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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Aug 20. 2023

기존 건축물 철거, 다시 나대지로

어느 가족이 머물던 34년의 시간은 처음으로 돌아간다.

4월 5일, 드디어 건축 허가가 완료되었다.

설계와 인허가로 무려 6개월을 보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미 금융비용은 처음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일이 늘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설계사무소의 늦은 일처리였다.

10월에 설계 계약을 할 당시 건축사는

건축심의에 1개월, 인허가도서 준비에 2~3주, 인허가에 3~4주,

총 2.5개월 정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6개월이 걸렸다.


https://brunch.co.kr/@may1st/88


어렵게 인허가와 대출문제까지 해결을 했으니

이제 본격적인 착공에 앞서

대출을 일으켜 토지 자금을 완납하고 소유권을 이전받은 다음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여 나대지 상태로 만들 차례다.


2023년 4월


4/10 토지 대출 실행 및 토지 잔금

평생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금액의 대출이 일으켜졌다.

90세에 이르신 매도인과 가족분들과의 마지막 만남도 이때 이루어졌다.

사실 잔금 전 시공사가 사전작업을 하느라 담장 일부를 허물어서

매도인이 매우 노하신 적이 있었는데, 이 날 다시 한번 사과를 드렸다.

생각해보면 오랜기간 정든 집과 이별할 시간이 필요하실텐데..


모든 게 잘 진행되어 좋은 집을 짓기 바란다며,

진심 어린 덕담을 건네주셔서 감사했다.



4/12 기존 건축물 철거 비계 설치, 해체신고

잔금 이틀 뒤, 철거를 위한 비계가 설치되었다.

해체를 위해서는 해체 신고가 선행되어야 한다.

구청에서는 철거가 안전하게 진행될지 점검을 한다.



4/23 철거 완료, (구) 건축물대장 말소

드디어 철거가 완료되었다.

이곳의 주인이었던 한 가족이 34년을 머물렀던 시간은

이렇게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4/28 폐기물 반출 완료

철거가 끝난 후 남아있던 모든 폐기물이 치워졌다.





토지 잔금의 완료와 함께 부동산과의 업무도 마무리되었다.

그동안 부동산도 나와 매도인 사이에서 힘들었을 것이다.

인허가가 나와야 대출을 실행하는데,

내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인허가가 늦어져 잔금일정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야 했다.

잔금 전 철거를 허락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였지만 거절당했다.

명도 일정이 갑자기 변경되는 일도 있었고, 담장 사건도 있었다.

어쨌든 중간에서의 의사소통과 수습(?)은 부동산의 몫이다.

부동산 거래를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부동산 수수료를 깎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부동산이 내게 해준 것보다 더 많이 고마워한다.

그냥 그게 마음 편하기도 하고

조금 더 감사하고 수수료를 아까워하지 않으면

경험적으로 대게 일은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

부동산 덕분에 이곳에 집을 짓게 되었음을 기억하려고 한다.


매도인 가족분들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아쉬운 이야기, 서로 양보를 요구하는 이야기는 부동산을 통해서 하면 된다.

얼굴을 마주할 때에는 좋은 이야기만 한다.


긴 잔금 기간을 허락해 줘서 고맙고,

34년이나 정든 집을 우리에게 보내주어 고맙다.

까다롭거나 크고 작은 마찰 없이

좋은 토지를 좋은 가격에 거래하게 해 주어 감사하다.




인허가가 완료되면 바로 착공을 하는 줄 알았는데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여 나대지를 만드는데 또 한 달이 흘렀다.

건축주의 마음은 참으로 변화무쌍한 것 같다.

인허가가 해결되기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대출이 해결되기만 하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5월의 어느 날,

하늘을 올려다보니

날씨가 너무나 좋았다.


그런데.. 착공은 언제 할 수 있는 걸까?


사진: Unsplash의Ferd Isaa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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