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미쓴 일단 해봐 Jul 19. 2021

남의 말만 듣고 투자하면 망합니다

다행히 크게 망하지는 않았네요


지금은 종영되었지만

<부부클리닉 - 사랑과 전쟁> 은  결혼생활의 살아있는 교과서였다.

이상하게 남들 부부싸움하고 갈라서는 그 내용들이 미혼 시절에도 흥미로웠다.

거꾸로 생각하면 사랑과 전쟁에 나오는 대로만 하지 않으면

결혼생활의 위기를 아주 많이 예방할 수 있다.


4주 후에 뵙겠습니다.


이를 "안나카레리나의 법칙" 이라고 한다.

톨스토이는 소설 <안나카레리나>에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다르다.


라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도 아직 안 읽은 건 비밀)

사람들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찾지만,

실제로 성공이란 다양한 실패의 조건을 예방하는 것이다.


안나카레리나의 법칙이란,
성공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조건들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고,
만약 하나의 조건이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feat. 위키백과)




투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누군가의 성공 비법은 가능성과 긍정적인 인사이트를 준다.

하지만 그것을 현실로 이루려면

실패의 가능성을 찾아서 하나씩 틀어막아야 한다.


실패의 원인 중 하나.

남의 말만 듣고 덜컥 투자를 한 것이다.



부동산 투자를 한 두건 하고나니 가만히 있기에 너무 아까웠다.

막상 등기를 치고 명의를 가져오고 나면

더 좋아보이는 물건들이 자꾸 생긴다.

아내의 대출 여력까지 확인해가며 중독의 길로 들어섰다.


부동산 커뮤니티와 눈팅만 겨우 참여하고 있는 단톡방의 대화를 보다 보니

투자자들 사이에 반복해서 언급되는 곳들이 있었다.

2020년 6월, 인천의 원인재역 부근과 일산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원인재역은 지하철 노선이 3개가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으로

역 인근의 소형 아파트들이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앞두고 있었다.

일산은 당시 서울에서 시작한 부동산 상승이 서울 인근 경기도를 한 바퀴 돌고,

일산과 의정부가 다음 차례라는 분석이 파다했다.


모두 내 판단은 아니었다.

하지만 막연히 그 두 곳의 투자가 너무 하고 싶어 졌다.

언제 어느 정도에 매도할지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그저 가지고만 있으면 언젠가 오르겠지, 라는 마음이었다.

재건축이 언젠가는 되겠지..

대출 한도를 채웠다.

이것이 마지막 투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곳에 모두 추가 투자를 감행했다.

원인재역 인근에서는 매매가 8,800만원에 전세 7,500만원을 맞추어 1,300만원에 갭투자를 하였다.

일산에서는 27년된 마두역 앞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매매가 3.1억원에 전세 2.8억원을 맞추어 3천만원을 투자했다.


두 곳의 투자를 더하는데에 걸린 시간은 두 달 정도.

투자금은 총 4,300만원이 소요되었다.

정말 마지막 대출까지 끌어낸 영끌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투자를 마친 직후, 2020년  6월과 7월에 정부에서는 연이어 강도 높은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내가 투자한 지역들이 순식간에

비규제지역에서 조정지역, 투기과열지구가 되었다.


거래는 얼어붙었고 가격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출 부담은 늘어나기도 했고,

그제야 "똘똘한 한 채"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투자 같았다.


매수를 마무리한 지 한 달만에,

두 곳 모두 매도를 위해 매물로 내놓았지만

절대 팔리지 않았다. 아니, 문의조차 오지 않았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졌다.


돌이켜보면

부동산 투자에 가장 조심해야 하는 리스크는 바로

"정부 정책"이다.

주거는 필수재이기 때문에 급격한 가격 상승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에서는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가한다.

초보 투자자인 나는 내가 공부한 부동산 규제와 세금제도만 알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부의 새로운 정책들은 완전히 새로운 조건을 요구했다.

나는 정부정책을 예측하지 못했다. 아니, 예측할 생각조차 못했다.


몇 달을 그렇게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보냈다.

그 기간 동안 나는 다른 곳에 투자할 시간과 기회를 잃은 것이다.

같은 4,300만원으로 내가 투자를 잘했다면 몇 달사이에 수백만원의 이익을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원인재역 앞의 아파트는 4개월 후에 겨우 매도에 성공했다.

다행히 마이너스는 아니었다. 이 투자를 통해 번 돈은 딱 8천원이었다.

일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 속 터지는 일은 그 다음에 발생했다.

겨우 매도를 하고 났더니,

이제는 내가 매도한 아파트들이 오르기 시작했다.

나만의 기준, 깊은 공부가 없는 막연한 투자는 이런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말이 있다.

"고장난 시계는 하루 두 번은 맞지만,

10분 느린 시계는 하루에 한 번도 맞지 않는다."


내 판단에 자신이 생기기까지 공부하고 신중하게 판단하며

탐욕스럽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크게 망하지는 않았다.

두 건의 투자가 사실상 실익이 없었고

시간과 노력을 가져갔으며

다른 성공적인 투자를 할 기회를 빼앗아갔다는 점에서

이 투자는 망한 투자였다.


그렇게 또 한 가지 실패의 원인을 배운다.

경험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투자는 내가 공부해서 스스로 확립한 원칙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남의 말만 듣고 시작한 투자는,

이렇듯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또 한 가지를 배워간다.

작가의 이전글 아빠는 이미 목표를 이루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