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빠는 이미 목표를 이루었다

네 덕분이야, 딸내미

by 제미쓴 일단 해봐


첫째 딸이 학교에 들어가고나서는

점점 대화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가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과 나도 몰랐던 지식을 알려준다.

얼마 전에는 수박이 채소라는 놀라운 진실을 가족들에게 설파하여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을 선사한 바 있다.


"아빠는 꿈이 뭐야?"


참고로 둘째 아들의 꿈은 "꽃게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꿈을 열심히 도와주는 부모가 되겠다고 결심했지만

아이가 불가능을 마주하고 너무 큰 상실감을 마주할까 걱정이다.

나중에 잘 위로해줘야지.


내 꿈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어떤 '직업'을 가져보고 싶었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20대로 돌아가더라도 그 당시의 꿈은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었다.

누구나 그렇듯, 지금쯤 되고나니 꿈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그냥 하루하루 그날을 살기에 바빴다.


"아빠 어릴 때 꿈은 좋은 아빠가 되는거였어."

"그럼 두 번째 꿈은 뭐였어?"

"행복한 사람이 되는거."


"그럼 아빠. 아빠는 꿈을 이루었다 그치?"


아무렇지 않게 소파에 드러누워 아무말이나 주고받는 대화 중인 줄 알았는데..

벌떡 일어나 아이의 눈을 보았다.

너무나 해맑게 웃으며 나와 눈맞춤을 하고 있는 아이를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 것이 아닌가.


"정말 그래? 아빠 좋은 아빠야?"

"그럼 당연하지~"


"그러네, 근데 아빠가 꿈을 이룬건 수아 덕분이야.

수아가 태어나서 아빠가 되고, 행복한 아빠가 되었네. 고마워.."


"그럼 나한테 선물사줘~~ 히히"


육아휴직의 결과일까? 아이와 보낸 시간의 힘일까?

의외의 한 마디가

인생을 너무나 살고 싶은 것으로 만들어준다.


나만 몰랐다. 나는 목표를 이루었다.

그래서 두 번째, 세 번째 목표는 덤으로 맘 편하게 시도하면서 즐겁게 살기로 했다.


힘 빼고 편하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