나만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그렇게 브런치에 도전한 셈입니다. 

초심을 잃고 게으른 작가가 되었지만요. ㅜㅜ 분발하겠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달라진 점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매우 감사하게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제 일상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예전 글에서도 말했다시피 저는 메모를 잘하지 않는 편인데요. (메모를 업무의 하나로 생각하고 부담을 느꼈던 듯합니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일상을 걸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거친 가루를 체에 곱게 걸러내듯 회사에서든 집에서든 글감을 골라내는 습관이 생긴 것이죠.

무엇보다 예전보다 책을 몇 권 더 읽고 글도 많이 쓰게 된 것 같습니다. 공모전에서 줄기차게 떨어진 후 한동안 집에서는 글을 쓰지 않았거든요. 제 글을 읽어주신 많은 분이 불러온 효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글 쓰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 마음속에 근거 없는(?) 자신감도 솟아올랐습니다. 

그 자신감으로 여기저기 문을 두드린 끝에 자그마한 성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좋은 분과 미있는 작업도 시작하게 되었구요. :)

아, 가장 큰 성과를 얻기도 했네요. 이전보다는 오래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게 되었거든요. 이게 더 뿌듯하네요.




슬슬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가 되었는데, 

무슨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 고민하다 '감사의 말'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감사의 말이 주로 책 말미에 등장하다 보니, 확실히 2020년을 마무리 짓는 느낌이 드네요.

심심한 글을 시간 내어 읽어준 분들, 그리고 구독 버튼을 기꺼이 눌러준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보통 편집을 할 때 마지막 감사의 말까지 원고를 주르륵 훑듯 읽은 다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원고를 정독하곤 했습니다. 2021년에 조금 덜 게으른 작가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숙제하듯 책 읽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