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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Jul 21. 2021

부장님과 의견이 엇갈릴 때 아주 좋은 해결방법

15년차 직장인의 내부 의사결정 선택 모델


당신이 직속 상사(예를 들면 부장님)와 의견이 엇갈릴 때,

해결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바로 이것이다.


부장님이 하자는 대로 한다.


자존심이 아직 남아있는가? 그럴 필요 없다.

여기는 회사다. 당신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

먼저 '실제의 나'와 '회사에서의 나'가 구분되지 않는다면,

좀 더 수련을 하기 바란다.


실제의 나와 회사에서의 내가 동기화되어버린다면,

퇴근해서도 회사 일을 놓을 수 없고,

회사에서 생기는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와 나는 다른 사람이다. 그래야 퇴근 후에 스위치를 껐다 켤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느 회사에나 핵심부서가 있고 지원부서가 있다.

당연히 핵심부서가 일이 힘든 대신, 더 좋은 대우를 받는다.

당신이 지원부서에 있는 실무자라면

역시 핵심부서의 실무자에 비해 말발이 안 먹힐 수밖에 없다.

잘나고 못나서가 아니라

역할과 위치가 그러할 뿐이다. 감정을 싣지 않는 것이 당신의 정신건강에 좋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당신이 부장님과 의견이 엇갈린다.


문제는,

부장은 그걸 '의견이 엇갈린다'고 생각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의견이 다르다는 건, 당신 생각이다.

부장 입장에서는 그저 '나에게 반대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왜? 결정권은 부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엇갈린 두 의견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무엇이 더 옳다고 판단할지 부장이 결정 한다는 뜻이다.

부장은 플레이어가 아니다. 심판이다.

심판과 싸워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이것은 꼰대레터가 아니다. 이것이 사실이다.

내가 이 상황을 좋아한다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 상황 : 부장과 나의 의견이 다름 ]
▷ 선택1 : 부장 의견대로 한다
▷ 선택2 : 내 의견대로 한다.


선택에 따라 각각 두 가지, 총 네 가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결과1-1 : 부장 의견대로 했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

 -> '내 의견대로 했으면 더 좋았겠다'고 한다면? 당신은 밉상이 된다. 차라리 가만히 있으면 부장은 '거봐 내가 맞지?'라고 웃으며 자신의 유능함이 인정되었다고 생각하며 당신에게 수고했다고 할 것이다.


결과1-2 : 부장 의견대로 했고,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 '거 봐요 내 말 안 들으니 그렇죠'라고 한다면? 당신은 진상이 된다. 만약 정말 착한 부장이라면, '아이고 김 과장, 미안해 김 과장 말 들을걸 그랬네..' 정도의 민망한 겉치레는 하겠지만 그게 당신을 인정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결과2-1 : 내 의견대로 했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

 -> 사실 이게 최악이다. 부장의 자존심이 다쳤다. 나를 이겨먹은 그놈을 혼낼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이 되었다. 성공의 원인을 당신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는다. 그리고 부장은 자신의 의견대로 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거라 생각한다.


결과2-2 : 내 의견대로 했고,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 이제 나는 대역죄인이 된다.


이것이 부장과 내 의견이 갈리는 상황의 모든 시나리오다.

간단하기 그지 없다.

이 모든 일은 이 게임의 심판이 부장이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이다.

(비슷한 선택 모형으로는 '집을 살지 말지 아내와 의견이 갈리는 순간' 이 있다.)




불행하게도, 나는 이 진리를

나이 마흔에 알게 되었다.

서른아홉까지는 윗사람을 설득하려고 부단히도 애쓰는 멍청한 아랫사람이었다는 뜻이다.


집에 빨리 가고 싶은가?

나 말고, 부장이 원하는 결과물을 내놓아라.


그럼 나는 왜 채용이 되었나?

회사가 부장을 통해 나에게 시키는 걸 하라고 돈을 받는 것이다.


부장이 하라는 대로 해서 망하면 어떻게 하나?

그 부장을 채용해서 내 위에 앉힌 사장 잘못이다.


이렇게 잘만 하면 당신은 부장에게 정서적인 동질감을 굳이 주지 않더라도

부장의 유능함을 증명해주는 소중한 직원이 될 것이다.

어딜 가나 부장은 당신이 유능하다고 소문을 낼 것이다.


마 부장도 그저 이 회사의 직장인일 뿐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내 행동은 고쳐질지언정 내 마음은 여전히 좋지 않다는 것이다.

회사는 평화로워졌지만,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무기력하다.


굳이 이 상황을 판단 하자면, 슬프다. 안타깝다.

저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결국 그의 뜻대로 된다.

회사에서는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맞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것이 바로 내가 퇴사를 하고 싶은 첫 번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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