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의 박사과정 도전기 #2
떨리는 마음으로 그리고 진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지도교수님께 전화를 드렸다. 졸업하고 자주 연락드렸던 것이 아닌 터였어서 더 그랬던 거 같다. 신호음이 한번 울리자마자 전화를 받아주셨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전화를 받아주셔서 미처 내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채 통화가 시작되었다. 얼굴이 보이지도 않는 전화 통화이지만, 매우 반갑다는 열굴 표정을 지으며 "안녕하세요, 교수님."이라고 인사드렸다. 교수님께서도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셨다. 근황을 조금 나누고 본론을 말씀드렸다. 박사과정에 입학하고 싶다고.. 풀타임 일지 파트타임 일지 모르겠지만 기회를 주신다면 열심히 해보겠다는 식의 말씀을 드렸던 것 같다. 교수님께서는 다음에 만나서 이야기해보자는 뉘앙스로 말씀 주셨고, 나의 다시 시작하는 커리어를 응원해주신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하도 정신줄 붙잡지 못하고 전화를 해서 정확하게 다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전화를 마무리하고, 그 해 연구실 송년회에서 다시 얼굴 보자고 하셔서 그 자리에 참석하는 것으로 전화의 내용은 결론지어졌다.
오랜만에 참석한 연구실 송년회는 내게 너무나 어색한 자리였다. 선배들과 교류를 친밀하게 했던 것도 아니고, 졸업 뒤 새로 입학하신 분들은 내가 잘 모르니, 그저 잘 앉아서 열심히 미소 짓는 일이 내 몫이었다. 송년회 시작 전에 얼굴 보자고 하셔서 1시간이나 일찍 갔던 나는 그대로 그냥 혼자 1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송년회가 마칠 때까지 기다리며 교수님과 단독으로 면담할 수 있는 기회만을 엿보았다. 드디어 송년회 자리는 마쳤지만, 내게 집까지 갈 수 있는 마지막 지하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었다. 전전긍긍한 내 마음을 아실리 없는 교수님께서는 2차 자리로 같이 가서 이야기하자고 하셨고, 우선은 따라갔다. 그 자리에서 교수님께서는 우선 너무 공백이 길으니 연구실에서 같이 프로젝트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고 하셨고, 긍정적인 답변에 감사하다고 하며, 지하철 시간이 얼만 남지 않아서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겠다고 말씀드리고 일어났다.
그런데 그 이후 연구실 통해 연락을 주시겠다고 하셨던 연구실에서의 연락은 없었고, 시간은 계속 흘러가서 어느덧 입학 원서 넣기 일주일 전이되었다. 교수님께 다시 전화를 드렸다. 이번에는 내 마음도 정했다. 파트타임이 아니면 입학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교수님께 박사 파트로 입학하려고 하는데, 가능한지 여쭈었고 생각보다 흔쾌히 교수님께서는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 예상보다 너무 흔쾌히 파트 입학을 허락받아서 놀라운 마음이었다. 풀타임을 권유하실 줄 알았는데, 아이가 둘을 케어해야 하는 나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주신 교수님의 배려였던 것 같다.
그 이후 입학원서 넣고 면접보고 나는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덧,
석사과정에 입학했던 썰을 풀자면, 그때도 입학원서 넣기 전에 교수님 면담을 할 때였는데, 지방에서 기차 타고 교수님 뵈러 학교로 갔는데 교수님이 1시간 2시간이 지나도 오시지 않으셨다. 연락처도 없이 그저 메일로만 연락을 했었던 터라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는데, 기다리다 보니 학교로 오시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셨다. 뒷목을 부여잡고 나타나신 교수님,, 그래도 나와의 약속을 지키시려 병원보다 학교로 먼저 오셨다고 하셨었다. 그렇게 시작된 짧은 면담 한 5분 했나? 교수님과 사전에 만나 면담하는 게 석사도 박사도 쉽지 않았던 나였다.
세줄 요약.
1. 지도교수님과의 연락은 어렵다.
2. 그렇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3. 입학전에는 반드시 지도교수님과 찾아뵙고 인사드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