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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혜경 Oct 12. 2020

영혼을 빌려 준 친구들, 쓰담쓰담

어쩐지 곁에 두고 싶더라



 코로나19가 모두의 문제로 확산된 후 세계는 감염자를 파악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경을 폐쇄하거나 외국인을 강력하게 격리해 국가 간의 바이러스 전염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었다. 그래서 하루에도 수 백 명의 의심 감염자를 검사하고 관리하는 일은 안 그래도 부족한 의료 종사자들의 피로도를 높이는 원인이 되었다. 이런 고민을 논의한 결과 감염자를 신속하게 가려내는 방안으로 탐지견을 활용하자는 제안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제주도 여행 중에 만난 미로  ⓒ마혜경



  제일 먼저 실천에 성공한 나라는 핀란드, 물망에 오른 대상은 마약 탐지견으로 그중에서도 가장 후각이 뛰어난 개들을 골라 훈련을 시키는데 주력했다.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한 후 최종 결심에서 뽑힌 개는 총 네 마리로 '코로나19 탐지견'이라 불렀다. 탐지견들은 곧 실전에 투입되었다. 장소는 핀란드 헬싱키 공항, 코로나19 탐지견들은 의심 감염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채취한 샘플만으로 10초 안에 코로나 감염을 파악했다.

   핀란드 냄새탐지협회와 헬싱키 연구팀으로부터 고도의 훈련을 받은 네 마리 탐지견들은 감염자를 발견하면 과연 어떻게 보고할까. 귀엽게도 발톱으로 긁거나 멍멍 짖거나 그 자리에 벌렁 드러눕는 방식으로 결과를 보고한다. 이쯤 되면 공항의 안전은 탐지견들의 코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핀란드의 사례는 미국, 호주, 이란 등 여러 나라에 전해져 코로나19 탐지견 유행을 일으켰다. 10억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나라들이 속출할 정도니 코로나19의 위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탐지견은 소변 냄새만으로도 환자를 구분할 수 있다. 발달된 후각을 이용해 사람의 목숨을 구한 사례가 꽤 많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겠다.

  2014년 11월 13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뉴욕에 사는 56세 여성 다이앤 파파지안의 이야기를 크게 다루었다. 4개월 된 도베르만을 키우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개가 자주 그녀의 가슴을 코로 비비고 발로 긁어서 순간 몸에 이상이 있는지 걱정이 되어 곧장 병원에서 검사를 했다고 한다. 결과는 충격이다. 그녀 가슴에 3cm 크기의 악성 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다행히 수술 후 암은 완치되었고 지금은 건강하게 자신의 개 트로이와 즐겁게 산책을 즐긴다고 한다. 트로이의 공로는 빠르게 소문났다. '영웅견 콘테스트 1위'의 영광이 트로이의 몫이 된 것 당연한 역사가 되었다.



출처 | 중부일보




  동물들이 보내는 시그널은 지진이나 해일 그리고 폭풍 등을 예고한다. 그래서 동물의 이상 패턴을 연구하고 자연재난에 대비하는 일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번식하려는 본능이 동물의 예민한 감지력을 발달시켰다는 결과도 나왔다. 위험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동물들에게 직감발달된 것 그들에게 있어서 최선의 진화가 아닌가 싶다. 동물의 시각, 청각, 후각 등은 인간의 감각기능을 능가할 정도로 세밀하다.

  1923년 관동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갑자기 많은 쥐들이 사라지는 일이 있었다. 1976년 대지진 때에는 개구리, 쓰촨 성 대지진이 일어나기 직전엔 두꺼비, 인도에서 쓰나미가 일어나기 몇 분 전엔 곤충들이 대이동을 했다. 그리고 2016년 일본 구마모토 지진 발생 전날에도 희귀 상어의 출몰이 있었다. 무엇을 알아차린 걸까. 이들의 직감이 얼마나 뛰어난 지는 사건이 일어난 후에 알려졌고 사람들은 감탄으로 그들을 기억했다.

  1783년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메시나에서도 믿지 못할 일이 있었다. 당시 도심은 울부짖는 개들의 소음으로 아수라장이었다. 소음을 참지 못한 몇몇 사람들이 개들을 총으로 쏴 죽였지만, 이상하게도 남은 개들이 계속 울부짖었다. 사건은 곧 터지고 말았다. 곧이어 거대한 지진이 일어났고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다. 인간이 개발한 탐지 장치보다 먼저 위험을 감지한 개들의 시그널을 사람들이 무시해서 많은 피해를 보게 된 사건이다.  자연이 보내는 신호를 동물이 먼저 수신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인간의 실체는 생각보다 위대하거나 강하지 않다.







애니멀
아니마
영혼



어떤 영혼  ⓒ마혜경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animal)은 '영혼'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에서 유래했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동물의 신성함을 믿고 신화나 고대 이야기에 자주 등장시켰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단군신화는 인간이 되기를 원하는 곰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단군의 어머니가 되는 웅녀(熊女) 이야기다. 신화에 불과하지만 지금 현실을 보면, 우리는 애초부터 그들의 우산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영원을 채워 줄 동물 친구를 찾습니다  ⓒ마혜경



  우리의 위험과 불행 옆에는 언제나 동물들이 있었다. 과학, 종교, 토템 따위로 가려내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인간과 동물은 서로 언어 이상의 소통 경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생존을 위해서만 사냥을 하는 동물과 쟁여 놓고 욕심을 부리는 사람은 언뜻 울리지 않은 관계처럼 보인다. 그래도 우리들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동물이 있으니 안심이다. 영혼이 그들보다 덜 맑은 우리가 보답할 방법은 무엇일까. 쓰담쓰담!



  따뜻한 손으로 말없이 쓰담쓰담해주면 그것을 사랑으로 해석하고 다가오는 그들이 너무 멋지다. 이렇게 끈끈한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위험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코로나든 뭐든 이제  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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