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 이후 로도스섬 -
우리가 맨 처음으로 도착한 섬은 로도스섬이다. 가이드북에도 잘 언급되지 않는 섬이다. 아테네에서 배를 타고 12시간 이상을 가야 한다. 일정도 길고 배도 갈아타고 해서 한국사람들이 아직까지는 많이 못 가본 곳이라고 한다. 거의 터키 밑에 있으며 섬 크기는 541평방미터로 그리스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다. 이 먼 섬에 얼마나 살까 했는데, 10만명이상이 이 섬에 살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해변으로 인해 고급 호텔, 리조트들이 해안을 따라 줄 서 있으며, 호텔에서 바로 나가면 프라이빗한 해변에서 즐길 수 있게 되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럽의 부호들이 오는 곳으로 선박왕 오나시스가 가장 좋아 했던 곳이라고도 한다.
여기에는 유적지는 없겠지 했으나, 이곳에도 유적지로는 린도스라 하여 B.C. 10세기경에 도리아인 왕인 Tlepolemus에 의해 세워진 아크로폴리스가 있다고 한다. 그 밑에는 평민들이 살았던 듯한 집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현재 이 집들은 기념품점 내지 음식점으로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하지만 제일로 신기한 것은 A.D.로 넘어온 유적인 올드 타운(Old Town)이다. 이제야 예수 이후 세계사로 넘어오는 느낌이다. 여기에는 성이 있고, 성을 지키는 기사단이 있고, 평민들로 구성된 마을이 있다. 1309년부터 1523년까지 예루살렘의 성 요한 기사단(The Order of St. John)이 로도스를 점령해 요새화 한다. 따라서 이 올드 타운의 어퍼타운(Upper Town)에는 기사단장의 궁전(Palace of the Grand Masters), 대병원, 기사의 거리 등이 있다. 그 후로는 터키와 이탈라이의 지배를 받아서 로어타운(Lower Town)에는 오스만 제국 시절의 모스크, 대중목욕탕 고딕 건축 등이 있다. 프랑크식 건물과 오토만 제국 시절의 건물이 혼합되어 존재하고 있는 옛 시가지는 옛 문화를 보존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는 흔히들 관광지를 개발한다고 하면, 쓸어 버리고 그 위에 최첨단 건물을 세울 생각부터 한다. 그리고는 스토리가 없다며 한탄하면서 스토리 공모전등을 개최한다. 그 지역의 역사나 문화와 전혀 상관없는 스토리를 선정해 봐야 오래가지 않는다. 최첨단 건물에 넣은 콘텐츠도 없으니 그냥 비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새로운 입주자를 모집한다. 전혀 그 지역출신이 아닌 아무나 돈이 있는 사람이 입주하여 장사를 한다. 관광객을 환대하는 분위기가 아닌 호갱 보듯이 한다. 관광객은 다른 곳으로 발을 돌린다. 관광객을 유치하라고 난리를 친다. 다시 인프라가 없다며 한탄한다. 기존 것을 허물고 뭔가 새로운 것을 세울 계획을 세운다. 한국관광지 개발의 악순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발중심에서 보존중심으로의 사고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벽 안으로 들어와 평민들이 상점들을 이루었던 골목들을 걸었다. 안심한 느낌이 들었다. 성 밖에는 거인들이 오고 있다. 그러나 평민을 신경 쓰지 않는다. 대장간 일을 계속 하고, 음식을 만들고, 옷을 만들고 팔면 그만이다. 거인들과의 싸움은 기사단이 막아줄 것이다. 기사단이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이다. 우리에게 연금만 계속 나오면 그만이다. 우리는 보호 받고 있다. 이러한 마음자세는 지금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듯하다. 여기 성 안에 있으면 약 500년 전부터 역사가 오늘까지 이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곳을 올드 타운(Old Town)이라고 부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