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의 박사과정 도전기 #1
석사를 풀타임으로 졸업하고 첫째를 돌보며 둘째를 낳았다. 그렇게 전업주부로만 지내다 다시 학교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로만 지내는 건 내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딱 졸업한 지 만 3년이 되던 해였다. 석사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서 도망치듯 졸업을 했었다. 다시 학교로 갈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석사를 졸업하고 아이를 돌보며 간간히 프로젝트를 받아 일을 하거나, 강의의 기회가 주어지거나 할 때 보면, 박사라는 자격증 같은 것이 필요했다. 석사 졸업으로는 늘 연구보조원의 역할밖에 못했고, 자료를 정리하고 결과를 내도 내 이름을 앞서 내세우기 힘들었으며, 어떤 자리에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증빙을 요청받았다. 현실이 그랬다. 그래도 그냥 이렇게 살지 뭐..라고 생각했었는데, 가까이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한 교수님께서도 내게 수료라도 좋으니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지속적으로 하셨다. 한 번, 두 번 그 권유를 들으며, 내 마음속에는 박사과정.. 시작해볼까?라는 생각이 조금씩 움터왔다.
진학하기까지 내게는 여러 고민이 있었다.
첫째는 아이들이었다. 이제 겨우 두 돌 지난 둘째 아이와 5살인 첫째 아이를 두고 학교를 간다는 것은 분명히 공간이나 시간의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다. 우리 집에서 학교까지는 편도 2시간이 걸리는 거리였고, 학교를 다니면서 해야 하는 과제, 시험, 연구실 일 등을 어떻게 시간을 내어 처리할 수 있을지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시간을 계산해보아도 딱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두 번째는 파트이냐 풀이냐였다. 우리 학과는 명확한 직업이 있지 않으면, 파트로 받아주는 케이스가 없었다. 석사는 풀로 하고 박사는 파트로 하는 경우도 케이스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지난 3년간 전업주부로 살았고 간간히 아르바이트처럼, 좋게 말하면 프리랜서로 일한 게 전부인데, 나를 과연 파트타임 박사과정생으로 받아주실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 파트타임으로 지원하기에 불가능한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풀타임으로 밖에 지원할 수 없는 조건이라면, 나는 아이들을 전부 다른 사람 손에 맡긴 채로는 학교를 다닐 수 없기에.. 그냥 그 과정을 접는 것이 맞다고 결론 내렸다.
세 번째는 나의 역량이었다. 나의 학부와 대학원은 차이가 많이 났다. 학부는 수도권 끝자락에 속하는 학교이고, 대학원은 SKY 중에 한 곳이었다.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나는 내 역량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걸 수 없이 느꼈다. 석사과정도 그랬는데, 박사는 또 얼마나 그 과정이 힘들고 자괴감이 들까... 나는 여전히 용의 꼬리로 밖에 존재할 수 없을 텐데... 말이다. 석사 때는 끝이 있다는 생각으로 그저 버티고 버티는 것만을 내 역량 삼아 버티고 끝을 보고 도망치듯 나왔는데, 박사는 그 과정이 훨씬 길고 험난 할 텐데 또 버티고 버티며 끝을 볼 수 있을까. 과연 졸업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있었다.
수 없이 고민하고 기도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3개월 정도를 보냈고, 마침내 지도교수님께 전화를 걸었다.
세줄 요약.
1. 새로운 시작에는 늘 고민이 많은 법이다.
2. 그래도 하고싶으면 하는 게 맞다.
3. 방법은 다 찾으면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