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말할 거 같으면~
일개 직장인이자 주부이다.
영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지만 세계 어느 워킹맘과 다를바가 없다.
아침에 아이들을 깨워 학교를 보내고,아이들의 학업과 진학에 고민하기도 하고, 말 안듣는 사춘기 자녀들에 속 끓여하는 삶을 산다. 대학을 다니는 딸아이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 엄마 밥이 먹고 싶다는 말에 약속을 취소하고 냉큼 달려가 밥을 해주기도 하고 아프다며 새벽에 전화가 오면 당장 달려갈 준비하며 걱정하며 밤잠을 설치다가도 걸어온 경험으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엄마다.
회사에서는 고객의 문의와 요청을 처리하고, 협업을 위해 동료들과 논의하며 쌓여가는 업무속에서 시간을 쪼개가며, 순간순간 집중력을 발휘한다. 퇴근 후에도 갑작스러운 요청이나 마감 기한 때문에 노트북을 종종 열기도 한다.
누군가의 일을 처리해 주는 자리로 아무 탈 없이 일이 진행되면 당연하게 여겨지고, 하나라도 실수가 생기면 모든 책임이 오롯이 전가된다. 집에서는 피곤하다며 아무도 날 건드리지 못하게 하다가 직장에서는 피곤함을 표현은 커녕 모든 일에 어쩔 수 없이 "Yes"로 응답한다.
가족을 돌보는 주부로, 다른 하나는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으로
두 역할을 넘나들며 하루를 살아가는 내 일상으로 하루를 보내고 한달을 채우며 1년을 만들어 간다.
일상은 늘 분주하지만, 그 속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2년전 힘든 시간을 겪은 뒤 책을 접하게 되었고,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관심이 생겼다.
학창시절, 그토록 싫어하던 글쓰기는 어느새 내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와 나를 톡톡 건드리기 시작했다.
한 단어, 한 줄씩 내 삶을 표현하고 기록하기 시작했고, 막무가내로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블로그를 잘 키워서 무엇이든 해보자는 비장한 마음까지 생겼다. 글쓰기 기술이나 비법 등을 담은 책도 찾아 읽고, 블로그 운영에 필요한 기능도 열심히 공부했다. 동시에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부푼 마음도 품었다.
멋진 글을 쓰는 사람들이 부러워 흉내 내기도 했고, 꾸준히 연습하면 언젠가는 그들처럼 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책에 밑줄을 긋고 메모하며 읽고 외웠다. 그런데 계속 글을 쓰다 보니, 어느 순간 글 안에서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노트북과 책 한 권 정도 놓을 수 있는 작은 공간만 있으면, 식탁 위에 어지럽게 흩어진 물건들을 살짝 밀어두고 자리를 잡는다. 곧바로 책을 펼치고 노트북을 켠다. 주말이 다가오면 “이번에는 어디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쓸까?”라는 생각에 설레기까지 한다. 마치 작가라도 된 것처럼 들떠 있지만, 사실은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자 주부일 뿐이다.
잘 쓰지도 못하면서, 읽고 나면 잊어버리기 일쑤이면서도 ‘하루 한 편 쓰기’만은 지키려고 애쓰다 보니, 집안일이 줄어들고 친구들과 만나는 횟수도 뜸해졌다. 세탁기 앞에 쌓여 가는 빨래를 볼 때면, “이렇게까지 하면서 주변을 소홀히 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시간 틈을 비집고 들어가 더 많은 책을 읽고, 내 흔적을 남기고 싶은 열망이 꺼지지 않는다. 그 덕에 일상의 우선순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물론 모든 일에는 균형이 필요한 걸 안다. 하지만 그 균형을 유지하는 건 늘 어렵다. ‘발란스’, ‘평형’, ‘균형’이라 하면 뭔가 딱 떨어지는 명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맞춰 나가야 하는 ‘동사’ 같다.
주부로서의 삶도, 직장인의 역할도, 글쓰기도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데, 아직은 그 균형점을 어떻게 찾으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