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쓰고 남은 카드도, 올해 일치감치 사둔 카드도 충분히 있다. 채팅방을 뒤져보면 친구들이 보내준 주소도 있을 것이다. 작년에 했던 것처럼, 카드에 안부와 응원을 담아 크리스마스 전에 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바쁘지 않았고 아프지도 않았는데 스크린타임만 의미 없이 늘린 채, 어느새 시간은 12월 중순이 되어버렸다. 한국으로 우편을 보내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이다.
9월부터 시작된 학기는 내일을 끝으로 일단 종료, 2주 간의 winter break에 들어가게 된다. 학기와 동시에 시작했던 커뮤니티센터의 수업들도 차례차례 끝이 났다. 가까이 지내는 이웃과 송년모임을 두어 번 했고, 아이의 친한 친구들을 집에 불러 play date도 했다.
저녁식사자리에서 이웃에게,
튜터 마지막 시간에 선생님에게,
우리 집에 놀러 온 아이의 친한 친구에게
미리 준비한 선물을 주었지만 더 크고 더 귀한 마음이 담긴 선물을 돌려받았다. 좀 더 크고 좋은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과거의 내가 부끄럽고 미안해진다.
내 마음 언제부터 이렇게 작아진 걸까?
어떤 이가 생각나서 준비할까 하다가도 금세 사그라드는 그 마음이 내게는 있다. 해주고 싶다! 하다가도 어느새 좋아할까? 의미가 있을까? 하다 사그라들어 버리고 마는 그런 마음. 그래서 카드를 준비해 놓고도 한 장도 쓰지 않았고, 선물 코너들을 돌아보아도 빈손으로 쇼핑을 끝내는 일이 더 많았다. 그러는 시간 동안 내 마음은 더 가난해진 게 아닐까.
아무도 시키지도 않았고 해야 할 일도 아니지만, 받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기뻐할 그 순간을 위해 지금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힘껏 늘려봐도 늘어나지 않는 라텍스 풍선을 늘리는 제시처럼.
내 친구 제시가 선생님들에게 풍선아트를 만들어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해서 구경할 겸, 도와줄 겸, 제시의 집에 다녀왔다. 점심도 먹지 않고 쉬지도 않고 몇 시간을 풍선과, 공기와 씨름하며 작품을 완성했다. 전날 비가 오지만 먼 길까지 운전해서 준비물을 사 왔고, 늘 놔두던 자리에 공기주입기가 없어 홍콩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해 차량용 공기압 주입기를 찾아 공기를 넣었다. 그러나 구입한 용품들은 테이블에 올려놓은 채 깜빡하고 쓰지도 않았고, 처음 써보는 공기주입기는 다루기가 어려워 금세 바람이 빠지고 만다. 한참 하다가 충전이 안되어 강제 커피타임을 가지는 것도 예상하지 못한 일.
가게에서 사는 것보다 서툴고 보잘것없지만, 누가 뭐랄 것인가. 고마웠던 사람에게 고마웠다고 마음을 전하는 그 일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마음을 전달하는 그 일은 귀하고 소중한 것이기에, 옆에서 보는 내 마음도 기뻤다.
그래서 나도, 더 늦기 전에 고마웠던 사람들을 꼽아보려 한다. 무사히 한 해가 지나가는 것이 그 고마웠던 사람들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더 고마워질 것만 같다. 그리고, 나의 이 감사함이 전달되어, 내 사람들이 올해도 나쁘지 않게 지나간 해라고, 생각하게 되면 좋겠다.
모두에게 해피뉴이어
제시네 집에서 같이 만든 풍선들. 풍선과 상자 색을 맞췄다.
아이의 친한 친구가 여름동안 그린 그림을 선물로 받았다. 우리가하이킹을 자주 다니는 것을 알고 선물로 주고 싶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