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엄마는 선택하는 걸 별로 어려워하지 않았어.
엄마는 호 불호가 강한 사람이라 양자택일은 참 쉬었던 것 같아.
아주 가벼운 선택에서부터 중대한 선택까지
엄청 어렵고 힘들었던 선택은 별로 없었던 듯해
내 마음을 잘 아니까
그리고 마음을 굳히고 나면 잘 흔들리지도 않았고.
그런데 엄마 주변에는
선택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어
아침에 뭘 입을까 점심은 뭘 먹을까 하는 가벼운 선택도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 흔히 우유부단하다고 하는 사람들.
엄마는 그런 사람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
왜 망설일까?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는 걸까?
이런 작은 일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정말 중대한 문제는 어떻게 마음을 정하지?
그런 의구심이 마구 들었거든.
그런데 가끔 도현이가 엄마의 간단한 질문에 꽤 오래 생각하는 걸 보고
도현이가 왜 그런 걸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어
어느 날
엄마가 아침에 "도현아 죽 먹을래?" 하고 물었는데
도현이는 대답하는 데 한참이 걸렸어
엄마는 "응", "아니" 둘 중에 하나인 대답을 왜 이렇게 오래 생각할까 조금 답답했었지.
너무 간단하잖아 먹고 싶으면 "응" 안 먹고 싶으면 "아니" 하면 되니까.
그런데 도현이의 대답은 "내일"이었어.
아침에 엄마는 도준이한테 먹이려고 죽을 열심히 만들었는데 도준이가 잘 안 먹었어.
잘 안 먹는 도준이 때문에 엄마는 많이 속상했지.
남은 죽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이미 빵으로 아침을 먹은 도현이에게 죽을 더 먹을 건지 물어본 거였어
도현이는 이미 빵을 먹어서 배가 불렀지만 도준이가 죽을 먹지 않아 속상해하는 엄마한테
쉽게 안 먹겠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던 거야. 그렇다고 먹겠다고 하기에는 배가 불렀던 거고.
그래서 한참을 고심해서 대답한 게 "내일"이었던 거지.
엄마는 "내일"이라고 대답한 도현이가 참 사랑스러웠단다. 기특했고.
그리고 선택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됐어.
엄마한테는 아주 쉬운 양자택일의 문제였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이것저것 고려할 게 많은 문제였을 수도 있는 거구나 하고.
살다 보면
선택의 순간들을
정말 많이 직면한 단다.
엄마처럼 쉽게 결정할 수도 있지만
도현이처럼 고심 끝에 결정할 수도 있어.
빠르게 선택한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오래 고심했다고 해서 다 옳은 결정도 아니란다.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봐야 해
이것저것 고려 사항이 많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선택을 잘할 수 있단다
그리고 선택을 도현이 도준이 보다 더 많이 해본
엄마가 조언을 조금 해주자면....
선택의 순간만큼
선택 후의 시간들도 중요하다는 거란다.
뭘 선택했든
후회가 적어야
그 선택이 나에게 옳았다고 느껴지거든.
선택하지 못한 후보지에 미련을 두고
정작 선택한 것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만족하지 못한다면
늘 후회만 가득하고 미련만 늘어지겠지.
어떤 걸 선택했든
그걸 선택한 너를 믿어. 충분히 생각하고 너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결정한 거잖아.
그게 옳다고 맞는다고 믿고 밀고 나가렴.
그런 자세가 좋은 선택을 만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