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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별 Nov 07. 2023

불륜 커플이라는 오해

"우리가 불륜인 줄 알았나 봐"


잠들기 전 그가 말해줬다. 낮에 우리 둘이 손을 잡고 길을 걷고 있는데 할머니들이 우리를 보면서 소곤소곤하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손 잡고 다니는 부부가 별로 없다고. 그래서 손 잡고 다니는 커플을 보면 단연코 불륜 커플이라고 생각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런가?

우리는 연애를 7년이나 했고

7년 내내 만나면서 한 번도 손을 놓고 다닌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스킨십을 많이 하는 커플도 애정행각을 과하게 하는 닭살커플도 아니었지만

으레 껏 만나면 손부터 잡고 헤어질 때 잡은 손을 놓았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손을 잡는 게 거의 무의식에 가까웠다. 둘이 나란히 걷게 되면 자연스레 잡게 되었고 사실 잡고 있는지 의식도 못했다.


그에게 나와 손을 잡을 때 어떤지 물어본 적은 없었지만

보통 그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갑고 내 손은 손난로처럼 뜨거워서

겨울엔 오히려 그가 더 잡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런 우리도 한동안은 손을 못 잡고 다녔다.

아이를 낳아 유모차에 태우고 밀고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손을 잡지 못한다.

유모차를 한 손으로 밀면서까지 손을 잡지는 않았다.

하긴 연애하는 커플 중에는 한 손으로 운전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상대의 손을 잡고 있는 경우도 있다지만.

굳이 유모차를 한 손으로 밀면서까지 손을 잡고 다니는 건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최근 둘째 아이가 막 형 따라 뛰어다니니까

우리 둘이 나란히 걷게 되었는데

그때부터는 또 어느새 손을 잡고 다녔다.

나는 당연히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했고 별다른 의식을 못했는데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는 조금 어색했던 것 같다. 

한동안 자유롭게 두었던 손이 다시 묶인 듯한 느낌인 건가?

아님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의식되었나?

잡는 동안 손을 놓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별다른 말이 없었어서 

그도 나와 같다고 생각했는데 내심 서운한 마음도 조금 들었다.


그런데 웃음이 나왔다. 그는 

"요새 부부들은 손 안 잡고 다녀~ 길거리 지나다가 거의 못 봤는데~ 여보도 보면 사진 찍어서 나한테 보내봐 봐~ 일주일 내내 찍어도 몇 장 안 될걸?"

하고 말하면서도 내내 내 손을 꼭 잡고 있다. 


누운 자세가 불편해 돌아눕고 싶어도 잡은 손을 빼고 싶지 않아 참았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걷는 게 좋다.

잡은 손으로 인해 하나게 된 느낌, 우리가 서로 이어진 것 같다는 생각, 그런 거창한 거 말고

그냥 그의 옆에 붙어 그의 온도를 느끼고 우리가 같이 가고 있다는 거 자체가 좋다.


흔히들 아름다운 노부부의 모습으로 손을 잡고 걷는 뒷모습을 떠올린다.

나도 그와 함께 그런 모습으로 늙어가길 원한다.


그러니 그가 조금 어색하다고 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인다고 해도 절대 봐주지 않아야지.

손 잡은 것을 의식도 못할 때까지 자꾸자꾸 잡고 오래오래 잡고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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