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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May 16. 2022

등원 길, 나는 외톨이 엄마...

매일 아침 아이를 버스 태워 보내며 마주치는 엄마들이 있다. 3-4명의 무리인데, 그분들끼리는 이미 친분이 쌓여서 내가 끼어들 틈이 없다. 매일 아침 마주치는 분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으나, 단 한 번도 그분들은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네지도 않는다. 매일 아침 그러려니 했으나, 오늘 아침에는 서글퍼졌다. 한 번쯤은 먼저 인사나 말을 건네주실 법도 한데, 나는 혼자 외톨이로, 그분들은 무리 지어 하하호호... 집으로 돌아오는 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첫째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냈을 때도, 놀이터에 아이들 데리고 처음 나갔을 때에도 숱하게 겪었던 상황이었다. 이미 형성된 엄마들의 무리에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 참 어려웠다. 낯도 가리고 얇고 넓은 대인관계보다는 좁고 깊은 대인관계를 편안해했던 내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외톨이 엄마라서 아이도 외톨이처럼 친구 없이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이 참 짠했기 때문이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친구 형성에도 관여되는 문제였다. 


용기를 냈다. 먼저 인사도 하고 말도 걸었다. 소위 아줌마스럽다고 할 수 있는 오지랖 같은 그런 마인드가 필요했다. '아기 몇 개월이에요?' '어디 어린이집 다녀요?' '밥은 잘 먹나요?" 이런 식의 아이 엄마라면 누구나 쉽게 건넬 수 있는 주제의 대화를 인사와 함께 꺼냈다. 내게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고 과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먼저 말을 건네고 인사를 하면서 한두 번 얼굴을 익히다 보니 조금씩 스몰토크 정도는 할 수 있는 몇몇 엄마들이 생겼다. 편하게 인사를 건네고 몇 마디 정도는 나눌 수 있는 엄마들이 생기니 놀이터 가는 것이 한결 편해졌다. 


문제는 다시 오늘, 요즘. 등원 길이다. 버스 앞에서 나만 둘째를 안고선 덩그러니 서 있는 그 모습이 한 마디로 외톨이 엄마 같다. 길어야 10분 남짓되는 버스 기다리는 그 시간이 점점 어려워진다.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이 지치니 이제 나도 인사를 하지 말까 싶은 마음도 든다. 친해지고 싶어서 인사를 건넨다기보다는, 매일 얼굴 보는 사람인데, 눈인사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인사를 하는 건데, 굳이 내가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못 해도 2년은 더 다닐 예정인 어린이집인데, 매일 아침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니 쉽게 답이 안 나온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내 마음도 편한 방법일지를 고민해본다.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시는 분들께 인사를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상대방의 반응에 상관없이 그래도 얼굴 보는 사이니 인사를 건네는 것이 맞는지. 그렇다고 아무런 인사도 없이 매일 아침 쌩하니 아이만 보내고 들어가는 것도 참 이상한데... 그렇지 않은가?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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