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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Oct 15. 2022

회사를 그만두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월급에서 벗어나기 D-808

아내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퇴사 날짜를 확정했다.

아내의 말이 맞다.

명확한 날짜를 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언젠가"라는 막연한 핑계 속에서

오늘, 또 내일을 똑같이 흘려보냈을 것이다.

일상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고 미래가 바뀌는 속도도 매우 느렸을 것이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이다."
- 아인슈타인 -


하지만 날짜를 정한 순간, 갑자기 그 일은 머지않아 닥쳐올 현실이 되었다.

결혼을 꿈꾸며 만나는 커플과

결혼 날짜를 잡은 예비 신혼부부의 간극이 어마어마한 것처럼,

대회에 나갈 날을 꿈꾸는 운동선수와

대회 날짜가 잡혀있는,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의 마음가짐이 엄청나게 다른 것처럼

D-day, 데드라인의 힘은 확고했다.




명확한 현실인식과 내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에서 모든 일이 시작된다.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가 있어야 은퇴를 할 수 있을지 계산해보았다.

그냥 '돈'이라고 부르지만

돈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1. 축적된 재산으로서의 돈 = 자산

2. 월 수익으로서의 돈 = 현금흐름


이 중에서 퇴사에 필요한 것은 현금흐름이다.

4인 가족을 꾸려가야 하기 때문에, 매월 꾸준히 생활비가 발생한다.

우리가 퇴사를 하려면 얼마가 필요할까?라는 질문은

우리가 한 달에 얼마를 쓰고 있는가? 와 같은 말이 될 것이다.

특별히 소비 규모를 줄이지도, 늘리지도 않는 것을 가정한다.



다행히도 우리 부부의 소비는 많지 않은 편이다.

소비 욕구가 별로 없고 돈 드는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명품을 좋아하지도, 쇼핑에서 행복을 느끼지도 않는다.

오히려 나는 집을 채우고 있는 잡동사니들을 언제 버릴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은) 꿈나무이기도 하다.


우리 가족의 소비 규모는 다음과 같다.

* 고정비(관리비, 난방비, 통신비, 교통비, 기부금) 60만원
* 변동비(생활비, 외식비, 경조사비, 부부 용돈 등등) 230만원
* 교육비 60만원
* 대출상환 200만원 (금리 상승을 감안)

 -> 총 550만원


맞벌이를 하고 있으므로, 둘의 월급 합계에서 소비를 뺀 금액이 저축/보험에 지출하는 금액이다.

(실제로는 대출 상환, 저축, 보험료를 먼저 내고 남는 금액으로 소비하는 것이지만.)

대출이 지금만큼 유지된다면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돈은 월 550만원이다.

대출을 상환한다면, 월 350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그렇다면 퇴사를 위해서는 얼마가 필요한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보통 파이어를 꿈꾸는 예비 파이어족들이 사용하는 4% 룰을 적용해볼 수 있다.

4% 룰이란,

쉽게 말하자면 어느 정도의 자산이 있다면 매년 4%를 인출해서 사용하더라도

자산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트리니티 대학교의 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 주식과 펀드에 투자하고 매년 전체 투자금의 4%를 인출해서 사용하면

30년간 원금 훼손 없이 이자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위의 내용은 구독 중인 [파이어족을 꿈꾸는 워킹맘] 파워맘 님의 블로그를 참고했다.

https://blog.naver.com/workingmom9


미국의 S&P500 지수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95~2020년(25년간) 연평균 9.56%

2000~2020년(20년간) 연평균 7.47%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 <생활물가지수>를 보면,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5년 1월의 생활물가지수는 44.948이고,

2022년 5월의 생활물가지수는 109.54이다.

이를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연 3.292%가 도출된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렇다.

우리 가족이 연간 필요 자금(4%)의 25배(100%)를 보유하고 있다면,

연평균 7.3% 이상의 수익률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투자처에 투자를 하여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지속적인 은퇴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어렵다면 S&P500 ETF에 투자를 해도 가능한 결론이다.


주기적인 가정경제 점검


대출을 상환한다는 가정 하에, 우리 가족의 월 생활비는 350만원이다.

여기에 아이들이 커가면서 늘어날 교육비와 아이들 용돈, 약간의 저축 등을 감안하면

보수적으로 월 150만원 정도를 더 확보해놓을 수 있겠다.


월 500만원 = 연 6,000만원
6,000만원 x 25배 = 15억원


15억원을 달성한다면, 네 명이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의 파이어가 가능하다.

물론 아주 많은 돈이다.

그래도 벌써부터 포기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도달할지 방법을 찾아보고 계획을 세워보면 될 일이니까 말이다.

그러다가 안되면? 이런 방법도 있다.


월 500만원이 어렵다면 월 350만원은 어떨까?

월 350만원 = 연 4,200만원
4,200만원 x 25배 = 10.5억원


15억원을 달성하려고 노력했는데 모두 성공하지는 못해서

10.5억원까지 도달했다고 가정하자.

한 달에 150만원이 모자라니,

1. 나와 아내가 아르바이트로 월 75만원씩 번다. (시급 1.5만원 = 월 50시간 = 주중 하루 2.4시간)

2. 퇴사를 해도 우리 나름대로의 일을 할 테니 그 수익이 있을 수 있다.

3. 소비를 줄일 수도 있다. (휴직을 해보니, 확실히 소비가 줄어든다.)

4. 거주지를 서울에서 지방으로 옮겨서 주거비용을 줄인다.

(게다가 아직 우리의 계산에는 국민연금, 연금보험, 펀드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등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타협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으므로, 일단 15억원 또는

월 500만원을 꾸준히 만들어낼 투자에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실 이러한 은퇴자금 계산은 굳이 파이어를 계획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있다.

우리는 언젠가 은퇴를 한다.

만약 내가 운이 좋아서, 나를 정년까지 다닐 수 있게 해주는 직장에 다닌다고 해도

결국은 60세에 은퇴를 해야 한다.

60세가 되어도 아이들은 커가고 생활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근로소득이 없으므로 결국 자산과 연금, 투자수익에 의존하여 살아가야 한다.


단지 그 시기를 15년 앞당기고 싶은 것뿐이다.

이제 경제적인 목표가 세워졌다.

15억원 = 월 500만원


어려운 목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운이 좋다는 가정 하에) 60세까지 오늘처럼 살아야 한다.

게다가 어차피 60세에 이 계산을 또 하게 되어있다.

그러니, 결론은 "어렵지만 도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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