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이 머물던 34년의 시간은 처음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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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금액의 대출이 일으켜졌다.
90세에 이르신 매도인과 가족분들과의 마지막 만남도 이때 이루어졌다.
사실 잔금 전 시공사가 사전작업을 하느라 담장 일부를 허물어서
매도인이 매우 노하신 적이 있었는데, 이 날 다시 한번 사과를 드렸다.
생각해보면 오랜기간 정든 집과 이별할 시간이 필요하실텐데..
모든 게 잘 진행되어 좋은 집을 짓기 바란다며,
진심 어린 덕담을 건네주셔서 감사했다.
잔금 이틀 뒤, 철거를 위한 비계가 설치되었다.
해체를 위해서는 해체 신고가 선행되어야 한다.
구청에서는 철거가 안전하게 진행될지 점검을 한다.
드디어 철거가 완료되었다.
이곳의 주인이었던 한 가족이 34년을 머물렀던 시간은
이렇게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철거가 끝난 후 남아있던 모든 폐기물이 치워졌다.
명도 일정이 갑자기 변경되는 일도 있었고, 담장 사건도 있었다.
부동산 거래를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부동산 수수료를 깎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부동산이 내게 해준 것보다 더 많이 고마워한다.
그냥 그게 마음 편하기도 하고
조금 더 감사하고 수수료를 아까워하지 않으면
경험적으로 대게 일은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
부동산 덕분에 이곳에 집을 짓게 되었음을 기억하려고 한다.
아쉬운 이야기, 서로 양보를 요구하는 이야기는 부동산을 통해서 하면 된다.
얼굴을 마주할 때에는 좋은 이야기만 한다.
긴 잔금 기간을 허락해 줘서 고맙고,
34년이나 정든 집을 우리에게 보내주어 고맙다.
까다롭거나 크고 작은 마찰 없이
좋은 토지를 좋은 가격에 거래하게 해 주어 감사하다.
인허가가 완료되면 바로 착공을 하는 줄 알았는데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여 나대지를 만드는데 또 한 달이 흘렀다.
건축주의 마음은 참으로 변화무쌍한 것 같다.
인허가가 해결되기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대출이 해결되기만 하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5월의 어느 날,
하늘을 올려다보니
날씨가 너무나 좋았다.
그런데.. 착공은 언제 할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