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을 자고 싶다

by 문 별

다음과 같은 증상을 겪고 있다

1. 잠에 드는데 한참이 걸린다.
잘 자고 싶고 많이 자고 싶으니까 일찍 자리에 눕는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한참을 해도 쉽사리 잠이란 녀석이 내게 찾아오지 않는다. 보통 2~3시간 정도 걸린다

2. 자면서 자주 깬다.
소리에 예민하다. 작은 소리에도 깨고 옆에서 작은 움직임이 있어도 깬다. 자는 자세를 바꿀 땐 무조건 깬다. 아침에 일어날 때까지 적어도 2~3번은 깬다.

3. 자면서 꿈을 계속 꾼다.
잠을 자면서 꿈을 꾸지 않을 때가 없다. 일어나면 금세 잊어버릴 거면서 자면서 내내 요란하게 꿈을 꾼다. 정말 신기한 건 내가 이게 꿈이란 걸 자면서 알고 있다. 꿈의 내용이 너무 짜증 나거나 끔찍하면 그냥 일어나 버린다. 몇 시간 자지도 않는데 그냥 편안히 아무 꿈도 꾸지 않고 자면 얼마나 좋을까?

고로 나는 불면증을 앓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를 정도로 오래됐다. 다른 사람들도 나랑 다 비슷한 줄 알았다. 머리가 베개만 댔다 하면 잠드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야말로 과장법이라고만 생각했지 그런 사람이 실제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잔다는 말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아주 쉽게 얘기를 한다.
낮에 엄청 피곤하면 밤에 잘 잘 수밖에 없다.
운동을 좀 열심히 해봐라.
햇빛을 보고 좀 걸어라.
자기 전에 스마트폰 하지 마라.
생각이 많아서 그런 거다. 머리를 비워라.
커피를 줄여라.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는 얘기일지도.
그러나 적어도 내게는 그렇지 않다.
몸을 피곤하게 굴린 날에는 오히려 잠을 잘 수가 없다. 손이 저리고 누워 있는 것 조차 힘들다. 혹 잠들더라도 사나운 꿈을 꾼다. 잘 자고 싶어 하는 노력들은 오히려 잠을 쫓아버렸다.

약도 먹어봤지만 단잠을 잔 적은 없었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말 아주 푹 잘 때가 있는데 그때는 극도로 아파 기진맥진으로 쓰러졌을 때이다. 큰 수술을 받은 후,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아플 때 정도. 그래서 한 편으로는 정말 많이 아프기를 기다릴 때도 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을 잘 안 잔다는 것은 내게 실보다는 득을 가져올 때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 하교를 하면 집에서 한두 시간 자고 저녁을 먹고 좀 놀다가 새벽 내내 공부를 했다. 아주 한 밤중에는 아무도 깨어있지 않아 적막하고 고요하다. 그래서 집중도 잘 되었고 공부도 잘 되었다. 덕분에 성적이 좋았다. 나는 올빼미 체질인가 보다 했다.

대학교 때는 공부도 하고 알바도 해야 해서 잘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잘 자지 않으니까 알바를 끝내고 몇 시간 정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남들처럼 피곤하다고 곯아떨어지지 않으니까. 자지 않고 음악도 듣고 생각도 하고 그나마 하루 중에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들로 내가 나다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방송국에서 일할 때는 엄청난 득을 봤다. 중간에 쪽잠만 자도 거뜬하게 3일을 버텼다. 남들이 모두 자는 시간에 많은 일을 해내니까 남들보다 일을 처리해 내는 속도가 엄청났다. 게다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못 자서 피곤하더라도 신이 났었다. 그래서 잠을 자는 것의 중요함과 소중함을 모른 채로 내 몸을 혹사시켰다.

아이를 낳고 나서도 잠을 잘, 오래 자는 것은 내게 허락되지 않았다. 신생아들은 2시간에 한 번씩 깼고 나는 같이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니 내내 깨어있었다. 낮에는 피곤해서 기운이 없었다. 체력이 20대와 같지 않아서 더 이상 잠을 이렇게 못 자서는 버틸 수 없겠구나라고 처음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걱정도 많고 소리에도 예민한 사람이라 밤에 아이가 조금만 뒤척여도 작게 기침을 해도 깨어났다. 그래서 아이들과 빨리 분리수면을 시도했다. 따로 자야 내가 조금이라도 잘 수 있으니까. 하지만 3~4살 아이를 다른 방에 재우는 것이 가끔은 많이 미안했다. 우리 아이들도 내 품에 파고들어 자고 싶을 때가 있을 텐데 나는 그걸 해주지 못하는 엄마라는 게 너무 부족해 보였다.

잠을 잘 못 잔 채로 며칠이 이어지면 나도 모르게 갑자기 짜증이 난다. 화를 왁 하고 내버릴 때도 있다. 나의 체력적 한계를 아이에게 보이는 것이 너무 싫다.
그래서 약이라도 먹고 좀 자고 싶었다.
누군가는 깨어있는 시간에 그럼 뭐라도 하면 되겠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새벽에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다시 잠들려고 노력한다. 잠들지 않아도 누워있는 것만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만족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내일 나의 예민함이 우리 아이에게 짜증으로 갈 수 있으니까.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보려고 사력을 다한다.

너무 어려서부터 잠을 잘 자지 못한 것이, 잠을 잘 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르고 등한시한 것이 지금에 와서는 이렇게 고통을 받는 일이 되어버린 건가 후회가 된다.

그때는 잠을 줄이고 남들보다 덜 자서 내가 더 나아가고 있는 거라고, 더 열심히 살고 있는 거라고 믿었었는데.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간에도 깨어있는 내게 더 많은 기회와 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24시간 한 번도 깨지 않고 자보는 것이 소원인 내게
지난날의 어리석음으로 고스란히 고통받고 있는 지금의 내게

어떻게 해줘야 하는 걸까.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