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T-A 검사와 모자이시즘 배아
PGT-A검사결과가 나오던 날이었다. 기다림의 시간동 어떤 결과가 나올지 초조했고 불안했다. 이날 아마 극강의 T를 자랑하는 남편과 함께 내원하지 않았다면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서서 한참을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PGT라는 것은 (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의 약자로,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의미한다. 대부분은 PGT-A 검사가 진행되는 데 이는 염색체의 수적 이상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라고 한다. 유전자 이상은 임신실패의 원인 중 하나가 되기 때문에 PGT 검사를 통해 좋지 않은 배아를 걸러내 유전적으로 건강한 배아를 선별하는데 쓰인다. 배아가 든 주머니 속에 꽝을 걸러내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유산이 되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는 염색체 이상이다. 따라서 PGT-A검사를 통해 배아의 염색체 이상을 미리 알아낼 수 있다면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날은 채취된 난자 중 몇 개의 수정란이 만들어졌고 이 중 5일 배양에 살아남은 아이가 몇 개인지 듣는 날이기도 했다.
채취된 23개의 난자 중 수정란이 만들어진 건 16개. 그중에 5일 배양까지 살아남은 아이는 고작 8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PGT-A 검사를 통과한 배아는 고작 1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23개의 난자를 채취했지만 최종적으로 가장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배아는 고작 1개라니..
남은 7개의 배아 중 불통은 1개였고 나머지 6개의 배아는 모자이시즘 배아였다.
모자이시즘 배아
모자이시즘 배아란 한 배아 내에서 정상적인 세포와 비정상적인 세포가 모자이크처럼 혼재돼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혼재된 상태의 배아는 일부 세포가 정상적인 염색체 수를 가지고 있으면서 또 일부 세포는 정상이 아닌 염색체 수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의사 선생님 설명으론 PGT-A 착상 전 유전자검사를 할 때 어떤 부분을 검체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하셨다. 즉, 세포가 정상적인 염색체로만 이뤄진 부분이 있고 혼재된 부분이 함께 있을 수 있는데 이때 정상세포만 있는 부분을 떼어내어 검사하면 '정상'이라고 결과가 나오는 것이고 혼재된 부분을 떼어내 검사한다면 '모자이시즘'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검사도 100% 정확한 건 아니기 때문에 모자이시즘 배아도 그 정도에 따라 정상배아로 보아도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모자이시즘도 비정상 세포를 얼마나 포함하고 있느냐에 따라 구별할 수 있는데 비정상세포를 20-30% 포함한 모자이시즘의 경우 낮은 모자이시즘(Love Mosaics), 30-50% 포함된 모자이시즘을 중 등급의 모자이시즘(Medium Mosaics)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등급에 속하는 모자이시즘은 단일 염색체의 이상으로 된 구성인지, 염색체 별 생존율이 높고 치명도가 낮은 질환을 유발하는 염색체 이상인지에 따라서 정상배아처럼 이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모자이시즘을 이식하게 되면 정상으로 판정된 배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신율이 떨어질 수 있고 유산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단, 착상에 성공한 경우 태아가 자체적으로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정상적으로 자라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했다. 물론 반대로 염색체 이상을 가진 상태로 태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었다. 이에 모자이시즘 배아를 이식할 경우 양수검사를 강력히 권고한다고 의사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문제는 PGT-A 검사 결과가 나오던 그날 진료에서 결과에 따라 어떤 배아를 냉동할 것인지 바로 결정해야 했다. 모자이시즘이란 용어 자체도 낯설었는데 당장 배아의 생존여부를 그 자리에서 결정해야 하다니 가혹했다. 의사 선생님은 검사지를 하나씩 넘기며 낮은 모자이시즘과 세그멘털 모자이시즘인 배아들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참고로 세그멘털 모자이시즘은 염색체 전체가 아닌 일부분에 결실 또는 중복이 생긴 상태를 의미한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세그멘털 모자이시즘일 경우 예후가 더 좋다고 하셨다.
6개의 모자이시즘 배아 중 폐기되어야 할 배아는 눈에 띄었다. 에드워드 증후군이 높다는 소견이 나온 배아와 염색체 이상이 여러 개 포함된 배아였다. 문제는 나머지 4개의 모자이시즘 배아를 폐기하느냐 동결하느냐 문제였다. 다행히 남은 4개의 배아는 낮은 모자이시즘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어쨌든 작지만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존재했기에 나의 머릿속은 하얘졌다.
선택의 기로
다행히 이날 이성의 끈을 잡고 있던 건 내가 아닌 남편이었다. 남편 역시 과학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과학에 100%는 없다는 걸 잘 이해했다. 또한 실험할 때 어떤 부분을 수집해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 덕분일까. 그는 침착했고 오히려 긍정회로까지 돌아가는 듯했다. 의사 선생님은 이 부분은 우리의 선택이라고 했다. 모자이시즘이어도 냉동을 했다가 이식을 해볼지, 아니면 다시 PGT-A검사를 통한 정상배아가 나올 때까지 난자채취부터 다시 하던가. 그 순간 나는 의사 선생님이 이 결정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해 주길 바랐지만 이건 의사 선생님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난 다시 처음부터 난자채취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막막했고 비급여로 배아 하나당 30만 원이 넘는 PGT-A 검사가 부담스러웠다. 이미 8개의 배아를 검사해 검사비만 250만 원가량 들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조차 참담했다. 이 과정을 또다시 반복할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몸도, 마음도 불편해졌다. 불안한 마음으로 남편을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남편은 차분히 의사 선생님께 얘기했다. "남은 배아 4개도 일단은 냉동보관 할게요"
그의 단호함이 새삼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어쨌든 여기까지 왔는데 이식까지 가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음번엔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가능성이 있는 배아는 일단 보관하자고 했다. 그가 없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이 순간만큼은 남편의 존재가 너무 든든했다.
조금의 안도감
집에 와서 모자이시즘에 대한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유튜브와 논문이 나의 마음을 비로소 조금은 안심시켰다. <AJHG>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모자이시즘 배아도 충분히 정상배아만큼 잘 자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연구진들은 정상배아와 낮은 등급의 모자이시즘배아(Low Mosaic), 중간 등급의 모자이시즘배아(Medium Mosaic)를 이식한 세 그룹을 비교분석했다. 첫 번째로, 세 그룹 간의 피검사를 통한 임신성공률은 55% 정도로 거의 비슷했다. 또한 화학적 유산(biochemical Loss)을 분석했는데 이는 환자들이 피검사를 통해 임신 성공을 확인헀지만 초음파를 보기 전 화학적 유산을 한 경우를 말한다. 이 분석에서 역시 세 그룹은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후 연구진은 초음파에서 임신이 확인된 후 발생한 유산율에 대해서도 조사했는데 이 역시 세 그룹에서 모두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세 그룹의 출생률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데 이 모든 결과는 낮은 모자이시즘 배아나 중간 등급의 모자이시즘 배아 모두 정상배아와 동일한 생존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였다.
어렵게 얻은 건 힘들게 나간다
임신만큼 인생에서 통제 가능하지 않았던 건 없었던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시련이 존재해도 내가 노력하면 어느 정도의 판도는 바꿔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임신은? 노력만으로 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거, 인생은 원래 불공평하며 불행은 아무런 이유 없이도 내게 찾아올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과정이었다. 난임 관련된 글을 보다가 어떤 블로그에서 보았던 말 "나도 공짜임신 하고 싶다"라는 그 말이 시험관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였겠지.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에서 강연프로그램에 나온 명리학자의 강연을 보았다. 그는 말했다. "운이 좋아서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나가지만 운이 나빠서 어렵게 얻은 것은 힘들게 나간다"라고 말이다. 이상하게 이 말이 위안이 됐다. 평소 운이 따르는 편이 아닌 난, 스스로를 운이 나쁜 사람이라고 정의해 왔다. 가임기의 자연임신 확률은 고작 25%인데 이 확률은 많다면 많고 작다면 작은 확률이었다. 2년간 자연임신을 준비하며 난 이 확률이 들지 못하는 운이 나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2년 전 했던 산전검사에서 우리 부부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의사 역시 계속 시도하면 자연임신이 될 거라고 했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났고 우린 결국 원인불명 난임진단을 받고 시험관을 시작했다.
강연에 나온 저 말이 위안이 됐던 건 어쩌면 운이 나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힘든 과정을 견디다 보면 결국 내 기대보다도 더 큰 무언가를 얻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 아니었을까. 과연 이 여정의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