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작은 부탁

홀로서기를 시작한 날

by 문 별

도현이는 자연관찰 책을 참 좋아하는데

한동안은 동물들의 독립 이야기가 나오면 눈물을 보이곤 했어

아빠가 책을 읽어 줄 때 독립은 부모를 떠나 혼자 살아가는 거라고 알려준 이후로

겁이 났었나 봐

하루는 울먹이며 내 귓속에 "20살이 지나면 독립해야지만 엄마 아빠랑 헤어지는 게 싫어요"

속삭이면서 눈물을 보였는데 너무 귀여웠지만 한편으로 엄마도 눈물이 찡긋 났었단다


언젠가는...

우리 아들들이 독립하는 날이 오겠지.

양육의 최대 목표는 자식을 홀로서기하는 거라는데

둘 다 독립하는 날이 오면

목표를 이뤄서 뿌듯하고 홀가분할까

아니면 쓸쓸하고 적적할까


아직 머나먼 얘기네

둘 다 아직 10살도 안되었는데

엄마는 벌써부터 너희들이 독립하는 날까지 걱정한단다.


여하튼 혼자 살려면

여러 가지 능력과 갖춰야 할 것들이 엄청 많겠지만

엄마는 너희들이 딱 두 가지를 꼭 지녔으면 좋겠다.


첫째는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을 것

둘째는

정리 정돈을 잘할 것


엄마는 갑작스럽게 혼자 살기 시작했는데

다른 건 그럭저럭 잘했지만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는 것은 잘하지 못했단다.

그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아무것이나 먹었지

최대한 간편하고 힘들지 않은 것으로 먹다 보니

늘 인스턴트나 과자, 빵에 의존했어

그러다 보니 늘 배가 아팠고 피부도 트러블이 났고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았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귀찮고 힘들다는 건

참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단다.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서

매 끼니를 잘 챙기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 중에 하나란다.


자신을 위해서 기꺼이 장보고 요리하고

맛있게 먹은 후 치우는 일까지 잘 해내는 것은

어찌 보면 귀찮고 복잡하다고 여길 수 있는 일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네 입에 아무 음식이나 넣지 말고

매번 돌아오는 끼니라고 소홀하지 않아야

혼자 살아도

건강을 해치지 않고

즐겁게 살 수 있단다


그러려면 일찍부터 몸에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요리를 조금씩 배우고 시작해야 하고

무엇보다 먹는 즐거움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서 엄마도 노력하고 있어

엄마는 요리하는 걸 정말 싫어하지만

너희들이 매끼 아무것이나 먹지 않도록

골고루 반찬을 챙기고

되도록이면 제철 음식을 먹이려고 힘쓴단다.


그러니 혼자 살아도

이런 엄마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매 끼니 늘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정리 정돈하는 건

이건 정말 필수라고 생각해


아주 간단하단다.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것만 잘해도

청소를 도와주거든.


거창하게 대청소를 하지 않아도

늘 깨끗함을 유지하는데

정리 정돈만 한 게 없어

그러니 늘 물건을 제 자리에 두고

자기 전에 어지러운 것을 치우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다


너희들이 혼자 살면서

집을 돼지우리로 만들고 살면

엄마 정말 싫을 거 같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마 부탁 한 가지

혼자 살 때

엄마한테 전화 자주 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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