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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Oct 14. 2022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퇴사를 하려구요

월급에서 벗어나기 D-809


아내가 말했다.

"월급에 감사하지만 이제는 회사의 시간에 끌려다니기보다는,  시간을 꾸려가고 싶어"


나도 마찬가지였다.

고맙게도 회사가 주는 월급으로 우리 가족의 생계를 이어간다. 그런데 그 댓가로 하루 최소 9시간을 가져간다.

돈이 더 중요할까? 시간이 더 중요할까?

(돈이 안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회사에서 내 의지로 할 수 있는건 매우 적다.

월급을 받는 대신 조직생활에 속해야하고

왜 해야하는지 모르는 일들도 해야한다.


그 생각은 육아휴직 때문이었다. 모든 가치관을 바꾸어놓았다.

모든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직장 생활을 하고,

성실한 생활 와중에 월급을 받으며 열심히 저축하고 모으고

그렇게 조금씩 기반을 잡아가며 산다고 생각했다.

부자로 태어나지 않았으니 그저 그렇게 나쁘지 않은 직장을 가지고 사는게 행복한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고,

우리는 믿으며 살아왔다.


1년 반의 육아휴직 때문이었다.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하원시키고,

오전에는 매일 3시간의 운동으로

오후에는 갖가지 집안일과 평소 하고 싶었던 다양한 일들로

하루를 채워나갔다.

아이들은 하원 후에 공원, 놀이터, 키즈카페, 도서관, 마트 등등 어느곳에서든 뛰어놀았다.

휴직 중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믿어왔던 직장생활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삶은 내 것이다. 그런데 39세의 나이에 마치 내 인생에 처음으로 살아보는 것만 같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내가 결정한 그 날들.

마치 처음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시간을 원했다.

그리고 나도 내 삶의 내가 주도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용감하게 퇴사할 수는 있다.

4번의 퇴사, 4번의 이직.

겪어보니 그래서 무엇이 남던가.

결국 이 생활의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나는 약간의 환경을 바꾼 것 뿐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온전한 퇴사가 되어야 했다.


그것은 바로 파이어 FIRE, 은퇴하는 것이다.

(Fina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 마흔 다섯에는 꼭 퇴직하자. 패시브 인컴을 만들어 놓고,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놓고."

"이제 3년 남았는데, 그때까지 정말 할 수 있을까?"

"매일 공부하고 있잖아. 지금처럼 준비하고 실행하면 할 수 있을거야."

"나는 날짜를 정하고 싶어. 되든 안되든."

"그때까지 못하면?"

"아주 못하지는 않겠지. 된만큼 인정하고, 모자란 부분 그때 채워가자. 하지만 퇴직 날짜는 정하고 싶어."

"맞네! 언젠가 하겠다는 건 안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일테니.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 구체적인 날짜를 정하자."


2024년 12월 31일, 우리의 삶에서 남의 의지로 일해야하는 직장에

바로 그 날, 마지막으로 출근을 할 예정이다.


오늘로 809일 남았다.

나와 아내의 핸드폰 첫 화면에는 D-day가 젹혀있다.

마치 주문같이. 우리는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그 믿음이 우리를 실제 현실로 이끌 것이다.


앞으로의 기록은 그 과정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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