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니 Feb 17. 2022

[양평 살이] 2. 겨울 놀이

천연 얼음썰매장에서 실컷 놀기 

1.

양평은 남한강을 끼고 있다. 겨울엔 강이 얼고, 강 근처의 개울들도 언다. 주말이면 종종 강 주변 산책로로 나들이를 간다. 첫째와 남편은 자전거를 타고, 나는 둘째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나선다. 다섯 살이 된 첫째는 이제야 제대로 겨울을 즐길 줄 알게 된 것 같다. 산책하며 마주한 꽁꽁 얼어붙은 개울을 반가워하며 겁도 없이 얼음 위로 달려간다.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고, 얼음을 깨서 얼지 않은 개울 속에 퐁당 던지고, 심지어 나와 남편에게도 얼음 공격을 펼친다. 한참 놀더니, 내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 우리 여기 얼음 놀이터라고 할까?' 이름도 잘 지어낸다. 저런 창의력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어른들과는 생각하는 방식이 한참 다르다. 우리에겐 그저 개울이 언 것뿐인데, 놀이터처럼 재미있는 기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아이는 얼음 놀이터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낸다. 


아이와 아이 아빠는 얼음 위를 뛰어다니고, 동그랗게 얼지 않은 개울 위에서 빠질락 말락 장난도 쳐본다. 뒤에서 아빠가 살짝 밀며 겁을 주기도 하고, 개울 가운데에 언 곳으로 폴짝 뛰어가 보기도 한다. 가만히 지켜보니 아이 말대로 얼음 놀이터가 맞다. 이제 16개월 된 둘째는 천방지축이라 그대로 얼음물에 빠지려고만 한다. 조심스레 얼음을 만져보는 척하며 발을 냉큼 집어넣으려 하는 것을 몇 번이나 잡아챘다. 그렇게 첫째는 첫째대로, 둘째는 둘째대로 각자 알아서 잘 놀지만 엄마 아빠의 눈과 손과 발은 어느 때보다 날쌔야 했던 천연 얼음 놀이터였다. 흐르던 강이, 개울이 겨울이 되어 얼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새로운 놀이터가 겨울마다 개장한다는 것은 아이만 신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즐거운 일이 되었다. 


강상 체육공원 방향 얼음 놀이터



2. 

눈 오는 날의 강상 얼음썰매장

겨울만 되면 집 근처에서는 논에 물을 뿌려 얼린 천연 썰매장이 개장한다. 1인당 4천 원의 저렴한 가격에 사람만 없다면, 무제한으로 놀 수 있다. 그간 아이가 너무 어려서 가보지 못했는데, 이번엔 아이 어린이집 방학을 맞아 데리고 갔다. 스키 바지며 모자, 장갑, 목도리 등 단단하게 아이를 무장시켜 갔는데, 오히려 날씨가 춥지 않았다. 마침 평일 오전이라 사람도 없었고, 눈도 펑펑 내렸다. 겨울 놀이하기 딱 안성맞춤인 날이었다. 얼음 썰매장에는 생각보다 탈 것이 다양했다. 일반적인 썰매뿐 아니라, 자동차, 여러 모양의 썰매, 책상, 의자 등 얼음 위에서 미끄러질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져다 놓은 듯했다. 나름 골라타는 재미가 있었다. 



강상 얼음썰매장에서 혼자 얼음썰매 타는 법을 터득하는 첫째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얼음 썰매를 한 번도 타보지 않았다. 아이스링크장에는 몇 번 가보았지만, 논을 얼려서 썰매장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부터가 무척이나 신선했다. 스케이트나 스키는 몇 차례 타봤어도 얼음썰매는 초보였다. 다리를 모아 아빠 다리를 만들고, 곡괭이(남편의 말이다)로 얼음을 찍으며 달리는 얼음 썰매는 참 생소했다. 그러나 곧 적응을 하고선, 처음 타보는 썰매의 맛에 나는 무척이나 신이 났다. 양평에서 나고 자란 남편은 나름의 실력을 뽐내기 바빴다. 얼음 썰매 초보자인 나에게 대결을 신청하고선, 저 멀리 혼자 가버렸다. 그 사이 아이는 혼자 얼음 썰매 타는 방법을 터득했다. 혼자서 썰매를 앞으로 밀고 나오는 모습은 정말 기특했다. 나름 속도도 내며, 아빠 엄마와 함께 대결도 했다. 





친정 식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에도 이곳에 함께 가서 놀았다. 역시, 내 동생도 얼음 썰매는 처음이라 새로운 경험에 신이 났다. 까만 루돌프가 되어 조카들을 끌어주고 보살펴주기도 하면서. 우리 엄마도 신이 나셨다. 열심히 타시더니 다음날 팔이 아프다고 하셨다. 다만, 이 날은 많이 따뜻했고 얼음도 조금씩 녹기 시작했어서 얼음 위로 녹아내린 물이 꽤 있었다.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아니나 다를까 사고가 났다. 둘째가 얼음이 녹아 살얼음만 남은 논두렁 가장자리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허리까지 쏙 빠져버린 둘째는 너무 놀랐는지 울지도 않았다. 다행히 바로 옆에 몸을 녹일 수 있는 비닐하우스가 있어서 둘째는 다 놀지도 못하고 그곳에 피신해있었다. 요즘 말로 웃픈 해프닝이었다. 

얼음이 녹아가고 있는 강상 얼음썰매장



3.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눈 썰매장도 근거리에 있다. 우리 집에서 차로 15분 정도면 눈썰매장에 도착할 수 있다. 군민이나 양평 맘 카페 회원이면 특별히 더 할인해준다.  7세 이하의 어린이는 어린이 슬로프만 탈 수 있다. 엄마 아빠는 높은 슬로프에 가서 튜빙 썰매를 타고 싶지만, 아이를 돌봐야 하니 한 명은 아이와 남고 한 명씩 교대로 올라가서 타고 온다. 썰매장 안에서는 빙어잡이도 하고, 잡은 빙어는 곧바로 튀겨서 먹을 수 있게도 해준다. 우리 첫째는 눈썰매보다 빙어잡이 삼매경에 빠졌다.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바로 튀겨서 주면 안 먹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맛있게 먹었다. 정오의 정빙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람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오전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작가의 이전글 [양평 살이] 1. 양평 걸어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