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미쓴 일단 해봐 Dec 06. 2023

3천만원만 더 있으면 좋겠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보통 건축주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재력(?)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재무적으로, 집을 짓는 일은

극한의 레버리지를 1년 이상 견뎌내는

불안과 걱정의 종합예술이라는 사실을

나 역시 뒤늦게 깨달았다.


수십 수백 번을 꼼꼼히 계산했고

공사기간이 늦어질 위험,

금리가 올라갈 위험,

시작할 때는 몰랐던 새로운 비용이 발생할 위험을

준비하고 또 준비하여

가장 보수적이고도 안전한 플랜을 세웠다

고 생각했다.


하지만 설계와 인허가에서 6개월이 소요되는 것은,

금리가 7.5%까지 올라가는 것은,

하다못해 대출을 일으켜도 컨설팅비를 명목으로 소개비가 2천만원 가까이 나가는 것은

나름 대비해 왔던 '안 좋은 상황'을 훌쩍 넘어서는 것이었다.


야금야금 쓰기 시작 예비비는 빠르게 고갈되었고

이제는 대출로 대출이자를 내면서도

추가 대출을 알아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공사비는 공사의 진행에 따라 10%, 20%씩 순차적으로 지급하는데,

예상보다 오랜 기간이 소요되면서

기존에 빌린 대출금과 공사비 대출까지 가장 높은 이자가 나가고 있다.


5천만원, 아니 3천만원이라도 더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시시때때로 찾아온다.

인생 최대의 일을 저지른 대가를 이렇게 치르고 있다.




집짓기의 비용 구조는

토지와 공사비가 포함된 총 예산의 30% 정도를

자기자본(에쿼티)으로 보유한 상태에서

나머지 70%를 토지대출과 공사비 대출로 납부한 다음,

완공 후 전세 임대를 맞추어 일부를 상환하고

또 일부는 계속 끌고 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때 남은 대출의 이자는 월세 임대에서 갚아나가는 것이다.


극한의 레버리지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총 비용의 30%에 해당하는 나의 에쿼티 역시

사실은 대부분 대출에서 마련된 점에서 비롯된다.

토지와 공사비(총 비용의 70%) 대출 이자 에쿼티에서 지급한다.


이 프로젝트의 소요 기간을 산정하고

예상 비용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계산하여

전체 사업비 규모를 도출했으며

여기에는 당연히 금융비용(이자)이 포함되어 있다.


최소한의 생활비 외에는

우리의 맞벌이 소득 대부분이

에쿼티 대출의 이자로 쓰이는데

문제는 예상 밖의 일들로 에쿼티가 바닥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전체 비용을 재산정해보니

2~3개월치 금융비용이 모자란 것으로 나와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어떡하지..


그렇지 않아도 집짓기를 시작한 이후

퇴근길 로또를 사는 횟수가 늘었다.

갈수록 자금은 말라가는데 답답하기만 하다.

시급한 생활비나 생계까지는 아니지만

(물론 너무나 빠듯한 긴축재정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내가 저질러놓은(?) 일로 가족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는데..

누군지 어딘지 모를 곳에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3천만원만 더 있으면 좋겠다.

월급을 아껴서 모으면 한 달에 200만원씩 모아도 2년 반이 걸리는 돈인데

집을 짓다 보니 돈의 단위가 불현듯 이렇게 달라진다.




그런데 오늘, 신기한 결론이 나왔다.


점심시간에 홀로 산책을 하면서

3천만원, 3천만원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집짓기의 고비를 넘기 위해 꼭 필요한 돈.


마침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끌어당김의 법칙,

존 아사라프의 '해빙잇올'에 대한 영상을 듣고 있었다.

그의 멘토는 그에게 자신의 목표를 이룬 모습을 생생하게 상상하라고 알려줬다고 한다.


3천만원이 있다고 생각을 해봤다.


그런데 그 결과는?

'일단 급한 불은 껐으니 3천만원쯤 더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른 은퇴라는 목표를 위해 1억쯤 더 있으면 좋겠다.'

'아니, 한 3억 정도가 더 낫겠다.'


이렇게 생각이 이어지는게 아닌가.




그러니까

아마 나는 우연히 3천만원이 생기더라도

거기서 만족하기보다는 그 이상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결론은?

무언가 명확한 메시지를 받은 느낌이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라"


불행인지 다행인지 몇 차례 돈을 잃어보기도 하고

대출이 아예 안 나오는 문제로 심장이 내려앉아보기도 했다.

3천만원,

열심히 어떻게든 찾다 보면 해결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있어야만 한다)

퇴직금을 정산 받든 혹시 잊고 지낸 보험의 약관대출이라도..

(찾으면 좋겠다)


뜻하지 않은 요행이 갑자기 돈을 보내주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신은 일부러 나의 계획에 딱 3천만원이 부족한 상황을 보내준 것 같다.

그 3천만원은 바로


내 힘으로 조금 더,

조금 더 노력하라는 뜻에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날씨가 기분이 되는 건축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