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흥미롭게 읽고 있는 책. 이현 작가의 『동화 쓰는 법』(유유, 2018년)에는 ‘내포독자’라는 말이 등장한다.
그러므로 창작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책이 나왔을 때 읽게 될 실제독자가 아닌 내포독자, 즉 작가가 임의로 설정한 독자다.
- ‘3.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어린이 독자’에서 발췌.
내포독자는 단지 독자의 수신에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작가의 발신, 즉 동화의 기준점이 되어 준다. 작품의 성패와 수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3.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어린이 독자’에서 발췌.
도서명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동화를 쓰고 싶은 작가 지망생을 위한 따뜻하고 뭉클한 조언이 가득하다.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아이를 위한 동화, 이 간단한 진리가 지켜지지 않는 몇몇 동화의 사례는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그래, 작가로서 하고픈 말을 모두 내뱉기 전에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숙고하는 자세가 중요하지. 그러고 보니, 독자라. ‘내포독자’라는 말에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내포독자는 ‘작가가 임의로 설정한 독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동화라고 치면, 독자를 어린이로 뭉뚱그리지 않고 “어린이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춤 창작을 하라”(‘3.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어린이 독자’에서 발췌)는 것이다.
공룡을 소재로 한 동화라면, 독자가 얼마큼 공룡을 알고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티라노사우루스’라는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어린이가 있는 반면, 공룡을 전공한 학자만큼 공룡에 빠삭한 어린이도 있을 것이다.
모든 어린이를 아우르는 건 어려울뿐더러 이야기의 완성도를 낮출 수 있다. “내포독자가 명확할수록 이야기는 구체화된다. 생명력을 얻는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가 된다.”(‘3.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어린이 독자’에서 발췌)라는 작가의 말처럼.
Photo by Blanca Paloma Sánchez on Unsplash
문학이 아니더라도 많은 책이 내포독자를 고려한다.
출판사마다 표현은 다를 수 있지만 대개 ‘예상독자’라고 표현할 것이다. 책을 사줄 독자뿐 아니라, 그 책을 가장 흥미롭게 읽어줄 독자도 고려한다. 공룡을 다룬 과학책이라면, 위에서 말한 대로 독자가 공룡을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 내포독자가 결정될 것이다.
홍보를 진행할 때는 이러한 내포독자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어물쩍 ‘공룡 과학책’이라고 말했다간 오히려 독자에게 혼동만 주고 만다. ‘공룡에 입문하는 책’이라든지 ‘공룡에 대해 깊이 배울 수 있는 책’이라든지,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어떤 책은 본디 좁은 세계에서 태어난다.
마이너한 장르를 소재로 하여, 책이 속한 분야가 무척 좁은 것이다. 아주 크게는 예술이나 실용 등에 속해 있지만, 굳이 따지고 들어가면 굉장한 하위 범주에 속한다. 이러한 책은 판매지수가 얼마 되지 않아도 그 분야의 상위권을 차지한다.
분명 찾는 사람이 있기에 출판사도 작가도 출간하기로 마음먹었겠지만, 그 책은 많은 사람의 응원 대신 근심을 받으며 세상에 나오기 마련이다. ‘이 책이 과연 팔리긴 할까?’ ‘다음 쇄를 찍을 수 있을까?’ 얼마나 팔릴지 감히 예상할 수 없어, 그 출판사에서 가장 적은 부수로 인쇄되는 책. 이러한 책에는 누군가의 용기가 담겨 있다.
물론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겠지만, 그럼에도 걱정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그래서 괜히 보도자료 끝에 이렇게 쓴다. ‘두루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혹시 몰라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누군가에게는 힘겨운 도전일 수 있지만, 읽는다면 읽을 수 있다. 겨우겨우 읽고 나면 뜻밖의 지식과 새로운 시선을 얻을 것이다.
‘모두’ ‘두루’ ‘누구나’ ‘전 세대가’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어딘가에서 용기를 내줄 독자에게 추신을 덧붙인다.
커버 사진: Photo by Daniel Cheung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