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희망
희망이가 떠났다.
한동안은 잘 지냈다.
따뜻했고, 숨이 트였고,
하루의 끝에도 작은 불빛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잠깐 나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번엔 오래 걸릴 것 같다.
기척이 없다.
그 흔한 미세한 온기도 남지 않았다.
희망이 없는 시간은 길고,
낮에도 어둡다.
사람들은 말한다.
“현실을 봐야지.”
“희망만으로는 안 되지.”
그 말이 맞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나는 안다.
희망이 없으면, 나는 살 수 없다.
희망이 있을 땐
세상이 같은 모양이라도 다르게 보였다.
같은 커피도 따뜻했고,
같은 거리가 조금 더 멀리까지 이어졌다.
그게 전부였다.
그게 충분했다.
이제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다.
방을 정리하고, 나를 조금 가꾸고,
하루를 차분히 버틴다.
희망이가 돌아왔을 때
“나, 계속 여기 있었어.”
라고 말할 수 있게.
희망이는 꼭 돌아온다.
조금 늦더라도, 반드시.
그게 희망이의 버릇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