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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Jul 03. 2021

그래서 도대체 이 집이 얼마냐구요

핸드폰 가격만큼 복잡한 아파트 입주권의 매매가


우리는 저렴하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

저렴하다는 것은 어떻게 알까?

원래 가격이 있다는 뜻이다.

비교할 가격이 없으면, 저렴한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만약, 가격은 적혀있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다면?

역시 문제다.


"핸드폰은 90만원입니다."

"30개월 할부로 한 달에 31,575원씩을 요금에 포함합니다."

"번호 이동으로 2년 약정하시면 총 24만원을 30개월로 나누어 할인해드립니다."

"대신 지금 쓰시는 것보다 3만원 비싼 무제한 요금제를 써야 합니다."

"부담이 되신다면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으시면 월 3만원을 할인해드립니다."

"그런데 그렇게 할인받으려면 한 달에 30만원을 쓰셔야 합니다."


과연 핸드폰은 얼마짜리인 것일까.




이 문제를 잊어버리는 가장 심플한 접근법은 이렇다.

"모르겠지만 내가 돈을 더 많이 벌어야겠군!"

왠지 문제 해결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90만원짜리 핸드폰이 아니라,

9억원의 아파트를 산다면 어떨까?

역시 무작정 돈을 많이 버는 것이 해결 방법인 걸까?


그래서

비록 나는 핸드폰은 얼마인지 모르지만

아파트가 얼마인지는 한 번 알아보려고 한다.



새 아파트에 들어갈 권리, 곧 분양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1. 분양권 = 일반 분양에 당첨된 사람에게 준 권리

2. 입주권 = 재개발 지역에 원래 집을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 준 권리


노후된 주거지역을 재개발을 한다.

재개발 전, 이 동네에는 1,000세대가 살고 있었다.

용적률을 최대한으로 살려서 1,300세대를 짓게 된다면,

300세대는 일반분양으로 풀릴 것이고

1,000세대의 조합원에게는 입주권이 주어질 것이다.


먼저 분양권의 경우,

건설사에서 책정한 분양가에

전매 거래를 할 때마다 매도인과 매수인이 프리미엄(P)을 얹어서 거래하므로

가격 구조 파악이 쉽다.

예를 들어 분양가 8억에 프리미엄이 1억이면

9억원이 시세가 될 것이다.


복잡한 것은 입주권인데,

처음 보는 용어가 난무한다.

조합원 분양가, 권리가액, 조합원 분양대금, 프리미엄, 확장비, 이주비, 계약금, 중도금...


OO건설이 재개발 구역에 아파트를 짓고 있다.

33평 아파트를 조합원에게는 분양가 7억에 분양해주기로 했다.

7억 = 조합원 분양가


예를 들면, 나는 작은 주택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재개발 구역에 포함이 되더니 조합이 설립되고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내 집을 감정평가했는데 2억이라고 한다.

2억 = 권리가액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인가가 나고

나에게 조합원 입주권이 주어졌다.

재개발구역에 있는 모든 건물을 철거하고 있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라며 무이자 대출을 해주었다.

내 집이 2억짜리니까 60%인 1억 2천만원을 무이자로 대출해준다고 한다.

1.2억원 = 이주비


새 아파트 입주권을 사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원래 가격보다 1억원을 더 주겠다고 한다.

1억원 = 프리미엄




이제 입주권 가격구조의 핵심 개념을 모두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궁금한 것은,

이 집은 얼마짜리일까?


(A) 7억원 =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분양한 금액 (조합원 분양가)

(B) 2억원 = 조합원의 기존 주택의 가치 (권리가액)

(C) 1.2억원 = 이주비

(D) 1억원 = 프리미엄


 이 집의 현재 시세는 8억원이다. (A + D)


매수자가 이 입주권을 사려고 할 때 들어가는 투자금은 얼마일까?

조합원의 기존 주택 가치 2억원 (B)

프리미엄 1억원 (D)

*매도인(조합원)이 받아놓은 이주비 대출을 매수인이 승계 (C)

B + D - C = 1.8억원


→ 초기 실투자금은 1.8억원이다.


이주비 대출은 조합원에게만 주어지므로

조합원이 입주권을 매도하면(=조합원 자격을 넘겨주면)

이주비 대출 또한 매수인에게 승계된다.


다음 문제,

매수인이 실제 이 아파트를 소유하려면

얼마의 돈이 더 들어갈까?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7억에 분양한 아파트인데

조합원의 주택은 2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따라서 7억(A) - 2억(B) = 5억

조합원은 5억을 추가로 납부해야 이 아파트를 취득할 수 있다.

또한 이주비 대출 1.2억(C)은

말 그대로 이주를 위한 대출이므로 아파트가 다 지어지고 잔금을 치를 때

모두 상환해야 한다.

A - B + C = 6.2억원


→ 매수인은 아파트가 다 지어질 때까지 6.2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돈을 언제 내야 할까?

건설사에서 제시하는 조합원 분양대금 납부 일정은

계약금(10%) + 중도금(1~6차)(60%) + 잔금(30%)

이런 구조로 구성되는데,

물건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중도금 대출 이자를 면제 또는 부담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자가 있다면 잔금 때 갚아야 한다.)

그렇다면 입주(=잔금)까지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없을 것이고,

결국 6.2억원은 잔금 시기에 치르게 될 것이다.


결론

이 집은 조합원에게 7억원에 분양되었고,
매수인은 1억원의 프리미엄을 더해 8억원에 매수했다.
실투자금은 1.8억원이며
입주할 때 잔금 치르는 시기에 6.2억원을 납부하면
최종적으로 이 집은 매수인의 소유가 된다.


입주권 가격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가상으로 만들어본 가격 구성표


이렇게 조합원 입주권 가격구조를 알아보았다.

발코니 확장비, 에어컨 설치비 등이 들어가겠고,

개발사업 결과에 따라 추가분담금이 나올 수도 있지만

기본 구조는 이렇다.

여기에 취득세, 중개수수료, 양도세 등이 추가될 것이다.


네이버 부동산을 클릭하면 얼마라고는 나오는데

이게 무슨 뜻인지,

언제 얼마를 내고 언제 또 얼마를 더 내야 하는지 그런 내용은 적혀있지 않았다.


핸드폰 가격만큼이나 복잡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기준이 생기면 자금 계획을 세우고

시기별 소요 자금에 따라서

내가 투자할 수 있는 물건인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할 수 있다.


치열한(?) 공부 끝에

입주권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네이버 부동산에 입주권이 올라와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이제 매수할 지역과 물건을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일단 종잣돈을 모은 다음..)


https://youtu.be/xfPWYw5Jv08




[추가]

매수인으로서 이 물건을 매수하였다면,

그 이후 시나리오는 다음의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1) 내가 살고 싶다면

대출한도는 정부 정책에 따라 민감하게 정해진다.

규제지역인지, 무주택자인지에 따라 다르다.

최대한도인 60%라면 8억원 x 60% = 4.8억원이 담보대출로 나올 것이다.

(대출 신청 시기에 집값이 올라있다면 대출금액은 더 커진다.)

잔금시 소요 자금 6.2억원 - 4.8억원 = 1.4억원

대출을 최대한으로 받는다면

1.4억원의 현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이 집을 취득한다.


2) 전세 놓기

입주할 때까지 시세가 8억원에 머물러있다면

통상 전세는 매매가의 60~80% 에서 형성되므로

(시기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르다.)

전세 시세는 5억 정도로 예상

잔금 시 소요 자금 6.2억원 - 5억원 = 1.2억원

전세를 놓아서 잔금을 해결해고 이 집을 취득한다.

1.2억원의 추가 현금이 필요하다.


입주권을 사고 나면 아파트가 준공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에 집값이 올라서 시세가 10억원이 된다면,

1) 담보대출 금액이 커진다 : 10억원 x 60% = 6억원

2) 전세 시세가 올라간다 : 10억원의 60~80% = 6억원 이상

어느 경우든 입주 잔금 때 부담해야 하는 현금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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