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덕분이야, 딸내미
첫째 딸이 학교에 들어가고나서는
점점 대화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가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과 나도 몰랐던 지식을 알려준다.
얼마 전에는 수박이 채소라는 놀라운 진실을 가족들에게 설파하여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을 선사한 바 있다.
"아빠는 꿈이 뭐야?"
참고로 둘째 아들의 꿈은 "꽃게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꿈을 열심히 도와주는 부모가 되겠다고 결심했지만
아이가 불가능을 마주하고 너무 큰 상실감을 마주할까 걱정이다.
나중에 잘 위로해줘야지.
내 꿈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어떤 '직업'을 가져보고 싶었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20대로 돌아가더라도 그 당시의 꿈은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었다.
누구나 그렇듯, 지금쯤 되고나니 꿈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그냥 하루하루 그날을 살기에 바빴다.
"아빠 어릴 때 꿈은 좋은 아빠가 되는거였어."
"그럼 두 번째 꿈은 뭐였어?"
"행복한 사람이 되는거."
"그럼 아빠. 아빠는 꿈을 이루었다 그치?"
아무렇지 않게 소파에 드러누워 아무말이나 주고받는 대화 중인 줄 알았는데..
벌떡 일어나 아이의 눈을 보았다.
너무나 해맑게 웃으며 나와 눈맞춤을 하고 있는 아이를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 것이 아닌가.
"정말 그래? 아빠 좋은 아빠야?"
"그럼 당연하지~"
"그러네, 근데 아빠가 꿈을 이룬건 수아 덕분이야.
수아가 태어나서 아빠가 되고, 행복한 아빠가 되었네. 고마워.."
"그럼 나한테 선물사줘~~ 히히"
육아휴직의 결과일까? 아이와 보낸 시간의 힘일까?
의외의 한 마디가
인생을 너무나 살고 싶은 것으로 만들어준다.
나만 몰랐다. 나는 목표를 이루었다.
그래서 두 번째, 세 번째 목표는 덤으로 맘 편하게 시도하면서 즐겁게 살기로 했다.
힘 빼고 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