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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M씨 Sep 28. 2015

평범한 직장인 M씨의 그리스섬 탈출기-3

- 3000년 B.C. 미코노스섬 -  


  미코노스에 도착하니 산토리니의 둥근모양의 파란 지붕과는 다르게 사각형의 하얀 지붕으로 되어 있었다.  산토리니는 화산의 영향으로 지붕을 둥글게 만들었다고 하니 이곳은 화산이 일어나지는 않는가 보다.  그 외에 특별한 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우리를 내려 준 곳은 알레프칸드라 광장(Alefkandra Square)였다.  여기서 왼쪽에는 그 유명한 4개의 풍차가 돌고 있었다.  오른쪽 앞쪽에는 리틀 베니스라는 곳이 있었다.  바닷가 바로 옆에 레스토랑들이 즐비하고 있었으며, 조금 다 가면 이층 건축물이 바로 바닷가에 닿아 있었다.  지금은 그곳이 바나 레스토랑으로 운영되어 있었지만 옛날에는 해적들이 보물을 실기 편하게 바로 바다에 붙게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해적들이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약간 들뜬 느낌은 들었다.  뭔가 술이 땡기는 그런 느낌 말이다.

  다시 자유시간을 주었다.  나와 나의 동료 K군은 다시 한번 로컬문화를 느끼려 도시를 헤매고 돌아 다녔다.  흔히 관광가이드에 나오는 그런 당연하고 오래된 곳이 아니라 새로운 나만이 찾은 그런 새로운 곳을 찾고 싶었다.  우리는 일행과 떨어져 계속 걸었다.  골목 골목을 헤매이다가 바닷가 모퉁이로 나왔다.  여기다 싶었다.  한 멋진 아저씨가 흰색 건물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리트리버처럼 생긴 큰 개가 아저씨의 다리에 기대어 누어 있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노을을 기다리는 듯 했다.  나는 나의 동료 K군에게 외쳤다.

  “여기야!  미소스 사오자!” 


  나중에 알아보니 그곳은 민속박물관(Foklore Museum) 바로 옆에 있는 Karaoli Dimitriou 광장이었다.  우리는 구멍가게에서 미소스 두병을 샀다.  그리고는 광장 끄트머리 바닷가에 자리를 잡았다.  바로 석양이 보이는 곳이었다.  거기서 석양을 바라보며 우리는 맥주를 마셨다.  한명씩 돌아가며 석양을 배경으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각자의 폰으로 찍어주기도 하였다.  담배도 맥주를 마시며 피웠다.  파도가 치면서 거품이 올라왔다.  석양을 배경으로 커다란 해적선 같은 서양배가 지나갔다.  더 이상 필요한 것은 없었다.  모든 것은 완벽하게 세팅되었다.  

  밥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리틀 베니스 쪽 반대쪽에 있는 항구쪽으로 갔다.  그곳에는 바다를 바라보고 밥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들이 즐비했다.  시끄럽지는 않지만 자기네들 가게 앞으로 오는 손님들 대상으로 호객행위도 있었다.  우리보고 한 잘 생긴 그리스인 청년이 ‘니하오’란다.  나는 안들린다는 듯이 지나가려 했다.  그러나 K군은 재미있다는 듯이 ‘니하오’하며 다가갔다.  메뉴를 보니 잘생긴 청년이 중국어로 계속 설명을 했다.  한 국물요리 같은 사진을 가리키며 중국어로 뭐라 얘기를 했다.  우리에게는 ‘완탕수프’라는 소리만 들렸다.  오로하.  그리스식 음식점인데, 중국관광객이 많아지니 중국요리도 한다는 뜻이군하며 보니 중국인 관공객들이 커다란 해물플래터를 다 같이 먹고 있었다.  나는 다른 곳으로 갈려고 했으나 수프라는 단어에 하는 수 업이 들어갔다.  그러면서 “We are from Korea."라고 했다.  그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영어로 주문을 받았다.

  그가 추천한 완탕수프라는 것를 시켰다.  그거랑 우리네 음식이랑 가장 비슷해 보이는 오징어 튀김과 멸치 튀김을 시켰다.  그리고 미소스 두병과 사키 두잔을 시켰다.  신나는 밤이다.  술이 있고 그에 맞는 안주가 있다.  우선적으로 수프가 나왔다.  너무나도 오래간만에 본 국물요리라서 먼저 한 숟가락 떠 먹었다.  어!  이건 대구지리 맛이다!  나는 웨이터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Is this Greek Soup?" 그러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완탕수프는 그냥 그거와 비슷하다는 뜻이었나 보다.  국물이 시원했다.  생산살은 부드러웠으며, 감자는 고소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리스 현지인들이 먹는 수프의 한 종류였다.  그리스라고 수프요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관광객들이 가는 곳에 없었을 뿐 현지인들은 먹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은 완벽했다.

  술이 약간 모자라는 듯했으나 다시 모이는 저녁 10시가 다 되어 가서 집합하기로 한 장소로 이동했다.  거기서 Y 교수님을 만났다.  Y 교수님이 무슨 향수에 젖으셨는지 담배 있냐고 물었다.  나는 가진게 없었다.  그러나 그리스 담배는 펴 보고 싶었다.  우리는 광장에 있는 작은 노점가게에 들어갔다.  그리스 담배와 싸구려 시가 그리고 미코노스 펠리칸 그림이 그려져 있는 터보 라이터를 샀다.  교수님이 가게주인과 그리스어로 말이 오갔다.  가게주인은 약간 흥분하듯이 너가 그걸 알아라는 듯한 표정으로 언성이 높아졌다.  우리는 다시 가게를 나와 광장에 어느 집앞에 앉아서 담배를 피웠다.  거기에는 Y 교수님, 동료 K군, 그리고 P 여교수가 있었다.  그러나 가게주인 다시 나와 무어라 소리를 질렀다.  P 여교수는 여기서 있지 말라고 하나봐 하면서 긴장을 했다.  그러나 Y 교수님이 가게주인 한테 갔다.  나는 둘이 아는 사이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Y 교수님이 다시 돌아왔다.  오른손에는 자그마한 봉투를 꽉 쥐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길거리 모퉁이에 앉더니 “아 눈물나”라고 하였다.  눈을 보니 실재로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러자 설명을 하였다.

  “저 가게주인이 스파르타 출신인데, 부인이 미코노스사람이라서 여기서 가게을 하고 있데.  그런데 이번 그리스 사태에 자기는 무조건 ‘No’를 외칠 거래.  왜냐?  자기는 스파르타이기 때문이래.  끝까지 저항할거래.  그러면서 이걸 주네.”라며 봉투에서 끄집어 낸 것은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으로 ‘나는 스파르타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 위에 그리스어로도 쓰여 있어서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 그건 ‘와서 가져가라’라는 영화 300에도 나오는 대사로 페르시아왕이 보물을 가져오면 살려 주겠다고 하니 스파르타가 ‘니가 와서 가져 가라’라며 저항했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했다.

  모든 일행들이 먼저 호텔로 가고, 우리 4명과 함께 가이드 K사장, 그리고 한국에서 이 여행을 준비한 S대표만이 남았다.  나는 이제 뭘하지 하며 궁금해 하고 있을 때 빨리 봉고를 타라고 한다.  그리고 그 봉고는 작은 언덕들을 넘어 가며 급하게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고 시계는 밤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도착하니 큰 음악소리가 들렸다.  안으로 들어가니 젊은 남녀가 서로 뒤엉켜 커다란 스테이지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한 여자 무리는 가져온 술을 원샷들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거기를 구경하다가 다시 해변가로 나왔다.  해변가에서 뒤를 보면 야외 클럽이 밝을 불을 밝히며 다들 신나게 놀고 있었다.  앞을 보니 커다란 요트가 하나 놓여 있었다.  옆을 보니 다소 어두웠으나 남녀가 해변에서 관계를 갖고 있는 듯이 보였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해변가에 앉았다.  나는 바닷가를 바라보며 싸구려 시가에 불을 붙였다.  한 모금 빨아보고 가져온 맥주를 마셨다.  머리 안쪽으로 띵하고 때리는 느낌이 들었다.    

  때는 2003년.  회사 회식 자리였던 것 같다.  우리는 삼겹살에 소주를 계속 건배를 하며 마시고 있었다.  여직원 R양이 말했다.

  “외국 어디를 가면 섬이 있는데, 거기는 보름달이 뜨면 파티가 일어 난데요.  근데 거기는 자동차로는 갈 수 없고, 배를 타고 가야 한데요.  꼭 가보고 싶어요.”

  “에이 그런 데가 어디 있어.  한번 가보고는 싶네.”라고 내가 대답한 기억이 난다.    

  혹시 몰라 해변가 밤하늘을 고개 들어 올려 보니 달이 가득차 떠 있었다.  

  가이드 K사장에게 여기가 어디에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여기가 수퍼 파라다이스지!  그리고 오늘이 풀문 파티야!”

  그녀가 말한 곳은 실재로 존재하는 곳이었고, 그리고 그곳은 여기였던 것이다.  그곳을 12년 후에야 찾았던 것이다.    

  이러한 환란의 섬 미코노스에도 유적지가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우리는 그 다음날 아침 또 다시 배를 약 한시간 가량 타고 델로스섬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델로스섬 또한 매우 유명한 섬이라고 한다.  바로 신화에 나오는 아폴론이 태어난 곳이라고 한다.  제우스의 또 다른 가족인 레토 사이에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쌍둥이 남매가 태어났다.  그런데 제우스의 본처인 헤라는 이름과는 달리 다른 아내들과의 관계를 적극 권장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아폴론이 나올 기미가 보이자 헤라는 출산하지 못하도록 온갖 권력을 다 동원하여 막는다.  그러던 중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이를 안타깝게 여겨 떠돌아 다니던 이름 없던 무인도를 쇠사슬로 묶어 이동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때 레토가 이 떠돌이 섬에 내려와 가운데 호수에서 아자수를 붙잡고 아폴로와 아르테미스를 고통 끝에 9일 만에 출산하게 된다.  그 신화 속 호수가 이 델로스섬에 있다고 한다.

  델로스섬에 도착하니 이건 섬 전체가 유적지이다.  그리스인 해설사는 섬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고 했다.  우리 강화도는 지붕없는 박물관이라는 좋은 표현을 쓰고 있다.  그 유적지를 따라 걸으면서 설명을 들었다.  가운데 아폴로가 태어났다는 호수는 지금은 물이 말라 없어졌으나 야자수 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호수자리를 가로질러 아폴론 신전과 사자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평민들이 살았다는 시내로 갔다.  바닥이나 담벼락이 그대로 돌이나 바위로 만들어져 있었다.  거기에는 원형극장도 있었으며 문화에 후원을 많이 한 부자들, 귀족들은 맨 앞에 등받이가 있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유적지는 돌아보기에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꽤 넓은 크기였으나 이러한 크기가 전체의 1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다고 한다.  나머지는 예산 관계로 아직 땅 밑에 숨겨져 있다.  퍼 내봐야 관리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박물관들에는 온갖 유물들로 가득 차 있다.

  옛날도 그렇지만 인간세계에는 계급이 존재한다.  신화에도 계급사회가 존재한다.  신들도 계급이 있지만 신-인간의 계급이 존재한다.  유적지를 돌다보면 그 당시의 계급사회를 볼 수 있다.  귀족-평민의 2단계 계급사회다.  더 세부적으로 나눈다면 왕-귀족-평민-노예의 4단계 계급이다.  이러한 계급체계는 근대화 되면서 자본가-노동자의 계급으로 변화하였다.  우리가 현대에는 평등하다고 느끼는 것이 노동자 계급으로 태어났어도 자신의 노력에 따라 자본가 계급으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민 출신이지만 자본가가 된 사람들의 노력을 신화처럼 다루기도 한다.  이 자본가 계급도 두 단계로 나뉘는 것 같다.  정말 재벌출신의 자본가와, 자수성가형 자본가로 중소기업 내지 벤처사업가 등이 이에 속한다.  여기서 자본가와 노동자의 차이는 자기만의 생산수단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생산수단이 있으면 자본가로서 노동자를 고용해서 일을 시켜 생산물을 만들어내게 만든다.  노동자는 자신의 생산수단이 없기 때문에 자본가에게 특정한 일을 제공하고 노동한 댓가를 받는다.  그 차이일 뿐이다.  내가 월급을 받고 있으면 사무직이건 생산직이건 노동자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같이 동행한 일행들은 다 나와는 다른 새로운 부류인 것처럼 느껴진다.  거의 다 S대를 나왔으며, 행시 등을 패스 했으며, 교수, 의사, 변호사, 고위공직자 등을 하고 있거나 이전에 했다고 한다.  이러한 여행도 처음 온 게 아니라 이전에도 다른 곳도 많이 다녔다고 한다.  굳이 여기까지 와서 한국음식을 찾아야 되느냐는 고상함도 갖추고 있다.  다들 날씬하고 스마트하게 보였다.  이들은 생산수단이 없기에 자본가 계급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나 노동자 계급도 아니다.  자신들만의 엘리트 정신 내지 네트워크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이들은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 존재한다는 지식노동자, 엘리트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들을 유지노동자, 지식을 갖춘 엘리트층을 형성하는 노동자, 라고 부르고 싶다.  그 외 일반 노동자는 지식추구가 아닌 TV나 스마트폰에 속아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착각하고 사는 층을 무지노동자라고 부르고 싶다.  지식노동자와 육체노동자의 구분이 아닌 지식을 소유한 엘리트층이냐 지식을 소유하지 못한 사무, 생산노동자층이냐의 구분이다.  소위 유명한 고액연봉을 받는 운동선수들도 이 유지노동자에 속할 것이다.  따라서 현대는 자본가-자수성가형 자본가-유지노동자-무지노동자의 4계층으로 나뉘는 게 아닌 가 혼자 상상해 본다.  물론 나는 무지노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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