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미쓴 일단 해봐 Nov 20. 2023

목적지 중독에서 벗어나기

언제 행복할 수 있을까? (D-407)

자산시장의 하락과 고금리의 지속 때문인지

유튜브만 열면 볼 수 있었던 '파이어족'에 대한 이야기가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마치 한 때 유행했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상품처럼 말이다.


내 보관함에 고이 저장해 두고

잠깐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언제든 한 번씩 꺼내어 다시 보고, 다시 보던

유튜브 채널 중 몇 곳은

영상이 모두 사라지기도 했다.


그들을 향한 부러움의 이면에는 질투도 있지 않았을까

어느 유튜버가 자신들의 삶 그저 다양한 방식 중 하나일 뿐이라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찍은 영상을 본 기억이 난다.

그런 영상에 꼭 달리는 함부로 타인의 삶을 재단하는

속 좁은 댓글들을 떠올리며 답답한 마음이 든다.


예상대로 전개되지 않은 경제상황 때문인지,

정형화된 삶 외에는 배척하려 드는 사람들이 할퀴고 간 마음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닮고 싶었던 이들의 정성스러운 기록들이

이렇게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내가 목표로 하는 '이른 은퇴'를 준비하는 일은

어느 면에서는 참 외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든 나와 아내는 여전히, 이른 은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은퇴가 목표인 이유는

우리 스스로 상한선을 정했기 때문이다.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돈 버는데 써야 한다.

반면에 너무 적은 돈은, 우리 가족의 경제적 생존을 어렵게 한다.


우리가 사용할 시간을 회사에 빼앗기는 것도,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시간과 돈 사이에는 타협이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를 정하고,

그 금액을 달성했을 때 멈추기로 했다.

그러면 먼저 '달성'을 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경제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소박한 생활을 이어가며 맞벌이 월급의 2/3를 저축과 투자에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상황과 고금리로 결과물은 신통치 않다.

오히려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주 불안한 마음에 휩싸이고는 한다.

재테크 공부로 시작된 나의 돈 공부는

자기계발을 거쳐, 끌어당김의 법칙과 마음공부까지 넘어갔다.


우린 정말 해낼 수 있을까?

타인에게 끌려다니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 회사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했던 것인데

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지금처럼 살아야 할까?




어느 책에서인가 영상에서인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목적지 중독> 이라는 단어를 보았다.

영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홀든이 제시한 개념으로,


사람들은 행복이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장소, 다음 직장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행복이 꼭 다른 곳에 있다는 이런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우리는 주변에 있는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없다.

(출처 : VIVA2080 '목적지 중독' 2023.07.17.)


OO만 된다면, OO만 이루어진다면..

꿈을 이루려면 소망을 간절히 원하고 현실로 만들어가야 할 텐데

그러다 보면 아직은 이루지 못한 현재의 내가 부족해 보인다.

갖고 있지 못한 지금의 상황이 영 불만족스럽다.


나의 마음이 바로 목적지 중독이었던 것이다.

아직은 이뤄지지 않은 '은퇴'라는 목표를 2년째 매일같이 떠올린다.

끊임없이 점검하고 새로운 지식을 찾아 헤맨다.

그 공부 과정은 흥미롭기는 하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몇 달 전, 주말 내내 경제공부라는 이유로 유튜브 강의영상에 빠져있는 나에게

아내가 건넨 말이 떠오른다.


"미래에 행복하려고, 현재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쉽지는 않겠지만..

조급한 마음을 달래고

목적지로 향하는 그 길 자체를 즐겨야 할 텐데.

내 마음과의 대화가 점점 중요해지는 것 같다.


표지 사진: UnsplashMiguel A Amuti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