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교 간 시간, 남편과 나는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나섰다. 아이가 갖고 싶어 했던 신발을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은 골프숍에 들러 본인의 골프장갑 두 개를 골랐다. 왼손용 장갑을 사야 하는데 오른손용 장갑을 사서 실패한 적도, 케이스를 열자 다른 브랜드 장갑이 포장되어 있어 실패한 적도 있어 꼼꼼하게 고르는 남편, 두 번째 장갑은 50% 할인받아 만족스러운 쇼핑이 되었다.
"골프장갑 나에게 줘볼래?"
"왜?"
"산타할아버지가 골프장갑 준 걸로 하고 포장해서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둘게. 25일에 받을래?"
남편의 선물을 고르는 일은 너무 어렵지 않나요. 결혼기념일, 생일, 크리스마스 등 이벤트가 올 때마다 무얼 사줘야 하나 고민하지만 고민만 하다 결국 사지 않는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옷을 사주기엔 필요할 때마다 틈틈이 샀던 게 생각이 나고, 선글라스도 본인 생일에 샀고, 모자도 지난번 쇼핑에서 샀고. 이걸 살까 저걸 살까 고민만 하다 어떤 것도 사지는 않은 채 크리스마스를 맞게 되었다.
사실 나는 남편의 골프신발을 새로 사주고 싶었다. 바닥의 스파이크도 빠진 지 오래. 부품을 찾아 끼워봤지만 이미 쉽게 빠지고 만단다. 남편처럼 깔끔한 사람이 골프신발은 관리하길 포기한 건지, 모래먼지가 쌓이고 쌓여 흙먼지가 브랜드를 가렸다. 우리 집 신발장에 있는 가장 지저분한 신발이 바로 남편의 골프신발.
"골프신발에 꽂혀있는 스파이크가 도움이 돼?"
"되지"
"신발에 있는 스파이크 다 빠졌잖아"
"빠졌지"
"오늘 Sport Chek 문 열었는데, 가서 신발 사자!"
"필요 없어. 여기서 신다가 한국 들어갈 때 버리고 갈 거야"
겨우 생각해 둔 아이템도 이렇게 거절당해 버렸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아침, 포장을 뜯자 자신이 산 골프장갑이 나온다. 본인이 산 장갑을 압수당했다 며칠 지나 받는 건데도 기뻐하는 남편의 얼굴이 웃기다. 내가 포장을 잘하긴 했지? 한편으로는 다른 선물도 준비해줬어야 하나 미안한 마음도.
크리스마스가 이틀 지난 오늘. 뭐라도 해줄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스멀스멀 올라오던 차, 매직블록과 청소솔을 챙겨 남편의 골프신발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신발끈도 풀어 비누로 씻고, 신발에 묻어있는 먼지와 사이사이에 끼인 잔디들도 깨끗이 털어 신발을 창문가에 놓아두었다. 어버이날 선물로 부모님께 집안일쿠폰, 안마쿠폰 등을 주는 어린이가 된 아침이다.
우리 가족 만의 Christmas Ritual이 있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받는 일- 꼬마는 나와 남편에게 같은 메시지(Happy Holidays and Happy New Year.)를 썼다가 혼나고 남편 것을 수정해야 했다. 작은 선물과 작은 카드 하나로 행복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여서, 함께 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벌써 우리가 10번째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게 되었다. 11번째는 제대로 된 선물을 준비해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