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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Jul 07. 2021

내향적인 직장인의 가장 큰 문제점

마흔 살, 누군가와 친해지기 어려운 나이


마흔 살이 되어 직장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뭔가 부끄럽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답은 단연 '외로움'이다.


경력직으로 이직해서 입사한 지금 회사는 생긴 지 오래되지 않은 곳이라

아래가 아주 넓은 피라미드 모양으로 연령 구성이 되어 있다.

직원의 절반 이상이 입사 5년 미만 신입이다.

가깝게 지내자면 나는 편하겠지만 아마도 그들은 나를 불편해할 확률이 매우 크다.


최소한 30대 초반에는 뭔가 '아랫것들'끼리의 공감대가 있었다.

같이 고생한다는 느낌으로 동료의식이 있다.

하지만 중간관리자의 위치에서 이제 그런 공감은 기대하기 어렵다.

신입사원들보다 10살, 15살 많은 나이인데

어떻게 해도 그들 눈에는 어려운 과장님일 뿐이라는 사실을, 나도 안다.

나도 그랬으니까.




비슷한 또래의 마음 맞는 동료를 찾기도 이상하게 어렵다.

지난 8년간 나는 직장일과 육아만으로 가득한 일상을 살아왔다.

그런데 회사의 다른 아빠들은 신기하게도(?) 자유롭다.

취미도 있고, 운동도 하고, 사람들과 술도 자주 마신다.

나는 그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


사실은 다른 원인을 찾을 필요도 없다.

내향적인 성격 탓이 가장 클 것이다.


성격을 바꿔보려 무던히도 노력했다.

20대에는, 바꾸려고 노력하면 될 줄 알았다.

시간이 갈수록 내가 나 아닌 무언가가 되려고 노력할수록,

남들도 나를 오해하고, 나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타인의 세계에 굳이 참견하려 하지 않고,

억지 웃음을 너무 많이 지으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의 자리는 가능하면 피한다.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 필요 이상의 노력을 들이지도 않는다.

(생각해보니 성격이 좀 제멋대로이기는 하다)


내 회사생활은 이렇다.

내 할 일을 하고 부장님과 원만하게 지낸다.

부서원들에게 적당히 업무를 배분하고 체크하며

퇴근시간이 되면 가장 먼저 퇴근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부서원들이 다른 부서에 있는 것보다 나와 일하는 동안이라도

일 말고 다른 걸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도와주고,

퇴근시간이 빨라지게 해 주고, 과장의 꼰대질을 덜 당하게 해주는 것뿐이다.

편하게 해 주려는 노력을 알아주면 좋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아주 가끔 고마워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래서 어찌 보면 내가 재테크에 꽂힌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간관계에 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고 있는 것이다.

재테크에 집중하면 노력한 만큼 결과를 낼 수 있으며, 시간을 얻을 수 있다.

나와 가족들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


아무리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더라도 직장은 직장이니까.

회사는 돈을 벌러 오는 곳이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감내하는 거 아닌가?

직장 외의 소득을 점차 늘려 직장 소득만큼 얻게 되면,

언젠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


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 회사는 일하러 가는 곳이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육아아빠들 역시 비슷한 고민을 토로한다.

30대 초중반에 아이를 낳고

10년 가까운 세월을 회사와 집, 일과 육아만으로 살아왔다.

최근에 본 영화도 없고, 티비를 볼 시간도 없다.

늘 대화 주제의 빈곤을 겪는다. 공감할 사람이 없다. 외로움을 겪는다.

어느새 직장에서는 시니어가 되어간다. 권한은 없는데 의무만 한가득이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런 상황이 다른 육아아빠들도 비슷한 처지라는 것을 알게 되어

적지 않은 위로가 되긴 한다 :)


나도 알고 있다. 이 또한 내가 선택한 결과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상적인 아내와 귀여운 아이 둘까지, 화목한 4인 가족을 온전히 세우기 위해

내가 선택한 결과이다.


가장 중요한 선택을 함으로써, 덜 중요한 것을 놓쳤다.

선택에는 댓가가 있기 마련인데..

여전히 놓친 것들이 아쉬운 것은 내 마음을 내가 정리하지 못한 탓이다.


누가 불혹을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고 했나

두고 온 것들에 대한 미련이 자꾸만 나를 붙잡는다.

그래서 행복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서글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후회도 없다.


뭔가, 이 글의 결론이 안 난다.

이토록 복잡한 감정이란!!


아무튼 라떼파파들이여!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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