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에 외국생활을 하겠다고 미리 계획한 것은 아니었는데, 얼떨결에 어쩌다 보니 외국에 나오게 되었고, 마침 아이가 외국생활을 경험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들 하는 초1 즈음이었다. 업무상 영어를 가까이하고 있지만 아이의 어린 시기에 유치원, 어린이집 대신 영어학원에 보낼 생각도, 경제적 능력도 없었고 대신 집에서 영어책을 읽어주려고 하면 아이는 내 입을 막으며 거부했다. 영어 영상을 보여주는 것도 싫어해서 한국어영상 5개에 영어 영상 1개 정도로 껴서 겨우 보여주는 수준.
그래서 아이가 처음에 캐나다에 왔을 땐 영어를 전혀 하지도 못했다. 궁금했다. 아이가 영어를 어떻게 배우게 될지, 어느 정도까지 늘어가게 될지.
아이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것은 3개월 남짓 되었지만 아이는 여전히 간단한 영어 단어를 읽지 못했다. 피자 가게 지나가며 pizza,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bus. 학교 앞의 school 등 일상에서 자주 지나가는 장소에 자연스럽게 놓여있는 영어단어들에게도 아이는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고 조급함을 누르며 아무렇지 않은 듯, 아이에게 '저 단어 읽어볼래?'라고 해도 대부분 읽지 못했다. 나는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해서 광고, 게시판글 등 활자가 눈에 띄면 뭐든 읽는 편인 나와는 달리 글자들이 궁금하고 읽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내 아이에겐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단어에 눈을 뜨게 할 수 없다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차례이다. 그래서, 커다란 점보북을 사서 하루에 10개씩 크게 읽었다. 한 달 정도가 걸려 전체 단어를 다 읽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러고 나서는 함께 책을 읽다가 한 단어, 한 문장, 한 문단씩 점차적으로 소리 내어 읽는 양을 늘리고 있다. 조금씩 영어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가 2학년이 되자 journal 쓰기 활동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았는데, 아이는 학교에서 매주 한 번,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엄마에게 알려주는 Dear Mom journal을 쓴다. 나는 읽고 틀린 단어들을 고쳐주고 답장을 써서 월요일에 다시 돌려보낸다. 작년에 자연스럽게 단어를 읽을 수 있게 되지 않은 것처럼, 올해에도 자연스럽게 단어를 쓸 수 있게 되지 않기에 다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차례이다. 다시, 커다란 점보북을 꺼내 내가 단어를 불러주면 아이가 단어를 받아쓰기해보게 했다. 작년엔 하루에 단어 10개 소리 내어 읽기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다음날 되면 전날 단어를 까먹어 늘 같은 것만 하는 느낌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단어를 쓸 수 있게 되었지? 하루 만에 pre-premier 단어에서 second grade 단어까지 다 쓸 수 있었다.
would라는 단어를 불러주는데, 거침없이 써 내려가 가던 아이가 멈추었다. 나는 wood로 발음했나 싶어 could should 할 때 would라고 설명을 덧붙이니 아, would라고 하는 아이. would의 그 발음이 나보다 더 정확한 것 같다. 나는 늘 would를 발음할 때 wood처럼 발음했던 것 같은데 우리 아이 영어 많이 늘었네.
know(no), right(write), ate(eight), by(buy) its(it's) their(there) two(too, to) 등의 단어를 받아쓰기를 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진다. 아이고. 의식하지 않고 발음했던 것들을 내가 정확하게 발음해 왔는지 다시 한번 정확하게 발음기호를 봐야겠구나!
우리에겐 이제 반 년의 시간이 남았다.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였던 작년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나 놀라운 성장! 내년엔 어떤 모습으로 날 놀라게 할지, 벌써 기대되고 궁금하다.
(이 정도 수준의 단어였지만 처음엔 아이는 쉽지 않았다. blue엔 파란색, red엔 빨간색, yellow엔 노란색으로 표시해 둔 건 꼬마의 커닝페이퍼 아닌 커닝페이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