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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Jun 07. 2021

첫 투자, 너로 정했어

문제는 뭘 모르는지 모른다는 것


투자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서,

나는 첫 투자 대상지역으로 청주를 선택했다.

첫 투자에서는 무리해서 수익을 내기보다는 경험을 쌓기에 집중할 것이다.

경험이 쌓이면 다음, 그 다음 투자에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부동산이 첫 투자 종목으로 결정된 특별한 이유는 없다.

'부동산'이어서가 아니라, '뭔가' 해보고 싶었는데 부동산이 선택되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육아휴직으로 일에서 벗어나 보니, 일 외에도 경제활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산적인, 가치를 증진시키는 활동은 얼마든 할 수 있는데

회사의 틀에 갇힌 나는 그 방식을 월급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내 연봉이 4천만원이라고 가정하자.

투자를 통해 1년에 1천만원을 번다면, 내 연봉은 5천만원이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갑자기 연봉을 1천만원 올려주면 얼마나 기쁠까?


나는 그렇게 기쁜 일을, 내가 스스로 할 생각은 하지 않고

회사가 해주기만을 바란 것이다.




그렇다면 왜 청주였을까?

완벽한 초보 투자자로서 청주를 결정한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대전 출신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시작된 전국적인 아파트 가격 상승이 지방 도시로 이전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어린 시절 잠시 살았던 대전의 어느 아파트가 2년 만에 2배가 되어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그 기회를 모르고 지나온 것이 아깝기도 했다.

책을 읽다 보면 '잘 아는 지역'에서 시작하라고 한다.

청주는 대전 근처이고, 여러 차례 방문해봐서 지리도 조금 아는 것 같고,

친한 친구가 살고 있으니 동네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냥 그 친구와 술 한잔 하고 싶어서 간 것일 수도 있다.)


"청주"에서 시작했다 -> 청주에서 "시작"했다 (출처: 호갱노노)


'청주'여서가 아니라, '어딘가' 시작해보고 싶었는데 청주가 선택되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부동산 카페의 청주 대장 아파트는 복대동의 지웰시티 2차였다.

내가 갔을 때는 이미 단기간에 1억 이상 폭등한 직후였다.

전세를 끼고 사려면 1억 2천에서 1억 5천은 있어야 했다.

당연히 추가 상승도 어렵다고 생각했고,

첫 투자로 1억을 넘게 쓸 용기도, 돈도 없기도 했다.

대장 아파트가 오르고 나면 얼마 후 인근 아파트가 오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주변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투자하고 싶은 매물
시가 3~4억원 내외의 20~30평대 아파트
입주년차 10년 미만


렘군 님의 <저축밖에 모르던 39세 김과장은 어떻게 1년만에 부동산 천재가 됐을까>를 보면,

신도시보다는 구도심이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어 안전하다고 한다.

오르기 전에 사서, 다 오른 다음에 팔 생각하지 말고,

오르기 시작 한 다음에 사서, 목표 수익을 얻으면 팔라고 했다.

흔히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판다" 고 하는 걸 처음 알았다.


다음은 투자를 위한 가상 계산이다.

매수 3.5억, 전세 2.8억
실투자금 7천만원 (대출로 조달, 금리 4%, 월 23만원, 연 280만원)
양도세 40%로 가정하면 1년에 500만원만 올라도 이자를 감당할 수 있다!

 * 이 계산식은 세율 등 현재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 투자를 하고 나면 어떤 부분이 걱정될까?

1. 부동산 시세가 정체될 경우

2년 보유시 1천만원만 올라줘도 손익분기를 맞출 수 있으므로 가격이 많이 올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2. 부동산 시세가 하락할 경우

매수를 고려하는 시점에서 후보 물건은 저점 대비 20%가 상승한 상태였다.

다시 하락하여 침체장을 겪은 시절의 전저점을 돌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았다.

(인프라가 어느 정도 완성된 지역의 실수요가 있는 구축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3. 전세가가 하락할 경우

큰 폭이 아니라면 차액만큼 추가 대출을 받으면 된다.

시세가 떨어지는 것만 아니면 나중에 돌려받을 돈이니까 말이다.


4. 전세 공실이 될 우려

최대한 실수요가 있는 구축 아파트를 매수하여 공실 위험을 최소화한다.

공실을 꼭 피하고 싶다면 전세가를 낮춰주면 된다.


글로 풀어쓰니 길지만 아파트에 투자한다고 할 때

차분히 생각해보면 나올만한 의식의 흐름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고민하고 다양한 검색과 부동산 카페, 커뮤니티를 통해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 대상으로 결정한 아파트를 매수하기로 했다.

내 투자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대출을 위해 은행에 방문했을 때

덜컥 매매계약서부터 쓰지 않아서 천만 다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

.

.

전세가 들어가 있는 집은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몇 차례의 청주 임장과 부동산 방문, 매물 소개,

청주지역 동네 공부, 취득세 양도세 중개수수료 계산,

치밀한(?) 리스크 분석 등 모든 노력의 결과는...


전세가 들어가 있는 집은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담보대출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첫 투자로서 적정 투자규모를 신용대출이 가능한 3천만원으로 명확히 결정하고

본격적인 진짜 첫 투자처를 물색하게 되었다.


뭐라도 배웠으니 다행이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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