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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Aug 22. 2023

착공하기 참 좋은 날씨인데

이 좋은 날씨를 모두에게 양보합니다.

5월, 유난히도 날씨가 좋았다.

놀러 가기 좋고, 나들이 가기 좋고, 운동하기도 좋고, 산책하기도 좋고..

무엇보다도 건축주에게는


집짓기 참 좋은 날씨였다.


5월의 평일 중 비가 온 날은 단 3일.. 그 중 이틀은 강수량이 1mm 내외였다.


이 좋은 날씨에도 반듯하게 정리된 나대지는 착공신고필증(착공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렵게 대출처를 찾아내고 우여곡절 끝에 인허가를 완료할 때까지만 해도, 힘들었지만 이제 곧 착공을 하게 되리라는 기대로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잔금을 완료하고 한 달 반, 철거가 완료되고도 한 달이 넘도록 착공계는 나오지 않았다.




2023년 5월


5/4 감리 계약

착공신고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은 2~3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시공사가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지만, 인허가 관련 사무는 기본적으로 설계사무소가 담당한다.

4월 잔금 이후 철거에 걸린 3주 동안 착공 신고도 함께 준비했으면 안 되었을까?

마음이 바쁜 사람은 건축주뿐이다.


어쨌든 착공계 서류에는 구청에서 지정한 감리와의 계약이 증빙되어야 한다.

감리를 하실 건축사분과 통화하고,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이체했다.

계약서와 계약금 영수증이 착공신고서류에 포함될 것이다.


5/9 지반 조사

지반 조사는 지내력 테스트를 하기 전에,

우리의 토지가 설계에서 정한 건축물의 무게를 온전히 견딜 수 있을지 지반이 무르지 않을지를 미리 점검하는 단계이다. 지반 조사 결과가 괜찮다면 굳이 지내력 테스트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결과는 괜찮지 않았다.


5/11 지내력 테스트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했다. 구조설계서상 25톤은 나와줘야 하는 지내력은 18톤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건축물의 뒤쪽이 될 부분은 괜찮았는데, 도로 쪽이 나오지 않았다.

토지의 기초 보강이 필요하게 되었다. 퍼즐 쏘일 공법으로 2,000만원 가까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예정이다.


(좌) 지반조사, (우) 착공 후 지반보강공사


5/12 경계복원측량

측량이 정확하지 않았던 시절 건축된 집들은 가끔 서로의 경계를 침범하기도 한다.

건축이 시작되기 전, 토지 경계를 확정하는 측량을 진행한다.

옆 토지의 건축물이 들어와 있다면 큰일인데, 다행히도 우측 집의 담장이 약간 침범해 있는 정도였다.

현장의 시공사가 바로 옆 집과 협의하여 담장 철거 후에 경계에 맞춰 담장을 다시 세워드리기로 하였다.


5/19 시공계약서 수정

3월 초에 계약한 시공계약서는 3월 말을 착공예정일로 작성되었으나 현재 시점에서 착공일은 아무리 빨라야 5월 말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공계약서를 수정하기로 했다. 착공일이 확정되면, 시공사에서는 계약이행보증보험증권을 발급해 주기로 하였다.


6/1 착공신고서 접수

5월 초에 작성되기 시작한 착공신고서가 완성되기에는 한 달이 걸렸다.

서류의 종류가 많기도 했고, 설계사무소와 시공사가 모두 신경을 써야 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몇 차례의 보완 요청이 있었다.



마지막 보완 요청에 이르러서는 내 인내심도 바닥이 나고 말았다.

결국 설계사무소에 정식 컴플레인을 시작했다.


6/9 착공계

기다림 끝에 드디어 구청으로부터 착공신고필증(착공계)이 나왔다.

기대와 지연이 반복되다 보니 하는 것도 없이 지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제 정말 착공이 되는 거겠지..


어느새 계절은 여름으로 바뀌어 있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하루가 멀다 하고 마음이 흔들리지만

완공이라는 목표가 있기에 흔들림의 시간은 하나의 목표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여 마음이 무너지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다만 나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바라게 된다.


토지를 찾아 계약하면 설계를 기다리고, 설계가 끝나면 인허가를 기다리고, 인허가가 다 되고 나면 대출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대출이 되어 잔금을 치르고 나면 철거가 되기를, 어서 착공을 하기를 바란다.


물론 소망은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반복되다 보니..

기대의 충족에 따라 기분이 오락가락 변화무쌍하다.

내가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타인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내 기분을 맡겨놓고 있는 셈이다.


사진: Unsplash의Pablo Heimplatz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기대에 대해 생각해 보면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행복하지 않다.

'한 단계 한 단계가 얼마나 소중한가, 잘 되어 감사하다'고 생각하면 목표와 꿈을 이뤄가는 길이 즐겁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물을 내면 좋겠다.

비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아직 집을 짓는다는 실감은 나지 않는다.


장마와 태풍이 기다리고 있는 여름으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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