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교육,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다
영국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등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공감할 만하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와 같은 명문 대학들이 그 위상을 증명하듯, 이곳의 교육 문화는 오랜 역사와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저는 영국에 거주하면서 직접 체험한 이 교육 환경의 여러 면모에 매료되었고, 처음에는 단순히 영어 교육과 자녀의 국제적 경험을 위해 선택했던 것이 지금은 아이의 전인적 성장과 창의력 발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되었다.
아이가 유치원에 처음 입학하던 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아침 9시, 교실 문이 열리기 전까지 아이들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참을 밖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이곳의 질서 있고도 따뜻한 분위기를 처음 느꼈다.
문이 열리자 선생님께서 한 명 한 명 “Good Morning” 인사를 건네시며, 각자 이름표가 적힌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은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책임감을 배워가는 순간이었다. 어떤 아이는 스스로 이름을 찾는 데 능숙했지만, 때로는 엄마의 손을 잡고 한참을 머뭇거리는 모습이 있지만 선생님도 부모도 재촉하지 않고 혼내지 않음은 아이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온전히 지켜보는 이유이다.
미술 시간 또한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아이가 종이에 한 줄, 때로는 자유롭게 낙서를 하더라도 선생님께서는 진심을 담아 “Lovely, Fantastic!”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 칭찬 한마디에 아이는 자신감이 쌓여 자신의 작업물을 포트폴리오처럼 소중히 모아두었다. 학년 말 학부모 미팅 때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과 그 과정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결과물보다 그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영국 교육의 철학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학업 평가 방식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경험했다. 한국에서는 객관식 문제를 통해 정답을 선택하는 방식에 익숙했다면, 영국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서술형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처음에는 ‘뭘 배우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아이가 스스로 자료를 조사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접근하는 모습을 보면서, 단순 암기가 아닌 깊이 있는 학습이 이뤄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이는 점차 자기 주도적 학습 방법을 터득하며,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자연스럽게 길러나갔다.
이와 함께, 영국 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학습 속도를 존중하는 점에서 큰 강점을 지닌다.
어느 한 순간, 아이가 조용히 자신의 속도로 이해하고,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학생이 똑같은 템포로 배우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교육 환경은 아이에게 자신만의 학습법을 찾고, 그 안에서 자신의 강점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영국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고 창의력과 자기 주도적 학습을 이끌어내는 체계적인 시스템이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하는 모습을 보며, 이 교육 방식의 진정한 가치를 확신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