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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른히 May 07. 2021

바다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을 읽고

우리는 이제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사계절 중에 봄만 따져봐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봄철 꽃가루 날림 시작 시기가 10년간 보름가량 빨라졌다고 한다. 이는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변화하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보인다.


자연재해는 1차적인 발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쇄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중략) 재해가 또 하나의 재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기후 급변이라는 말 속에 함축된 무거운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하는 이유다.
- 147쪽에서 발췌     


‘기후 급변’이라고 불러야 할 만큼 급격한 기후변화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곳은 바다가 아닐까. 모두 알다시피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대지보다, 바다는 더 넓고 깊다. 푸른 행성 지구의 주인공은 단연 ‘바다’일 것이다. 바다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어, 흔히 ‘기후 조절자’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차지하는 면적도 넓지만, 평균 수심도 육상의 평균 해발고도에 비해 월등히 깊기 때문에 그 안에 엄청난 부피의 바닷물을 담고 있다. 이 거대한 부피의 바닷물 속에서는 우리가 알든지 모르든지 지금도 수많은 자연과정들이 끊임없이 작동 중이다. 그 일면만 보아도 숨이 막힐 것 같은 장대한 바다를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지구는 언제까지고 이처럼 푸른 행성으로 남을 것만 같다.
- 14쪽에서 발췌


나에게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남성현 지음, 21세기북스, 2020년)은 오랜만에 참고 도서로서가 아닌 개인적인 관심사로 찾아 읽은 과학 도서다.

기후변화를 다룬 이 과학책을 짚기까지 꽤 오래 망설였다. 문과인 나에게 어려운 내용이 가득할 거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고른 건 읽어보고 싶어서, 바다를 알고 싶어서였다.


Photo by Marek Okon on Unsplash


바다는 현재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지구 온난화로 해표면 온도가 크게 오르고,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해수면도 상승하고 있다. 바닷속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서 해양 산성화 문제도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해양 오염도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다.

한동안 뉴스에 오르내린 ‘태평양 거대 쓰레기 섬’은 인간의 무분별한 쓰레기 배출과 함께 해류의 흐름이 어떻게 쓰레기들을 한곳에 모아 두었는지로 화제를 불러 모았다. 해양 오염에 대처하기에 앞서 바다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태평양 거대 쓰레기와 같은 미세 플라스틱 해양 오염의 경우 거대한 해류를 따라 대규모로 이동하는 만큼, 쓰레기 더미 내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양상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결국 인간은 그 심각성을 미처 파악하지도 못한 채 이곳에 분포하는 다양한 해양 생물을 그대로 섭취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162쪽에서 발췌


‘서가명강’이라는 시리즈에 속한 책이니만큼, 이 책을 쓴 저자도 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의 남성현 교수는 그동안 쌓아 올린 식견과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앞세워 우리를 단숨에 바다의 세계로 안내한다. 자연재해에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모두 포괄한 융복합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39~40쪽)라는 관점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내용으로 넘어가기 전에 자연재해와 기후변화의 개념을 풀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 책의 주요한 특징은 ‘반복 학습’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내세우는 주장이 여러 번 등장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치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시험에 나올 만한 것들에 별표를 치라고 하면서 두세 번 언급하고 넘어가는 것처럼. 별표가 잔뜩 숨어 있을 듯한 부분들을 계속 만나다 보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우려는 작가의 절박한 감정이 느껴진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로 상징되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는 단지 온도 1도의 상승으로 뭉뚱그릴 수 없는 거대한 움직임이다. 빙하가 녹고, 평균 해수면이 상승하며, 해양생태계 전반이 위험에 처하는 등 자연의 평정을 깨뜨린 인류가 지구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수정한 결과 맞이한 인류세적 사태인 것이다.
- 124쪽에서 발췌     


우주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인간에게 바다는 아직도 미지의 세계다.

한 줌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어둠과 이방인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거대한 수압은 심해로 향하는 인간의 발목을 붙잡는다. 그간 바다를 탐사하는 기술 비약적으로 발하여, 지난 몇백 년보다 최근 몇십 년간 훨씬 많은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한다. 바다 한복판으로 나서는 많은 과학자는 인류의 희망을 우주가 아닌, 지구의 널따란 바다에서 찾는다. 우리는 쉽게 지구를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다. 지구의 위기에도 희망은 있다. 그리고 단언컨대, 결국 희망은 ‘바다’에 있다.
- 15쪽에서 발췌



커버 사진: Photo by Joseph Barriento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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